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않은 소식 중 좋은 소식 한 가지
이미 장기전에 접어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세계 곡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으며, 화물과 운송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전기요금, 가스요금, 대중교통 요금이 이미 크게 올랐거나 오를 예정이다. 모든 물가 그래프가 치솟으며 2023년 새해가 시작되고 있다. 좋지 않은 소식만 들려오는 와중에 반가운 소식이 한 가지 있다. 3년 동안 신체의 일부가 되다시피 한 마스크의 실내 착용 의무가 30일 해제되었다.
엔데믹에 접어들었음을 실감하는 소식이다. 작년 5월 실외 마스크 해제되었을 때부터 나는 곧장 실외에서 마스크를 안 쓰고 다녔지만 마스크 착용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았다. 새로운 바이러스 이름을 코로나 19로 명명했을 때 무려 3년씩이나 어딜 가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숨 쉬는데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줄이야...
그러나 기후 위기와 함께 각종 바이러스의 창궐이 예상된다는 과학자들의 경고를 접하면 완전하게 마스크에서 자유로워지기는 쉽지 않을 듯해서 걱정이다. 착용의 불편함, 소통의 어려움도 문제지만 마스크의 진짜 문제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프로필렌이 주원료인 일회용 마스크가 엄청난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것이다. 환경부에 의하면 일회용 마스크의 국내 하루 배출량은 2천만 개, 연간으로는 73억 개를 추산한다는데 이 마스크가 완전히 썩는데 450년이 걸리고, 마스크 1톤을 소각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3톤 이상이라고 하니 기후위기의 악순환은 점점 더 나빠지는 일만 남은 것 같다.
코로나 사태 초창기,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약국과 대형마트에서 길게 줄을 서다가 코로나 걸리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마스크 대란 수준이었고, 정부에서 마스크 공급을 위해 5부제까지 시행하기도 했다. 이런 특수에 영합하여 마스크 제조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10배 이상 늘어났는데 3년 만에 마스크 해제를 맞이하여 영세업체들은 마스크 제조를 중단하거나 폐업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 누군가에게는 나쁜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마스크 실내 착용 의무가 사라진 첫날이었던 어제 백화점에 잠시 들렀다. 나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아직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예전에는 마스크를 쓰면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마스크 쓴 얼굴에 익숙해졌다. 아직 대중교통과 의료기관에서는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마스크 해제가 확대될 전망이다.
3년 동안 코로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해 주신 의료인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