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닌 매일 금빛 도시락에
주걱으로 꾹꾹 눌러 밥을 담았다
휘리릭 볶은김치와 달걀후라이
깨소금 뿌린 밥 위에
분홍 소시지를 슬쩍 얹으면
점심시간까지 배가 꼬르륵거린다
겨울이면 교실 난로 위에
차곡차곡 쌓이던 도시락
내 도시락은 항상 맨 아래를 노렸다
사알짝 뚜껑을 열 때마다
서로의 반찬을 두리번거리던 아이들
어떤 날은 조용히 밥을 먹고
어떤 날은 일어서서 목소리를 높인다
한 번은 보자기로 십자 모양으로 싼
내 도시락 뚜껑 위에
은박지에 싼 ABC 쪼꼴렛이 있었다
부러운 친구들 눈빛에
나는 조금 키가 커진다
아침에 몰래 넣어둔
할머니의 작은 비밀이었다
내 기억 속 국민학교 점심은
아직도 달콤한 ABC 쪼꼴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