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방법을 안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만.
만약 로미오와 쥴리엣이 결혼에 성공했으면 아마 사흘마다 작은 싸움, 닷새마다 큰 싸움을 벌였을 겁니다. 두 집안의 가풍이 상당히 달랐을 테니, 짧은 신혼을 활활 불사른 뒤에는 한 10년 죽자고 싸웠을 테죠.
쥴리엣이 치약을 중간부터 짜서 싸웠다.
로미오가 변기 카바를 안 올려서 싸웠다. 드러워 죽겠다.
쥴리엣은 늘 수건을 구겨진 채 널더라.
로미오는 왜 빨래를 빨래통에 걸쳐 놓는지 모르겠다..
껍질을 살짝 걷어내 보면 아마 치약이나 수건 문제라기보다는, 남녀 사이의 주도권 싸움일 겁니다. 비단 로미오와 쥴리엣뿐 아니라 한쿡의 부부들도 큰 맥락은 비슷할 거구요.
친구들끼리 맥주 한 잔 하는 중이었습니다. 소재는 부부 싸움. 그런데 아직 싱글인 친구가 흥미로운 조언을 하나 해 주었습니다. 기획하던 친구라 그런지 매우 간단하고 솔깃한 방법입니다.
집안 문제를 두 카테고리로 나눠서, 스케일 큰 고민들은 남자가 결정하고, 자잘한 고민들은 모두 여자에게 맡기라는 것이죠. 치약을 중간에서 짜든, 끝에서 짜든 한 번 딱 정하면 그냥 군말 없이 따를 것. 그게 서로 죽자고 싸우는 것보다는 부부 모두에게 훨씬 이익이다. 대신 인생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큰 결정들은 남자의 의견을 존중할 것.
들을수록 괜찮아 보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집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
차를 바꿀 것인가 말 것인가?
애들 교육의 큰 가닥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이런 소소한 문제들은 모두 여자들에게 맡기세요.
그리고 남자들은 좀 더 스케일 큰 문제에 집중하세요.
네..방법을 아는 것과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좀 다르더군요. 뭐랄까. 우리가 다이어트 방법을 몰라서 포동포동한게 아니잖아요.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