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과학

중간에 깨지 않고 내처 잠들 수만 있다면…

by Rosary

1992년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MBC 주말 드라마 <아들과 딸>이 있었다. 드라마에서 30년 전 육 남매의 부모로 출연했던 백일섭과 정혜선은 당시 48세, 50세였다. 당시에는 그 정도 나이면 손주도 있을 법한 노년에 가까운 나이였지만, 지금 그 나이의 배우를 예로 든다면 이선균과 전도연 정도일 텐데 30년 전과 비교하면 괴리감이 크다.


비단 연예인이 아니어도 40대 중반까지는 외모와 건강 유지가 되다 보니 일반적으로 ‘노화’에 대해 크게 의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노안이나 탈모 등 ‘노화’ 신호에 당황하기도 한다. 사회적, 심리적으로 스스로 아직 젊다고 인식하는데 여러 가지 노화 신호를 보내는 몸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요즘 내가 제일 부러운 건 밤에 깨지 않고 내처 푹 자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중년 이후에 그렇게 깊은 잠을 자는 사람은 흔치 않다. 부모님도 노년에 잠에서 깨서 거실에서 서성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내가 젊을 때는 두 분이 예민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깊은 잠을 자던 내가 언젠가부터 새벽에 깨는 일이 잦아졌고, 이제는 한 번씩 깨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잠을 설치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치 않고 뒷목도 뻐근하고 눈도 피곤하다. 그저 막연히 ‘노화’라고 치부하기엔 불쑥 짜증이 솟구칠 때도 있었는데 이런 현상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한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를 우연히 읽으면서 ‘노화’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나이가 들수록 밤에 누워도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잠이 든 뒤에도 훨씬 쉽게 깬다. 노인 중에 불면증을 경험하는 사람이 많은 까닭은 수면 주기를 규제하는 멜라토닌 분비량이 나이 들수록 적어지기 때문이다. 65세 무렵에는 중간에 깨지 않고 내처 자는 경우가 드물고, 밤 시간의 20퍼센트는 깬 채로 누워 있게 된다. 요즘 얕은 잠을 자게 된 아버지에게 내가 거듭 알려드리는 바, 73세에서 92세쯤 되면 수면 중 호흡장애 때문에 하룻밤에 평균 21번 깬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중에서


60대 이후에는 숙면이 어렵다고 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한가득이다. 숙면이 건강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과학적인 설명이 없어도 내 몸이 잘 아는 바, 사람이 늙어서 잠을 못 자는 것도 수명이 줄어드는 요인이 되겠구나 싶다. 이런 수면 사이클을 이해하게 된 후, 원래 자정을 넘겨서 잠자리에 들었지만 어차피 잠이 줄어든 거라면 잠의 품질이라도 향상시켜야겠다 싶어서 성장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밤 11시에서 1시 사이에는 꼭 잠들어 있으려고 한다.


일종의 타협이랄까, 평소보다 한두 시간 일찍 잠드는 습관을 들였더니 요즘 깨는 시간은 새벽 3시 무렵이다. 그 시간에 책을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읽다 보면 졸음이 오는데 그때 잽싸게 다시 잠드는 패턴으로 수면 시간을 조율한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밤을 꼴딱 새우고 다음날 피곤해서 낮잠 자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낮밤이 바뀌게 되는데 이것만큼 피곤하고 삶의 질이 떨어지는 일이 없어서다.


모든 공포는 무언가에 대해 모르는 것에서 야기되는 것이 아닐까. 노화와 죽음에 대해 외면한다고 멀어지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에 대해 실체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두려움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리 엄청난 부와 명성을 가졌다고 해도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것처럼 공평하고 확실한 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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