나는 살고 싶다
외모가 경쟁력이라고 해도 일단 살고 봐야…
성형수술과 시술이 흔하디 흔한 세상이다. 얼마나 흔한지 눈, 코 성형은 성형수술로 치지도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말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 대학입시 끝내고 겨울방학 기간 성형수술하고 짜잔 달라진 모습으로 등장하는 친구들이 한둘 있었던 정도가 90년대 X세대들이라면 요즘은 중학교 졸업 후 성형수술을 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한다.
그 시절 성형수술 했던 X세대 친구들이 나이 들고 중년이 돼서 보톡스, 필러 등등을 하면서 부지런히 보완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저 남의 일로 구경하는데 만족하는 편이었지만 요즘은 20대에 필러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성형외과와 피부과의 불패신화는 한동안 이어질 듯하다.
문제는 성형외과, 피부과 의사들은 넘쳐나는 반면 필수의료과목으로 분류되는 소아과, 산부인과, 내과, 외과 전공의는 구인난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물론 심각한 저출산 사회가 되고 있어서 소아 청소년 환자 자체도 줄어든 탓도 있겠지만 환자수보다 소아과 병원이 급감하는 현 상황은 우려할 만하다. 2017~2021년 5년간 전국에서 폐업한 소아과는 662곳이고, 상급병원인 종합병원 소아과마저 인력부족으로 응급실 운영과 입원진료를 중단하고 있다. 2023년도 국내 소아과 전공의 정원은 207명이지만 지원자는 단 33명이라는 결과를 보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90년대만 해도 동네에 내과, 소아과 간판을 내건 병원이 흔했지만 요즘엔 찾아보기 힘들다. 맘카페나 각종 커뮤니티에서 소아과 대기에 대한 신조어인 ‘초치기’(업무 개시와 동시에 마감), ‘오픈런’(병원 문을 열기도 전에 미리 와서 기다림)이 일상이 된 지 이미 오래라는 것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과한 관심과 찬사가 쏟아지는 사이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과목 의사들에게는 희생과 사명감만을 강요하면서 진료과 불균형이 극심해진 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지난해 7월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30대 간호사가 수술할 수 있는 전문의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 굴지의 대형병원에서 직원이 쓰러졌는데 의사가 없어 응급수술을 못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당직 없이 자리를 비운 의료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현직 신경외과 전문의는 국내 5대 대형병원에서 뇌혈관외과 교수는 2~3명에 불과한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애초에 수술 의사가 부족한 게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제 목숨이 경각에 달해도 치료해 줄 의사가 부족해서 아까운 생명을 놓치는 일이 더 많이 일어날 것을 걱정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외모보다 내면의 매력을 키워라’ 같은 공허한 외침이 필요한 게 아니다.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외모지상주의’에 매몰된 사이 생명과 연관된 필수의료과목 의사들을 박대했던 대가를 치르게 될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