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눈물을 흘리며(泣) 마속(馬謖)을 벤다(斬). 촉나라의 승상 제갈량은 조정에 출사 한 마 씨 가문의 다섯 형제를 모두 아꼈습니다. 특히 제갈량과 친분이 두텁던 형 마량이 일찍 죽은 뒤부터는 막내인 마속을 더욱 아꼈죠. 하지만 나라를 다스리는 승상이 자신이 아끼는 사람만 싸고돌다간 나라 전체가 어지러워지고 맙니다.
전쟁에 나선 장수가 이기고 지는 것은 알 수 없는 일. 옛날에도 전쟁에 졌다고 장수를 참하는 경우는 좀처럼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속은 제갈량의 명령을 어기고, 부하들의 만류도 뿌리치며, 조급히 공을 세우려다 대패를 당해 작전 전체를 말아먹었습니다. 사령관 입장에서 벌을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출사표를 올린 제갈량은 북벌에 나섭니다. 휘하의 장수들에게 임무를 나눠 주고, 각각의 임무가 성공하면 마지막으로 위나라를 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마속에게는 중요한 길목인 가정을 지키라는 명령을 내리며, 전투 경험이 없는 것을 고려해 무려 4명의 부장을 붙여주고, 전투 지시까지 꼼꼼하게 써서 보냈습니다.
마속의 임무는 그저 굳건히 지키는 것이었으나, 공이 마려웠던 마속은 산꼭대기에 진지를 세우고 적과 싸울 작정을 합니다. 부하 장수가 필사적으로 마속을 말려 보았으나 마속은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하필 마속을 상대하는 장수는 위나라의 명장 장합. 마속이 산꼭대기에 진지를 세웠다는 보고를 받은 장합은 곧바로 포위를 시작했고, 식수와 보급이 모두 끊긴 마속의 군대는 얼마 안 가 굶주리기 시작했습니다. 장합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속을 들이쳤고, 마속의 군대는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습니다.
이 어처구니없는 패배는 제갈량에게 너무나 뼈아픈 타격이 되었습니다. 더구나 공을 세우라고 밀어줬는데 이 사달을 내놨으니 속이 더 쓰렸을 겁니다. 하지만 제갈량은 공사구분이 확실하고 시시비비에 밝은 사람입니다. 아무리 마량의 동생이자, 동생처럼 아끼는 장수라 해도 북벌 전체를 망쳤는데 모른 체 덮고 넘어가기는 어렵습니다.
228년. 제갈량은 눈물을 흘리며 마속에게 참형을 내렸습니다.
마속과 싸우는 장합은 "오자양장"이라 불리는, 위나라에서도 칼 좀 쓰는 다섯 장군에 꼽히는 장군이었습니다.
마속은 장합이 물길을 끊은 뒤에야 아차 싶었을겁니다..
P.S. 마속의 속(謖) 소전체를 찾을 수가 없네요. 글자를 분해해서 言, 田, 八, 夂 네 글자의 소전체를 합쳐서 그렸습니다. 실제 謖의 전서체는 저렇게 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