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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llus May 29. 2024

나 홀로 이탈리아 여행기_14

20240426 - 20240508



발도르차 평원으로 향하다 보니 슬슬 날씨가 갠다. 윈도우즈 xp 배경화면 같은, 그러나 진짜 배경지는 아닌 풍경이 펼쳐진다. 열흘간의 이탈리아 여행 중 제일 많은 한국 사람을 본 곳 첫 번째가 피렌체 더몰로 향하는 버스정류장이요, 두 번째는 막시무스의 집인 이곳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가 여기에 도착했을 때가 대략 아침 11시쯔음이었는데 소규모 단위로 한국인들이 오고 가고 있었다. 우리 역시 순서를 기다려서 이곳을 배경으로 삼아 각자 사진을 찍었으나 만족도가 최상인 사진은 역시나 가이드님이 찍어주신 사진이었다. 똑같은 곳을 배경 삼아 수백 번 수천번을 찍었을 테니 그가 찍은 사진을 이길 자가 없어 보였다.


영화 글레디에이터를 본 지가 너무 오래되어 별로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지 않고서도 충분히 즐길만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비록 치비타 디 반뇨레죠에선 실패했지만 여기서라도 푸른 하늘이 보여서 기분이 좋았다.



그다음 목적지는 온천마을 반뇨비뇨니. 원래는 와이너리 투어가 되었어야 하지만 와이너리 사정으로 온천 마을로 변경이 된 지 꽤 되었다고 했다. 어차피 술 한 방울 못 마시는 나로서는 제일 먼저 여행사에 문의한 내용이 "와인을 안 마셔도 괜찮으냐" 였기에 별 상관없었다. 이 반뇨비뇨니도 정말 코딱지만 한 마을인데, 사실 여기 도착할 때쯤엔 이미 너무 배고파서 빨리 식당으로 갔으면 하는 마음밖에 없었더랬다. 생각해 보라. 우리의 미팅 시간은 6시 반이었다. 제대로 먹고 온 것도 없었단 말이지. 그런데 점심 식사는 다음 목적지인 피엔차에서 간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준비해 온 과자도 다 먹었는데 위장은 계속 밥을 요구하고 있었다.



배고픈 위장은 내 사정이니 단체 활동에선 어쩔 수 없다. 아무튼 서점에도 들어가 보고, 이렇게 귀여운 허브샵에도 들어가 보았다. 사실 하도 배가 고파서 허브티라도 마실까 하여 들어가 보았는데 약국에 가까운 이 허브샵은 왜인지 허브티를 주문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도 볼 것은 많은 아기자기한 가게였다.



집합시간보다도 더 일찍 마을 구경을 끝냈으니 족욕을 하기로 한다. 마을의 수원과 이어지는 것으로 보이는 조그마한 도랑 곳곳에서 사람들이 신발과 양말을 벗고 족욕을 하고 있었다.


양말과 유럽 쪽 온천의 온도가 일본 온천과는 다르게 뜨겁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발에 와닿는 물은 정말로 미적지근했다. 그래도 신발에 갇혀있던 발을 오랜만에 해방시킨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끊임없이 흐르는 물에서는 꽃잎이 타고 내려온다. 머리를 들어보니 위의 이름 모를 꽃나무에서 꽃잎들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참으로 낭만적인 족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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