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롱망촉 | 得隴望蜀

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by 붕어만세

400여 년간 이어진 한나라는 건국 200년이 지났을 무렵, 안한공 왕망이 제위를 찬탈해 신나라를 세우면서 큰 홍역을 치렀습니다. 신나라가 겨우 15년 만에 무너지며 각지에서 군벌들이 일어난 탓에 듕국에는 한동안 난리법석이 이어졌는데, 이 군벌들을 싹 정리하고 다시 한나라를 이은 사람이 광무제입니다. 그래서 한나라는 광무제를 기점으로 전한과 후한으로 나뉩니다.


광무제가 황제에 올랐을 때는 아직 농서와 촉에 유력한 군벌들이 버티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농서에 자리 잡았던 군벌은 점점 세력이 흩어지다 스스로 광무제에게 항복했습니다. 항복을 받아낸 광무제는 농(隴)서를 얻고(得) 나니, 이제는 촉(蜀) 땅을 얻고 싶다(望)고 말했는데, 여기에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의미의 득롱망촉이 나왔습니다.

득롱망촉.jpg 너... 방금도 죽을 뻔 하지 않았냐?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농서 지방은 실크로드의 관문으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중간중간 넓은 사막이 펼쳐져 있고, 토질도 척박하며, 산세까지 험해 전쟁을 벌이기가 쉽지 않은 땅이죠. 그런데 이런 농서보다 더 치기가 어려운 곳이 촉입니다. 험준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군대를 보내기는 더 힘든 데, 인구는 많고 물산도 풍부합니다. 좁디좁은 산길을 겨우 뚫고 들어갔더니, 굳센 강병들이 칼을 갈고 있더라는 곳이 촉 땅입니다.


광무제가 여러 군벌들을 정리하며 다시 나라를 통일하고 있을 무렵, 농서의 외효와, 촉의 공손술은 여전히 세를 유지하며 버티는 중이었습니다. 칼로는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겠다 생각한 광무제는 차라리 시간을 무기 삼아 외효와 공손술을 칠 계책을 세웠습니다. 광무제가 군사를 일으키면 농서와 촉이 바로 한 편먹고 싸우려 들 테지만, 그냥저냥 놔두면 자연스레 농서와 촉은 자기 이익만을 쫓아 움직일 것이라 짐작한 것이죠.


예상대로 척박한 땅에 자리 잡은 외효의 세가 점점 쪼그라드는데도, 잘 먹고 잘 사는 공손술은 굳이 외효를 돕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외효가 죽자, 더 이상 버티기는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외효의 아들은 광무제에게 항복했고, 농서를 얻은 광무제는 그대로 군사를 일으켜 촉을 쳤습니다. 이때 광무제가 했다는 말이 득롱망촉, 즉 ‘농서를 얻고 나니 촉까지 얻고 싶어 진다.’였습니다.


맥락으로 보면 이제 때가 되었으니 결판을 짓겠다는 의미에 가깝지만, 현재에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의미로 더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덧 붙이는 이야기

삼국지의 조조도 거의 같은 맥락으로 득롱망촉을 이야기했습니다. 적벽대전을 치른 뒤, 유비가 은근슬쩍 형주땅을 꿀꺽하려 하자 뚜껑이 열린 손권은 당장 형주를 토하라고 유비를 갈궜습니다. 하지만 유비는 양주까지 먹고 나면 그때 형주를 돌려줄지 말지 고민해 보겠다고 버텼지요. 이렇게 유비와 손권이 투닥거리자 조조는 찬스를 외치며 이 기회에 농서땅을 정리하려고 군사를 일으켰습니다.


사실 조조는 말 세 마리가 구유를 차지한 꿈을 꾼 뒤로 영 기분이가 찜찜했습니다. 그 말들이 아무래도 농서땅에 자리 잡은 마등(馬騰) 일족같아 보였거든요. 이 참에 마등 일족을 탈탈 털기로 마음먹은 조조는 군사를 일으켰고, 여차저차해서 농서 땅을 차지했습니다. 그러자 사마의가 내친김에 촉까지 칠 것을 권했습니다.


지금은 유비가 촉을 먹은 지 얼마 안돼서 정신이 없지만, 제갈량은 워낙 탁월한 행정가이고, 관우, 장비, 조운 등은 내로라하는 맹장들입니다. 괜히 시간을 끌다가 마초까지 촉에 붙으면 손 쓰기가 어려워지니, 이참에 촉을 들이치자는 의견이었습니다. 조조는 이렇게 고생해서 겨우 농서땅을 얻었는데 더 험한 촉을 어떻게 치겠냐며 사마의의 뜻을 물렸습니다.


훗날, 사람들은 조조의 꿈에 나타났던 말 세 마리가 마등(馬騰) 일족이 아니라, 조조를 바로 옆에서 보좌하던 사마의(司馬懿)와 그의 두 아들 사마사, 사마소 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마소의 아들 사마염이 위나라를 무너트리고 서진을 세우며, 사마의, 사마사, 사마소는 각각 선제, 경제, 문제로 추존되었습니다.


263년. 촉을 치기 위해 대군을 일으킨 사마소는 그때 아빠가 조조 좀 잘 꼬셔서 촉을 쳤으면, 지금 내가 이 고생을 안했을 거라며..







득롱망촉_toon.jpg 저기요? 타이어 빵꾸 때우신다면서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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