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온다

의욕이 솟아오르는 것만으로도 봄은 아름다운 계절이다.

by Rosary

크리스마스, 새해, 설날이 정해진 수순대로 훅훅 지나가고 마침내 입춘(立春)이다. 이제 정말 빼도 박도 못할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해가 바뀔 때마다 유독 쓸쓸하고 고독함이 더해지는 겨울을 어서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나이 들수록 겨울은 정서적으로도 달갑지 않은 계절이지만 신체적 건강을 생각해도 두려운 계절이다. 쌓인 눈길을 뛰어다니다가 넘어져도 깔깔거리면서 털고 일어나던 시절은 옛일이고 이젠 눈길에 넘어져서 뼈라도 다칠까 걱정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아무리 부인하려고 해도, 청춘의 정신을 실천하고 살려고 해도, 몸은 정직하게 늙어가고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하고 살아가야 할 수밖에… 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새봄을 맞이한다면 그때부터 진정한 새해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어딘가에서 오래 정착하고 살기 힘든 기질 때문에 여행이라도 떠나면서 역마살을 누르고 살아가야 하는데 날씨가 풀리니 이번 봄에는 어디로 떠나볼까 슬슬 시동이 걸리려는 찰나 오랜만에 크게 아프니 여행이고 뭐고 다 귀찮아지긴 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리프레시를 세게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후각이 무뎌질 만큼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곳에서 진한 꽃향기에 흠뻑 취하고 싶다. 내가 키우고 있는 화분에서 꽃을 보기는 당분간 쉽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이번 봄에는 특별히 더 개화가 기다려진다. 붉디붉은 동백의 자태를 구경하려면 아무래도 제주도에 가야 하는 걸까. 여행 가기 전에 동백 화분이라도 들이러 화원에 한번 가볼까.

20220409_145439.jpg

꽃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한 옥타브 오르는 기분이다. 추위에 움츠러든 겨울 내내 싱싱하고 푸른 잎으로 나를 기쁘게 해 준 녹보수와 만데빌라의 기특한 헌신은 안중에도 없어지고 그저 울긋불긋한 꽃구경할 생각만 하는 변덕이 참 답도 없게 느껴진다. 새로 사귄 친구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기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 드는 봄이 곧 시작될 것이다.


이번 봄에는 한동안 손놓았던 그림도 다시 그리고 싶고, 사놓기만 하고 제대로 구동도 못한 재봉틀로 소품이라도 몇 가지 만들고 싶다. 뭔가 의욕이 솟아오르는 것만으로도 봄은 아름다운 계절이다.

이전 14화흰머리의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