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부마도위는 예비 말(駙馬/부마)을 보살피는 직책의 관리인데, 실제로는 공주나 옹주의 남편을 말합니다. 대부분은 왕의 사위가 되죠. 그런데 백년손님이라는 사위에게 고작 마구간지기 일을 맡긴다는 게 아무래도 고개가 좀 갸우뚱해집니다.
듕국은 왜때문인지 나라가 어지러울 때 꼭 환관 아니면 외척이 등장합니다. 외척은 주로 왕비의 친척들입니다만, 엄밀히 말하면 공주의 남편도 외척에 들어갑니다. 따라서 외척을 눌러놓는 의미에서 부마에게는 힘 있는 자리를 맡기지 않습니다. 부마들의 주요 업무가 사신 접대나 왕실 행사에 얼굴을 비추는 역할인 이유입니다.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옛날, 왕이 행차를 할 때는 반드시 똑같이 생긴 수레가 2대 이상 같이 다녔습니다. 암살에 대비해 왕이 어느 수레에 탔는지 숨기기 위해서입니다. 이때 진짜 수레 곁에 두는 위장용 수레를 부거라고 하며, 이 부거를 끄는 말을 부마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부마를 관리하는 직책이 부마도위입니다. 따라서 부마도위는 꼭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맡깁니다. 부마는 종종 왕 대신 죽기도 하기 때문에, 혹시 부마가 죽더라도 나랏일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중요한 직책은 잘 맡기지 않습니다.
한명제는 여동생 관도공주를 시집보내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다가 부마도위인 한광을 낙점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공주의 남편에게 부마도위를 맡기는 것이 아주 갠춘해 보였습니다. 항상 왕 주변에 있고, 매우 믿을만한데, 정작 중요한 관직은 줄 수 없는 사람. 그래서 공주의 남편들이 점차 부마도위를 맡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부마는 공주의 남편을 뜻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부마에게는 몇 가지 특징들이 있습니다. 우선 집안 좋고, 인물 좋고, 웬만하면 사람이 반듯합니다. 그리고 절대로 첩을 들일 수 없습니다. 사위가 내 딸 놔두고 첩을 가까이하는 꼴을 좋게 볼 왕은 없으니까요. (왕은 예외입니다.) 또한 혹시라도 공주가 요절하게 되면 부마는 자동으로 평생 수절입니다. 재혼 같은 건 어림도 없지요. (왕은 예외입니다.) 혹여 얘기 잘못 꺼냈다가는 진짜로 순장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겁도 없이 공주를 구박하다가 걸리는 날에는 신나게 뚜까맞고 쫓겨나기도 하지요. (왕은 예외입니다.)
그나마 녹봉도 넉넉하게 받고 왕실의 일원으로 좋은 대우를 받습니다만, 대부분의 부마들은 원래부터 있는 집안 자제들 중에 추려 뽑기 때문에 딱히 큰 의미 없습니다. 오히려 벼슬길이 완전히 막히므로 야심 있고 능력 있는 청년들은 부마를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거부한다고 되는 건 아닙니다만.
덧붙이는 이야기
한 청년이 산을 넘다 길을 잃고 헤매게 되었습니다. 날까지 저물어 추위에 떨던 청년은 저 멀리 한 저택을 발견하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저택에는 한 여인이 혼자 살고 있었는데, 자신을 누구누구라고 소개하며, 부부의 정을 맺기를 청했습니다.
청년은 기이한 사연이 쫄려서 거절했으나, 여인의 간청에 마음이 흔들려 3일을 밤을 같이 지내다 정이 들게 되었습니다. 여인은 3일 이상은 머무를 수 없다며, 비단 베개를 이별 선물로 주고 눈물로 헤어졌는데, 청년이 정신을 차려보니 저택은 온데간데없고 웬 무덤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습니다. 근처의 도시로 내려간 청년은 비단 베개를 팔아 노잣돈을 삼았습니다.
한편, 나라의 여왕은 공주의 부장품이었던 비단 베개가 시장에 돌아다닌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크게 노한 여왕은 당장 도굴꾼을 잡아들이라는 명을 내렸고, 청년은 뚜까 맞고 곧바로 잡혀 왔습니다. 깜딱 놀란 청년이 여왕에게 자신이 겪은 기이한 일을 고하자, 딸의 이야기를 들은 여왕은 청년을 부마로 삼았습니다. 그 뒤로 공주의 남편을 부마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아무리봐도 재치가 넘치는 도굴꾼이 어찌어찌 목숨 건진듯한 이야기도 전해 옵니다.
공주(公主)는 왕과 왕비 사이의 딸입니다.
옹주(翁主)는 왕과 후궁 사이의 딸이구요.
군주(郡主)는 세자와 세자빈 사이의 딸.
현주(縣主)는 세자가 다른 부인에게서 낳은 딸입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