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결혼 8년만에 찾아온 아들은 5살 즈음 부터 남들과 조금 달랐습니다.
병원에 가보니 야스퍼거가 의심 된다고 합니다.
어렵사리 분당 서울대 병원 최고 권위자라는 의사선생님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치료도 병행 하면 좋다고 하기에 알량한 살림에 오은영박사가 운영하는 센터에서 매주 토요일, 코로나가 덮치기 전까지 몇년을 다녔고 이제 아이는 12살이 되었습니다.
그런 아들이 몇년 전부터 개 또는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합니다.
집 근처 샵에 가보니 엄두가 안났어요. 저 생명체가 집에 돌아 다닌다고 생각을 하니 기쁨 보다는
감당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또 병원비니 미용비니 하는 것들도 덩달아 부담 되었습니다.
그래도 요즘 부쩍 삶에 변화를 주고 싶던 저는 아들의 사회성을 빌미로 비염을 달고 사는
마님을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데려온 고양이는 그저 이뻤습니다.
하지만 두시간만에 아들의 눈이 퉁퉁 붓습니다. 알르지가 있었던 겁니다. 샵에서는 '책임분양' 운운하며
나몰라라 였습니다. 단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저는 고양이를 보내기가 싫어 졌습니다.
아들의 알르지도 또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마님은 이미 이 생명체를 돌보는 번거로움이 싫어지는 눈치였구요.
뭐든지 처음은 있듯이 고양이의 똥 냄새는 어릴때 밖에서 맡던 냄새와 비교도 안될 만큼 욕지기가 나왔지만
열심히 똥을 치우고 모래를 갈고 밥을 챙겨 주었습니다. 엉덩이를 닦아주는 일과 매일 털을 빗어 주는 일도
거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다시 샵에 보내봐야 품종묘라서 고양이 공장 케이지에서 평생 새끼만 낳게 될거라는 글을 보고 환불을 하지 말자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평생 처음 집에 들인 생명체인데 좋은 다만 좋은 사람을 찾아서 보내주자로 합의를 봤습니다.
아들은 틈만 나면 키우겠다고 하는데도 마님은 이미 고양이 케어에 육아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카페에 자주 가던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일주일만에 인천 사시는 가족이 애기랑 같이 오셔서 데리고 가셨고 그 모습을 보면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고양이 사진을 보며 보내지 말걸 하며 후회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나서 관계를 생각해 봅니다.
아들을 키운 경험, 애비와 함께 다닌 10년의 병원 치료, 혹은 나를 그렇게 돌보았을 할머니와 엄마를
떠올립니다.
높은 화장실로 바꾸어 주었더니 못들어가던 작은 고양이는 아들의 침대에 똥을 싸놓았드랬죠.
고양이가 보고 싶어서 일찍 일어난 새벽에 방 환기를 시키고 이불빨래를 하고 방을 베이킹 소다를 닦아 내고 페브리즈 두통을 뿌리면서 '아 정말 보내야겠다. 힘든 일이네'를 거치면서 정이 든 것 같았습니다.
똥 덩어리가 된 고양이를 목욕을 시키다가 깊은 상처를 내었지만 이제는 아물어 가는 상처를 보면서 그냥 그리워졌습니다.
아마도 한참 동안 후다닥 뛰어 나오는 고양이를 생각 하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