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은 모두가 지켜야 의미가 있는 것
내가 배달음식을 가급적 먹지 않는 이유는 건강상의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게 싫어서다. 물론 환경 문제도 있지만 한 끼 식사에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그릇이 한가득 쏟아지면 번거롭고, 처치 곤란한 게 더 큰 문제다. 분리배출을 위해서는 일일이 깨끗이 씻고 말려야 하는데 쓰레기 배출을 위해 세제와 물을 사용한다는 게 아깝고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간혹 꼼짝하기 싫을 때가 있을 때에는 그나마 쓰레기 배출이 비교적 단출한 치킨과 피자를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순댓국이나 족발 같은 메뉴가 먹고 싶을 때도 있지만 이런 메뉴들은 말 그대로 쓰레기가 쏟아지니 선택이 꺼려진다.
1인 가구가 많이 사는 동네에 살다 보니 쓰레기 배출해 놓은 걸 보면 대부분 배달음식 쓰레기가 한가득이다. 옆집 윗집 할 것 없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배달의 민족들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걸 본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배달의 편리함을 좋아하면서도 가장 힘든 것이 ‘쓰레기 배출’이라고 할 정도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재활용 분리수거 난이도는 꽤 높은 편이긴 하다. 그러나, 내가 사는 곳은 외국인들이 거의 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젊은 1인 가구가 많은 동네다. 우리나라에서 재활용품 분리배출 정책을 시행한 게 1995년부터니까 어느새 30년이 가까워진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재활용품 분리배출이 익숙하고, 척척 잘 해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아파트에서 주택가로 이사 와서 목격한 바에 따르면 예상과 매우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파트에 살 때는 쓰레기 분리배출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았고, 재활용 분리 수집장소가 꽤 넓은 편인 데다가 업체에서 수거도 신속히 이뤄져 거슬리지 않았던 반면 오랜만에 살게 된 주택가는 간혹 비양심적인 주민들이 투기한 쓰레기로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있다.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는 환경미화원분들이 수거하지 않기 때문에 몇 날 며칠을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구청에 문의해도 무단투기 경고 스티커를 부착하고 신고 들어오면 수거해 가는 방법 밖에 없다고 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먹을 때는 신나게 먹고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친 플라스틱 용기와 음식물 쓰레기들을 볼 때마다 이런 짓을 하는 사람들은 양심과 염치가 없는 막무가내 악당인가 싶지만 언제나 그렇듯 평범한 사람들일 것이다.
사회에는 규칙이란 게 있다. 규칙은 모두가 지켜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 누구는 지키고 누구는 지키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