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오랑캐(夷)로 오랑캐(夷)를 제압(制)한다. 후한 시대. 북부의 두 이민족인 강족과 월지족 사이에 전쟁이 날 조짐이 보이자, 변방을 지키던 한나라의 장수들은 은근히 이 싸움을 반겼습니다. 오랑캐들끼리 싸우면 결국 한나라에 이익이 될 테니 이것이 곧 이이제이(以夷制夷) - 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하는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말은 그럴싸해도 이이제이란 결국 국가 단위의 이간질입니다. 따라서 스텝이 살짝만 꼬여도 오히려 나한테 불똥이 튈 위험이 있습니다. 내가 싸우란다고 오랑캐님들이 순순히 싸우실 리도 없구요. 애초에 이이제이는 남의 나라 싸움 붙여서 내가 이익을 보자는 의미라기보다, 오직 덕으로 대해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말입니다.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북쪽 변경을 지키던 한나라 장수인 장우는 강족의 부족장을 유인해 목을 베었습니다. 크게 분개한 강족은 4만의 군사를 일으켰고, 살짝 쫄린 한나라 조정에서는 장우 대신 등훈을 새로운 장수로 세워 대비하게 했습니다. 강족이 쳐들어오는 길목에는 월지족이 살고 있었는데, 강족은 이 월지족부터 치려 했습니다. 월지족 입장에서는 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셈입니다만, 싸움이라면 월지족도 한가닥하는 관계로 두 부족 간에는 큰 전쟁이 벌어질 참이었습니다.
한나라의 장졸들은 오랑캐들끼리 서로 싸우면 이는 곧 한나라의 이익이라며 즉시 오란다와 오란C를 꺼냈습니다. 하지만 장수인 등훈은 오히려 성문을 열고 월지족의 노인과 아녀자, 아이들을 모두 성안으로 들이게 했습니다. 그러자 부하 장수들이 그 까닭을 물었습니다.
애초에 이 싸움은 장우가 먼저 강족을 베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고, 우리도 강족의 침입을 대비해 2만 병사를 동원하느라 그 유지비로 매일 세금을 수억씩 까먹고 있다. 강족과는 이미 사이가 틀어죠 어쩔 수 없으나, 월지족과는 동맹을 맺는 편이 낫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강족은 약탈할 월지족 부족민들이 모두 한나라의 성안으로 들어가 버리자 입맛만 다시다 흩어져 버렸고, 가족들이 무사함을 알게 된 월지족 전사들은 모두 등훈의 휘하로 들었습니다.
월지족의 충성을 얻은 등훈은 날래고 굳센 월지족 전사를 가려 뽑은 뒤 별도의 군대를 만들어 곁에 두었습니다. 이렇게 등훈이 먼저 손 내밀어 변방을 지킨 덕분에 북방은 평화를 유지했습니다.
덧 붙이는 이야기
장우가 강족을 죽여 사달을 낸 장화 2년은 후한의 3대 황제인 장제가 죽은 해입니다. 장제는 사람이 반듯하고 성품도 좋은 황제여서 나라가 두루두루 평안했습니다만, 32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4대 황제인 화제는 고작 10살의 나이로 천자에 올랐죠. 즉, 당시의 한나라는 이래저래 군사를 일으킬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하던 싸움도 멈추고 변란에 대비해야 할 시기입니다. 다행히 새로 임명한 호강교위 등훈이 강족과의 위기를 잘 수습한 덕에 북방은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한족과 이민족의 대립은 늘 비슷한 패턴을 보입니다. 이민족들은 정말 말도 안 되게 싸움을 잘하는데, 항상 부족들 간에 사이가 안 좋아서 쉽사리 뭉치지 못합니다. 그러다 한 번씩 빼어난 리더가 나타나 부족을 통일하면 그대로 남하를 시작하고, 그럼 한족이 세운 국가들은 여지없이 무너집니다. 이 악순환에 열받은 황제들이 가끔 군대를 일으키긴 합니다만, 대부분은 극초반 빤짝 승리 후 돈만 왕창 까먹은 채 흐지부지 끝나고 맙니다.
전세계적으루다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이 사이좋게 지내는 경우는 없습니다. 한쿡, 듕국, 일본 역시 5천 년째 상호극불호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요. 그래서 현재 한쿡은 일본, 듕국, 미쿡, 쏘련을 한꺼번에 무시하는 나라입니다. 아마… 전세계에서 유일할 껄요?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