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청(靑) 색은 쪽(藍) 빛에서 나온(出) 색이다. 글자 풀이만 보면 청색의 유래를 설명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만, 원문은 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 靑於藍)으로 청색은 본디 쪽빛에서 나왔으나, 쪽빛보다 훨씬 푸르다는 뜻입니다. 근본이 되는 쪽빛을 스승, 쪽빛에서 나온 청색을 제자에 빗대어 스승보다 더 뛰어난 성취를 이룬 제자를 말할 때 사용합니다.
쪽은 중국, 인도, 우리나라, 일본 등에 널리 자라는 한해살이풀로 줄기와 씨는 약으로 쓰고, 잎은 염료로 사용합니다. 쪽 잎에서 색을 우려낸 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염색물을 만드는데, 염색을 반복함에 따라 은은한 옥색부터 진한 파랑, 검은색에 가까운 먹색까지 다양한 색을 낼 수 있습니다. 염색을 거듭할수록 색이 깊어진다는 점에서 끊임없는 수양이 필요한 학업과 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전국시대, 유가의 대표적인 철학자 중 한 명인 순자는 인간의 타고나는 본성이 악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늘 나에게 없는 것을 탐내고, 다른 사람이 출세하면 시기하며, 누가 나를 비난하면 대뜸 싸우려 듭니다. 따라서 모든 이들이 타고난 본성만을 따라 행동한다면, 이 세상은 점점 더 어지러워질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쪽에서 비롯된 청색은 쪽 빛보다 더 푸르고, 물에서 비롯된 얼음은 물보다 더 차갑습니다. 사람 역시 청색이나 얼음이 그러하듯, 본성을 이겨낼 수 있다면 보다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칼은 늘 갈아야 그 날카로움을 유지할 수 있고, 나무는 먹줄을 치고 대패로 깎아 내야 비로소 제대로 된 목재가 됩니다. 사람 또한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면 부단히 배우고 깨우쳐야만 합니다.
옷감을 염색물에 한 번 담갔다 빼면 언뜻 그 차이를 알아챌 수 없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옷감은 점점 더 선명한 푸른색이 됩니다. 학업의 성취도 이와 같아 오늘 반 걸음을 내딛지 않으면 천리 길을 갈 수 없고, 작은 물줄기가 모이지 않으면 강이 되지 않습니다. 청출어람은 부단하게 학문에 힘쓸 것을 권하는 데에서 출발해, 지금은 스승으로 인해 더 큰 성취를 이룬 제자를 나타내는 말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덧 붙이는 이야기
전국시대에는 다양한 사상가들이 니타나 서로 기량을 견주었는데 그중 대표적인 학파가 인의를 중시하는 유가와 법률과 제도를 중시하는 법가였습니다. 순자는 유가의 이념을 잇는 사상가이자, 법가 사상가인 이사의 스승으로 유가와 법가 양쪽에 모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본래 이름은 순황(荀況)으로 순경(荀卿), 혹은 손경자(孫卿子)로 높여 부릅니다.
진나라가 듕국을 통일한 뒤, 진시황은 사사건건 옳은 소리만 하는 유학자들 때문에 미간에 주름이 잡히고 있었습니다. 정치가가 당당하게 선동과 날조로 싸워야지, 옹졸하게 팩폭을 날리는 건 매너가 아니지요. 법가를 밀고 있던 시황제나, 역시 법가의 대표적인 사상가였던 승상 이사는 재상들이 '자왈.. 니라니라'를 일삼는 풍조가 시황제에게 권력을 몰아주는데 큰 걸림돌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기원전 213년. 이사는 30일 안에 모든 사상서들을 모아 태워버리라는 청을 올렸고, 시황제가 이를 덜컥 받아들여 실행한 것이 분서(焚書)령입니다.
반년쯤 뒤에, 이번에는 진시황이 불로초 사기단에게 큰 돈을 떼였습니다. 그러자 붉으락 푸르락하는 진시황에게 유학자들이 또 팩폭을 날렸습니다. 대략 '너 맨날 책을 안 보니까, 불로초니 뭐니 그런 허황된 것을 믿는거야! 아주 내가 쪽(藍 - 청출어람의 그 '쪽' 입니다.)팔려 죽겠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진시황은 이들 유학자들을 모두 땅에 파 묻으라 명했는데 이것이 갱유(坑儒)입니다.
그 뒤, 여차저차해서 진나라가 멸망하고 새로 들어선 한나라는 진나라처럼 온갖 법률로 세세하게 옥죄지 않아도 가만 냅두면 알아서들 잘 살더라.. 라며 노자의 도가를 밀었습니다. 개국군주인 유방부터가 약간 느슨한 사람이었거든요. 이후 유교가 한나라의 국교로 자리 잡은 것은 한나라 7대 황제 한무제 때부터입니다. 하지만 이때도 할머니 효문황후가 도교를 밀고 계셔서, 한무제는 효문황후가 돌아가신 뒤에야 유교를 국가의 통치이념으로 확립했습니다. 황제라도 할머니에게 개길 수는..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