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밝음이 경히여김 받을 때에

by 정소인
by 혀니

종종 나에게 어떻게 그렇게 밝게 사냐고들 물어온다. 그리고 더러는 이런 내 밝은 모습으로 인해 내가 살아온 세상의 길들은 아름다웠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생각은 틀렸다.


밝은 모습으로 살다 보면 이런저런 오해와 경시 여김을 받는 경우가 있다. 앞서 말했 듯 세상 풍파 없이 살아온 줄 아는 사람들도 있었고 내가 생각 없이 사는 줄 아는 사람도 있다. 또, 애초에 내가 고민이란 걸 많이 하지 않는 줄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 삶의 실상은 이러한 예상과 기대들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만약 당신들께서 나의 내면으로 들어오실 일이 있으시다면 가장 먼저 당신들께선 길을 잃으실 게 분명하다.

내 삶은 많은 갈래의 방향으로 나뉘우는 기류와 중심점 하나 없는 생각들로 가득 차있다. 혼란과 혼돈 그리고 불안. 지끈거리는 두통과 너무 많은 걱정으로 인한 불안감에 잠 못 들었다. 때로는 은은하게, 때로는 격정적이게 내 삶을 휘젓는 과한 정보들에 대한 인식은 어느 하나 나로 하여금 결정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스트레스로 가득 찬 상황에서도 타인들을 사랑하고 친절을 베풀고자 삶의 가지들을 뻗어나간 건 부단한 필사의 사명이었음을 아마 몇 모르리라.


나는 생각이 없어서 해맑게 그리고 밝게 지내는 게 아니다. 나를 포함한 다른 많은 이들이 그러하리라. 오히려 너무나 생각이 많은 까닭에 미소를 잃지 않고서 스스로를 지켜내고 있음이 틀림없다.

가득 찬 불상의 사고들 그 뇌수의 해저를 헤집고 다닌 까닭에 떠오르는 방법들이란 방법들은 온갖 나의 것 삼아보았으나 그 끝에 다다른 까닭은 ‘이 편이 내게 좋으리라, 이렇게 사는 것이 나에게 유익이리라.‘ 였기 때문이다.


때로는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이리도 힘든지 모를 정도로 거대한 혹은 미지의 불행과 평생 싸우는 건 각자에게 필사의 과업이며 평생의 노역이리라.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할 수 없는 일들에 집중하여야겠다. 더 정확히는 할 수 없는 일들은 손에 쥐어두지 말고서 손을 펼쳐 흘려보내거나 혹은, 다른 사람의 손을 함께 잡거나 또는 그보다 작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쥐어 삼켜가리라.


흔히들 얘기하듯 전생이 있다면, 그 삶에서 가장 미워했던 원수 사이는 바로 내 자아와 육신이었으리라. 평생에 걸쳐 사랑하기 어려운 미움 받아 마땅한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해야 하는 사명에 시달리니, 이 밤에 더없이 추운 겨울이 다가옴은 이윽고 봄이 가까운 까닭이리라.


많은 사고의 끝에 마침내 밝은 사람이 되기 위해선 당신께서 겪고 계신 그 비참함과 참람함이, 젊은 혹은 과정 가운데 겪고 종종 일어나는 사고가 분명 우리의 좋은 몽학 선생이리라.


원하던 원하지 않던 행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나의 삶에 무엇이 더 나으며 지금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가 기억할 때에 이리라. 더 나아가 스스로를 굳건하게 하는 기억에 나를 메어 붙들고 비참한 과거를 끝까지 직면하고 재해석하여 오히려 구멍을 메우고서 발판 삼을 때에 환경에도 불구하고 털어버리는 밝은 미소가 한가득 그대 얼굴에 꽃피우리라.


버려진 들판과 잊힌 마당 그리고 짓밟힌 산길에도 화초가 마침내 가득하리니 끝내 견디고 지닌 땅을 스스로 헤치 말아라.

부디 스스로에게 마지막 가해자가 되지 말고서 끝까지 네 삶을 위하여라. 우리의 자아는 숭고하니 다만 힘겨울 뿐, 스스로 이 겨울의 뜻을 깨우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