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이 걸어요

몸을 움직이다 보면 생각도 따라 움직일 거에요.

by Rosary

지난해 5월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30대 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한 어머니(62세)가 불구속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그녀는 범행 후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가 6시간 뒤 아파트를 찾아온 아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뇌 병변 1급 중증 장애인이던 딸은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했으며 사건 발생 몇 개월 전에는 대장암 3기 판정까지 받았다. 중증 장애인 딸을 38년간 간병하다가 그 딸이 항암치료까지 하는 상황에 처하자 절망에 빠진 어머니는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생을 마감하려 했던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그녀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고, 19일 인천지방법원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구형량의 절반 이하의 형이 선고되면 항소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25일 교수, 주부, 시민단체 활동가, 가정폭력 상담사 등 10여 명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 심의에서 만장일치로 항소 부제기 의견을 냈고, 인천지검도 내부검토를 거쳐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딸이 태어난 후 어머니의 인생은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말 그대로 형벌의 삶이었을 것이다. 38년을 돌본 장애인 딸이 암투병까지 하게 되었을 때 그 어머니가 느꼈을 절망과 괴로움을 어찌 감히 이해할 수 있을까. 휴식 같은 노년은 기대할 수 없는 고통을 끝내기 위해 딸과 함께 죽음을 선택한 어머니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처참했을 것이다. 검찰과 법원 모두 그 어머니의 고통을 이해했기에 양형에 반영했을 것이다.


인생은 오직 단 한 번뿐인데 평생을 고통 속에 짓눌려 살게 된 그 어머니의 삶이 너무나 가엾고 안타깝다. 내가 처한 상황은 그녀에 비해 홀가분하고, 내가 가진 문제는 대수롭지 않은 것임을 느낄 수 있다. 내가 내 몸을 의지대로 운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해질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것이다. 절망에 빠져있을 때, 자신의 고통이 가장 크고 무겁다는 생각에 매몰되기 마련이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형편이 좋아 보이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운 취약계층에 처한 사람도 정말 많다.


육신이 건강한 상태라면 고통에서 빠져나오기 매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마음을 다스리기가 영 쉽지 않다면 생각하는 것은 접어두고, 건강한 몸부터 움직여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시작하기도 쉽지 않은 거창한 운동은 잊고 그냥 걷는 것부터 해보자. 일단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다 보면 생각도 따라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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