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땔감으로 사용하는 나무를 섶(薪/신)이라고 합니다. 섶을 지고 불속에 뛰어든다고 할 때 그 섶입니다. 잔가지가 붙어있는 땔감 위에 누우면 잠자리가 편할 리 없겠죠. 오나라의 왕 부차는 이렇게 불편한 잠자리를 만들어 두고 자기 전마다 하루를 되돌아보며 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했습니다.
쓸개(膽/담)는 동물의 간 옆에 있는 작은 소화기관입니다. 쓸개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몹시 쓰고 떫은맛이 납니다. 월나라의 왕 구천 역시 매일같이 쓸개를 핥으며 오나라에서 겪었던 수모를 되새겼습니다. 구천은 어려움에 처한 백성을 돌보고, 스스로 거친 옷을 입으며, 음식조차 소박하게 줄여 월나라의 힘을 길렀습니다.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오왕 합려는 월나라가 국상을 당한 틈을 타 전쟁을 일으켰으나, 오히려 싸움에 크게 지고 부상까지 입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이가 어디 합려뿐이겠습니까만, 아버지를 잃은 부차는 월나라에 복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왕위에 오른 부차는 땔나무를 깔아 만든 자리에서 불편한 잠을 청하며 복수를 다짐했습니다. 이를 땔나무 위에 눕는다고 하여 “와신(臥薪)”이라고 합니다.
2년 뒤, 이번에는 월나라가 오나라를 쳐들어 갔다가 복수의 날을 갈고 있던 오나라에 크게 패합니다. 오왕 부차는 월왕 구천을 회계산으로 몰아넣어 마침내 항복을 받아 냅니다. 오나라로 끌려간 구천은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온갖 수모를 겪었습니다. 범려와 문종 같은 월나라의 중신들이 오나라의 신하들을 매수하고, 미녀 서시와 정단을 바치는 등 필사적인 구명을 벌인 끝에 구천은 겨우 월나라로 되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월왕 구천은 속으로 분을 삭이면서도, 겉으로는 오왕 부차에게 조아리며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재상 문종이 올린 일곱 계책을 받아들여 오나라를 흔들고 월나라의 부국강병에 온 힘을 쏟았는데, 지난날의 치욕을 잊지 않기 위해 천장에 쓸개를 매달아 놓고 매일 핥으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이것을 “상담(嘗膽)”이라고 합니다.
쫌
쫌
쫌
아쉬워서 더 써보는 확장판.
월왕 구천에게 범려 같은 충신이 있듯, 오왕 부차에게도 명재상 오자서가 있었습니다. 오자서는 월왕 구천이 복수를 꾀하고 있다는 것을 진작에 눈치채고, ‘나라에 화가 미치기 전에 구천을 죽여야 한다.’고 끊임없이 간했지만, 젊은 날의 총기가 사라진 부차는 점차 오자서를 멀리하고 있었습니다.
월나라에서 보내온 두 미녀, 서시와 정단을 본 오자서는 부차가 향락에 빠질 것을 우려해 미녀들을 받지 말 것을 청했습니다. 물론 부차는 귓등으로도 안 들었고, 오자서는 욕만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훗날 서시는 서시빈목, 빈축, 특히 경국지색 등 다양한 고사를 남깁니다.
부차가 새 궁궐을 지으려 하자, 구천은 온 나라를 다 뒤져 좋은 나무 두 그루를 베어내고 대들보로 깎았습니다. 단청까지 올린 큼직한 대들보를 선물 받은 부차는 크게 기뻐했으나, 대들보 크기에 맞춰 궁궐 설계도 커졌고 공사기간과 비용 역시 눈덩이처럼 늘어났습니다. 오자서의 반대는 이번에도 묵살되었습니다.
월나라에 흉년이 들자, 구천은 오나라에 곡식을 빌렸습니다. 이듬해 오나라에 흉년이 들자 구천은 실하고 좋은 낱알들만 골라 곡식을 갚았습니다. 오나라는 이 낱알을 아껴두었다가 이듬해 종자로 사용했는데 어쩐 일인지 싹이 나지 않았습니다. 종자 욕심 나는 좋은 알곡으로 골라 보내되, 싹은 나지 않도록 살짝 쪄서 보냈기 때문입니다.
기원전 485년 월왕 구천이 오왕 부차를 조회하며 위아래로 재물을 뿌리고 갔습니다. 오자서가 월왕 구천을 죽여야 한다고 간하자, 부차는 오히려 오자서를 죽여 입을 다물게 합니다. 눈엣가시 같던 오자서가 죽자 월왕 구천과 범려는 남몰래 셔플 댄스를 추었습니다.
기원전 482년. 그러니까 오자서가 죽고 3년 뒤, 월나라는 군사를 일으켜 오나라를 치고 태자 우를 포로로 잡았습니다.
4년 뒤인 478년. 월왕 구천이 오나라를 다시 칩니다.
2년 뒤인 476년. 월왕 구천이 오나라를 또 칩니다.
1년 뒤인 475년. 월왕 구천이 오나라 수도를 포위합니다.
473년. 오나라가 멸망합니다.
오왕 부차는 죽은 오자서를 볼 면목이 없다며 얼굴을 가린 채 자결했고, 오나라는 그렇게 멸망했습니다.
P.S.
경국지색으로 욕먹는 서시는 애초에 월나라 사람입니다. 오나라 말아먹으라고 특별히 교육받고 간 사람이죠. 월나라 입장에서는 서시야 말로 애국열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