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이 갔다. 나의 한 해는 어떠했는가 돌아봐도 크게 대단한 일이 없다. 담백한 일들이 있었을 뿐 대단한 기쁨도, 엄청난 비극도 없었던 한 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그렇지 않은 걸까? 연말을 보다 보면 그들의 삶엔 축하할 일과 기뻐할 일이 많은 듯 보인다. 나만 그런 일이 없는 걸까?
그러나 이건 슬퍼할만한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기뻐하며 축하한다. 그럴만한 일이 있어서 기뻐하는 게 아니라 우리는 지난 일 년을 위로하며 다음 한 해를 위해 다시금 마음을 털어내는 중이다.
내 삶 온전히 알아줄 사람 나 외에 없음이 자명하기에 나라도 내 손 붙들고 치켜세우며 올 한 해 지나왔음을 ‘승리’라고 부르며 자축한다. 그렇게 하면 안 되는 법은 없지 않은가.
올 한 해 우리는 참 고생이 많았다. 나는 3 개의 회사를 지나왔으며, 이사 2 번을 했다. 어려웠던 만남들로 인해 다시금 고개를 내밀던 우울감을 이겨내고자 버텨왔다.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고자 부단히 노력했고 지쳐가고 약해져가는 몸을 챙기고자 신경 써왔다.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랑하지만 나의 감정과 마음을 지키기 위해 때때로 사람들과의 추억에 목숨 걸기도 했다. 웃음 뒤에 눈물이 없던 까닭은, 온전히 기뻐하며 살 수 있었던 까닭은 웃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슬퍼할 여유마저 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올 한 해도 살아가며 바보마냥 살아왔던 시간도 많았으며, 바보같이 대우받으며 살아왔던 시간이 많았다. 이런 대우받으며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고민도 많았고 슬픔도 많았다. 그런 아픔과 슬픔 가운데서도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덧 그 한 해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고생했다. 참 수고했다. 우리는.
새로운 한 해도 내가 늘상 웃을 수 있으리라 자신하지 않는다. 다만 악한 일들에, 말들에 너무 신경 쓰지 않으리라. 시간을 쓰지 않고 마음을 쓰지 않으리라.
최근 들어 내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이 ‘뇌 비우고’ 다. 때로는 이성과 감정 모두를 동원하여도 감당할 수 없는 일에는 이성과 감정 모두를 비우고 그 시간을 견뎌내리라. 그렇게 한고비 넘기고 찾아오는 기쁨들을 온전히 맞이하리라.
새로운 종결이 맞이했으며 새로운 투쟁이 시작된다. 이 시점 나는 스스로 어떤 선언을 할 때에 가장 잘 살아낼 수 있을까. 멋들어진 말은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또 살아가자. 다만 해로움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벗어나자. 나를 결국 가장 사랑할 때에 가장 아름다우니, 우리 끝내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