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뼈(骨)를 모두 바꿔(換) 낑구고, 태아의 태반(胎)까지 빼앗는다(奪). 글자 풀이만 보면 사악함에 찌든 우주 대마왕이나 할 법한 소리 같습니다. 당연히 진짜로 뼈를 바꾼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아니구요. 원래는 시를 지을 때 어떻게 표현을 다듬고, 그 의미를 내 것으로 삼을 수 있을까 애태우던 창작자의 치열한 고민을 뜻하던 표현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환골탈태의 용도가 살짝 바뀌었습니다. 도교에서는 환약을 오랫동안 지어먹으면 신선의 뼈로 (仙骨) 바뀐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것을 환골이라고 합니다. 문학적 기교를 말하는 환골에 도교적 의미가 더해지면서 환골과 탈태는 보다 빼어난 기량을 갖춘 모습으로 새롭게 거듭난다는 의미가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쫌 더 나가서 아예 가상의 무협 기술 용어처럼 쓰입니다.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북송 시대의 대표적인 시인 황산곡은 일찍이 소식(蘇軾)에게 시를 배우고, 스스로도 오랫동안 탐구한 끝에 마침내 강서시파라는 새로운 유파를 이루어 냈습니다. 황산곡은 시가 담고 있는 의미는 끝이 없으나, 사람의 재주는 그 한계가 분명하므로, 무한한 시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환골법과 탈태법을 창안했습니다.
환골(換骨)은 뼈를 바꾼다는 의미입니다. 뼈는 피부와 근육을 지탱해 주는 핵심이지만 겉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뼈를 바꾼다는 얘기는 밖으로 드러나는 시의 표현 방법은 그대로 두되, 시가 품고 있는 핵심 개념을 바꾼다는 말입니다.
탈태(奪胎)는 시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핵심을 감싸고 있는 표현 양식을 내 것으로 삼아 바꾼다는 의미입니다. 뼈를 바꾼다거나 태반을 빼앗는다는 표현만 보면 매우 무시무시합니다만, 속 뜻은 단순한 모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표현과 핵심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든 뒤, 나아가 한층 더 새롭게 창조해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시와 문학의 오의를 깨닫고 창작의 방법을 모색하는 철학자가 될 수는 없는 법. 아무래도 시의 창작법보다는 선단 하나로 뼈를 바꾼다는 환골법이 좀 더 쉽고 익숙하다 보니, 환골탈태는 이제까지의 모습이나 잘못된 특성을 버리고 더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의미나, 완전히 새롭게 거듭난다는 뜻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탈태는 탈피, 탈의 등 허물을 벗거나 옷을 벗는다는 의미의 탈(脫)이 아니라, 빼앗는다는 의미의 탈(奪)을 씁니다. 재물 등을 빼앗는 강탈, 관직을 떼는 삭탈, 본래 색을 지우는 탈색 등에 사용하는 한자입니다. 즉, 탈태는 스스로 태반을 깨치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강제로 태반을 빼앗는다는 의미입니다.
덧 붙이는 이야기
옛날, 한 노인이 죽음에 이르러 유언을 남겼습니다. 포도밭에 신묘한 방법으로 금은보화를 숨겨 두었는데, 종이에 여백이 없어 여기에는 적지 않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노인의 유언이 알려지자, 수많은 사람들이 금은보화를 찾기 위해 밤낮으로 포도밭을 파헤쳤습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금은보화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가을이 되자 포도밭에는 싱그러운 포도들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풍성한 수확을 본 이들은 그제야 노인이 말했던 금은보화가 무엇인지를 깨달았지만 고된 밭갈이에 지친 나머지 모두 쓰러져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온갖 방법으로 밭을 갈아보던 이들이 죽은 뒤, 남은 이들은 밭을 가는 방법과 그 결과들을 하나로 정리해 틀을 잡았습니다. 완전히 체계가 잡힌 밭갈이 공법은 포도 농사에 큰 진보를 가져왔고, 다른 농사에도 영향을 주며 마을 전체의 발전을 이끌었다고 합니다.
동양에서는 이 방법을 연단술, 서양에서는 연금술이라고 부르며 크게 퉁쳐서 근대 화학이라고 부릅니다..
잠시 묵념.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