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시리아 대지진 뉴스를 접하며…
6일 오전 4시 17분(현지 시간)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를 강타한 7.8 규모의 대지진으로 사망자가 이미 5천여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설과 추위로 인한 악천후로 구호작업이 지연되어 인명 피해는 훨씬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튀르키예 사망자는 3381명, 시리아 사망자는 1444명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며칠 내로 사망자 수가 2만 명 이상까지 늘어날 것을 경고하고 있다.
엄청난 강진으로 수천 년을 건재하던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있는 고대 로마와 비잔티움 시대의 유적들도 무너져 내렸다. 지진 진앙지였던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에 있는 히타이트 시기(기원전 1700~1200년)에 축성된 후 2~3세기 로마시대를 거쳐 비잔티움 제국 유스티니아누스 1세 때 확장된 가지안테프 성이 지진을 피하지 못하고 훼손되었다. 히타이트 시기에 건설되어 12세기와 17세기를 거쳐 중건된 것으로 알려진 시리아의 알레포 성채 역시 이번 지진으로 무너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천수만 명의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와중에 문화유산들이 훼손된 게 대수인가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수천 년 동안 그 도시의 기술과 저력을 상징하던 건축물이 허무하게 무너진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 이룩한 위대한 문화유산도 자연의 무서운 힘 앞에는 버틸 수 없고, 세상에 영원한 건 있을 수 없다는 걸 확인하니 공허하기 짝이 없다.
튀르키예는 지진 피해 집계와 구호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오랜 내전으로 사정이 열악한 시리아는 체계적인 구호가 어려워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번 지진에 직격탄을 맞은 알레포, 하마, 이들리브 등은 정부군에 저항하는 반군 사이의 내전이 치열한 곳으로 반군이 장악한 북서쪽 지역은 약 420만 명의 난민들이 모여 생활하고 있어 지진 피해를 크게 입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쟁으로 전력, 의료 인프라가 전무한 상황이라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는 아나톨리안판이 유라시아판의 남쪽 가장자리와 충돌하면서 튀르키예를 서쪽으로 밀어내고 있는 중이라 대규모 지진에 취약한 지역으로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시리아는 12년간의 내전으로 건축 안전기준이 지켜지고 있지 않아 부실한 건물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많아 이번 지진 피해를 더 크게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튀르키예 이즈미트 남동부에서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해 1만 7천여 명 이상이 사망했던 참사를 겪은 바 있다. 지난해 3월 튀르키예 앙카라 소재 중동기술대 연구팀은 가지안테프 지역 역시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시 위험한 지층대에 부실한 벽돌 건물들이 밀집되어 있어 지진 피해를 경고했음에도 튀르키예 정부는 이에 대비하지 않았다. 이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이 될는지 아직 가늠도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