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물고기를 잡으려면 강이나 바다로 가야 합니다. 나무에 오른다면 새알이나 열매 같은 걸 얻을 수 있겠죠. 구하는 바에 따라 방법도 달라지는 법이니 나무에 올라(緣木) 물고기를 얻을(求魚)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얼토당토않은 일이나 애초에 가능성이 없는 일을 연목구어라고 합니다.
하루는 제선왕이 맹자를 만나 가르침을 청했습니다. 통일의 야심을 품은 제선왕은 맹자에게 패도를 물었는데, 맹자는 패업을 이루는 대신 왕도 정치를 펼 것을 권했습니다. 천하를 얻으려면 덕으로 다스려 백성들이 따르게 해야지, 칼로 천하를 얻으려는 것은 마치 나무에 올라 물고기는 얻으려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는데 여기에서 연목구어가 나왔습니다.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당시의 제나라는 패권을 노리는 동쪽의 강국이었습니다. 제선왕 2년에는 손빈을 군사로 삼아 조나라를 구원하며 위나라의 명장 방연을 사살했고, 6년에는 연나라를 쳐 멸망 직전까지 몰아붙였습니다. 제선왕 9년에는 마침내 패자가 되어 제선공을 버리고 제선왕에 올랐습니다. 이후 여러 사상가를 등용해 그 뜻을 펼치게 하고, 제선왕 자신도 가르침을 청하며 유력한 천하 통일의 후보자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제선왕에게 군자의 가능성을 본 맹자는 왕도 정치를 설파했습니다. "전쟁을 벌이면 반드시 백성들이 목숨을 잃습니다. 혹 싸움에 지면 나라가 망하고, 이겨도 원한을 사게 됩니다. 또한 작은 나라와 큰 나라가 싸운다면 반드시 큰 나라가 이길 것입니다. 지금 천리 땅을 가진 나라가 모두 아홉인데, 제나라 혼자서 나머지 여덟 나라를 치려는 것은 마치 작은 나라가 큰 나라와 싸우는 것과 같습니다."
"올바른 정치를 펴 백성이 따르게 한다면 천하에 적이 없을 것이나, 만약 검으로 빼앗으려 한다면 천하를 얻기는 마치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것처럼 힘들고 어려운 일이 될 것입니다."
제선왕은 맹자의 가르침이 모두 옳다 여겼습니다만, 살얼음판 같은 현실 정치와는 맞지 않다고 여겨 선뜻 따르지는 못했습니다.
덧붙이는 이야기 1)
훗날, 제나라는 연나라의 침공을 받습니다. 제나라가 연나라를 칠 때 종묘를 불태우고 약탈까지 한 탓에 큰 원한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어금니 꽉 깨문 연나라는 무려 네 나라와 동맹을 맺고 제나라를 쳤습니다.
제나라는 수도까지 함락되며 72개 성 중 70개 성이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초나라가 구원군을 보내 가까스로 살아남았습니다만, 기원전 221년 진나라에 항복할 때까지 예전의 국력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덧 붙이는 이야기 2)
공(公)과 왕(王) | 제환공, 진문공 등 춘추 시대에는 패자라고 해도 주나라 눈치를 봐서 함부로 왕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국 시대가 되면 너도나도 왕이 됩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