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좋았던 사랑

by 불은돼지

부끄러운 날들이였다.

니가 없는 내일은 없을 거라며

뜨거운 여름날 아이스바를 할짝 거리며

기다리던 골목 어귀

어눌한 시간들이였다.

빈 주머니 빈 손으로

들꽃을 꺽어서 다발을 만들고

삐뚤한 글씨에 받침 틀린 편지를 쓰려고

해질 녘 대청마루 엎드리던


그래도

나쁘지 않은 시간들이였다.

기다림에 지쳐 누구라도 나타났으면 했던 시간들

지나고 나니 바라보는 것도 반짝였던 이십대


너였어도 아니였어도 단 한 사람만을 바랬던

만나고 만나도 헛헛한 마음 한자락을

손 찔러 놓고 아들과 달고나를 할짝 거리며

그대를 생각하니


참 달고 달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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