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으로 가득 차 있다. 미움은 과연 저항해야 하는 대상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 세상은 온통 미움이다. 이해받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참으로 각박하다. 한 뼘이라도 힘들어도 괜찮다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불편하지 않으려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눈물은 없는 편이 좋으나 조금의 어려움도 인내하지 않으려 한다. 열 번을 잘하다가도 한 번 나를 어렵게 하면 그 사람의 이제까지를 의심하곤 한다. 이만큼도 나는 불편하고 싶지가 않다.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는 요즘, 룸메이트 중 한 분과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방문을 열고서 게임과 통화를 늦은 시간까지 하시는 까닭에 스트레스받기도 했고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왜 저럴까’, ‘너무하다’ 등의 생각만이 마음에 가득해서 참 밉고 화가 때론 나기도 했다. 그러다 어젯밤에 노크를 하고선 조심히 말을 꺼냈다. “혹시 소리 조금 낮춰주실 수 있으신가요? 방문도 혹시 닫아도 괜찮을까요?” 그분께서는 곧장 소리를 낮춰주셨다.
이 일을 겪고 방에 와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오히려 나의 이기심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분께서는 당연히 하고 있는 행위에 집중을 하고 계셨고 그런 상황을 반대로 겪어볼 일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모르셨겠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직면 한 번 해보지 않고 미워하고 있었고 말 한 번 꺼내보지 않고서 화내고 있었다. 당사자는 단지 모를 뿐인데 내 마음에는 이미 미움과 화가 쌓이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단지 말 안 해도 알아서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세상은 서로 점점 말이 적어지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착착 알아들어 척척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해주지 않기를 원한다.
말할 용기도 없으면서 누군가를 감히 미워하는 데에는 거리낌이 없다. 그러면서 주변에는 나의 미움을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 ‘하소연’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소문을 내는 행위를 하고 있다. 나 한 사람의 미움으로도 미움은 큰 것인데 모두 함께 미워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나의 세상을, 너의 세상을, 우리의 세상을 미움으로 가득 찬 세상으로 앞장서 변모시키고 있다.
말을 아끼는 일은 지혜이고 선한 게 분명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나는 말을 꺼내려한다. 말을 현명하게 하라는 격언은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은 하지 않는 게 중요하지만, 해야 하는 말은 잘하는 게 중요함을 동시에 뜻한다.
단순히 말하는 게 두려워서 내 세상을 미움으로 가득 채우지 말아야 하겠다. 썩어가는 세상과 정신의 시작점이 단순히 말이라면, 말 꺼낼 생각에 마음이 긴장되어 두근거리고 말하면서도 식은땀이 나지만 용기 내어야겠다.
혼자 너를 미워하는 일을 두려워하되,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일은 사랑하여야겠다. 좀처럼 사랑하지 않으려는 습관 걷어내고서 날 사랑할 수 있는 습관 하나 더 늘려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