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희망, 행복, 위로, 아름다움에 대해 쓰라고 합니다.
하지만 난 이것들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릴 수 없습니다.
내 삶에서 함께한 순간들에게 잠시 몇 줄 글로 옷을 지어 입힐 순 있겠습니다.
사 랑
역마살 못 이겨 지리산 종주하고 중산리 내려온날. 귀가를 알리며 그대에 대한 사랑을 난 알지 못합니다. 감히 적어 보지도 못했지요.
혹자는 첫눈에 반했다고도 하고 3개월 짜리 화학 반응이라고도 하고 의리라고도 하고 정이라고도 합니다.
나에게는 도벽같은 이 역마살 끝에 있는 것이 그대입니다. 돌아간다는 것은 그대가 있는 것입니다.
희 망
고3이 되어도 내 아이가 생겨도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조카의 생일 선물내 얇은 지갑 노략질도 모자라 넷플릭스, 멜론, 유튜브 계정까지 털어간 조카의 생일 선물. 뿌린대로 거둔다는 농경문화에 빚을 지고 있는 나에게 본격 자본주의를 알게 해줬다.
행 복
해마다 하는 첫눈 술내기친구와 1995년 부터 시작한 첫눈 내기. 스키장에서 일하면서 부터 질리가 없다.
겨울에 한번 공짜 술이 행복한다. 너 말고 새끼야.
위 로
거의 나만 이용하는 것 같은 우체통받을려고만 한 건 아닌데 그렇게 됐네. 미안한 마음은 말 줄임표에 있으니 잘 찾아 보고
늦은 안부를 전하며 내 마음이 더 편해져서 또 미안하네. 이렇게 이기적이네.
오래도록 도착 할 거니까 기다리진 말고.
아름다움
할머니 생전 거의 마지막 사진. 치매인데도 불구하고 강아지 강아지 하시는 게 너무 짠하기도 하고6일 동안 세상을 만들고 아름다웠다고 했던 도그마 보다 할머니의 주름으로 만든 시간에 있는 우리의 시간이 더 아름답다. 나도 그런 주름을 흘려내며 삶은 깊어지고 윤슬처럼 반짝이는 오래도록 아름답게 남고 싶다.
*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난 어쩌다 태어난건지 왜 널 그토록 생각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사랑, 희망 같은 것들을 알고 싶었지만 오히려 가둘려고 했었습니다. 삶의 모서리마다 다른 모습들로 발견 되는 순간은 말 따위로 잡을 수 없습니다. 달콤함을 적어 놓기 보다는 돌아 볼수 있는 길을 써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