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형난제 | 難兄難弟

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by 붕어만세

형(兄)이 더 낫다고 하기도 어렵고(難) 동생(弟)이 더 낫다고 하기도 어렵다(難). 원래는 형제가 모두 뛰어나 서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때 쓰는 표현으로, 약간은 주말 시트콤 같은 상황에서 나온 재미있는 사자성어입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된 진식에게 손자 둘이 찾아와서는 다툼의 승부를 가려 달라고 청했습니다. 장남의 아들과, 차남의 아들이 서로 자기 아빠가 더 훈늉한 인재라고 아옹다옹거리는 중이었거든요. 손자들 입장에서는 자기 아빠가 세상 최고지만,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다 똑같은 아들입니다. 진식은 딱 뿌러서 승부를 가려주는 대신, 둘이 셈셈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이 셈셈(=Same Same)에 있어빌리티를 더해 점잖게 바꾼 표현이 난형난제입니다.

남자 나이 마흔이면 뭐.. 한참 싸우고 놀 나이지요.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한나라 후기, 영천의 진씨 가문은 여러 인재를 배출한 명문가였습니다. 진식은 물론이고 장남 진기와 차남 진심이 모두 뛰어난 재주를 가진 인재라, 사람들은 진식, 진기, 진심을 합쳐 삼군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진기의 아들 진충과, 진심의 아들 진군이 아빠 자랑 배틀로 붙었습니다.


진충과 진군은 진심으로 자기 아빠 자랑을 했지만, 꼬꼬마들의 승부는 쉽게 판가름이 나지 않았습니다. 두 녀석은 곧 할아버지를 진식을 찾아가 누구 아빠가 더 훈늉한 사람인지 결판을 내 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손자들의 재롱이 재밌기는 하지만, 아비 된 입장에서 자식들 사이에 우열을 매기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잠시 고민하던 진식은 장남인 진충이 낫다고 말하기 어렵고, 차남인 진심이 더 낫다고 말하기도 어렵다며 손자들을 달래 주었습니다.


비록 손자들의 분쟁은 대충 퉁치고 넘어갔지만, 진식은 항상 이치와 사리를 바르게 따져 백성들의 송사를 처리했기 때문에 누구도 진식을 원망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훗날 진식이 눈을 감았을 때에는 무려 3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진식을 조문했으며, 아들인 진기는 피를 토하며 슬퍼했다고 합니다. 진식의 성품을 그대로 물려받은 손자 진충은 조조, 조비, 조예를 연이어 섬기며 위나라의 사공에 올랐습니다.



덧붙이는 이야기

진충과 진군이 언제 투닥거렸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떼떼떼 아빠 배틀을 벌이고 할아버지한테 쪼르르 달려간 것으로 보아 예닐곱 살 꼬꼬마일 때의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략 셈해보면 160년 경일 텐데, 이때쯤이면 한나라의 기강이 무너지며 점점 세상이 어지러워질 때라.. 이래저래 웃을 일이 좀 필요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용호상박(龍虎相搏)과는 약간 결이 다릅니다. 뛰어난 기량을 가진 인재들까지는 같지만 용호상박은 다툼에 방점이 찍힙니다. 참고로 가끔 무협지 같은 데서 절정고수 둘이 싸우다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되면 오오..용호상박..오오..처럼 쓰곤 해서 박(묶다, 얽다 縛)을 착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용호상박의 박은 때린다는 의미의 박(搏)으로 용과 호랑이가 서로 뚜까패다..라는 뜻입니다.


왜때문인지 난형난제와 호환될 것 같은 자강두천은.. 사자성어는 아니구요. 고사성어는 더 아니구요.. 뭐랄까.. 이부망천과 같은 클래스로 묶이는..뭐..



할아부지는 쳇 GTP 5.0 이 좋아요? 아님 에미나이 3.0 이 좋아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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