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불면 그리고 물고기

에세이

by 불은돼지

# Porologue


열대야는 여름이 더워서 그렇답니다.

불면은 내 맘속에서 조금 문제가 있어서 그렇답니다.

작은 어항 속 더 작은 물고기 스무 마리가 있었답니다.



# 슈퍼문


여름이면 거실 쇼파에서 밤을 보냅니다.

남한강과 일몰이 잘 겹쳐 보이는 이층침대는 더워서 잘 수가 없습니다.

아들을 가졌을 무렵, 혹은 은행에 돈을 빌릴 즈음에

누나들이 사준 에어콘이 거실에서 아직도 제 기능을 하고 있어 열대야를 보낼 수 있습니다.

또 거실 큰 창으로 아침 햇빛이 들어오면 몸만 부시시 일어나서 멍한 상태로

창밖을 보는 것도 좋습니다.


햇빛이 가득 들어오면 일찍 일어나기도 하는데 눈을 떠보니 새벽 3시입니다.

창밖에서 큰 달이 저를 또렷히 쳐다봐서 깬 모냥입니다.

당근에서 산 천체 망원경으로 요리 조리 달을 보며 놀다보면 잠이 오겠거니 했습니다.

뜻밖에 조금 지리할 정도로 잠이 오질 않았고 커튼을 치기에는 간만에 큰 달이 아쉽기도 했습니다.

다음날 뉴스를 보고는 엄청 오랜만의 슈퍼문이라는 걸 알고 어제밤 불면이 더 반갑기도 했습니다.

잠이야 안오면 안자면 되고 굳이 자야 한다면 약을 조금 더 먹어도 될 일입니다.

이유가 있어 생긴 것이라니 다독 거려 잘 지내봐야 합니다.



# 태풍


몇일 지나 태풍 소식을 듣고 시원해 지겠거니 했습니다.

그러다 또 눈을 뜨니 새벽 3시였고 창 밖엔 마른 하늘에 번개만 번쩍 거립니다.

또 소파 아래 삐뚜름하게 기대서 멍하다가 커튼을 치고 눕습니다.

몇일 전 달 덕분에 운전이 졸리기도 한 까닭입니다.



# 물고기


아이패드 만한 크기의 어항에는 새끼 손가락 끝 마디보다 작은 물고기 스무 마리가 살았습니다.

이틀 여행을 다녀오니 전부 배를 뒤집고 있었답니다.

딱 한마리만 겨우 살아 있어 작은 바가지에 옮겨 놓았습니다.

한달전 쯤 많은 새끼들이 태어났는데 덩치 큰 놈들에게 다 먹히고 산소발생기 튜브 근처를

동굴 삼아 버티던 한 녀석이 그 놈이 아닌가 합니다.

아들이 "아빠, 강가 가서 물고기 놓아주고 오자" 라고 합니다.

죽은 물고기를 변기에 내려 버린 것을 보고는 뭔가 측은 했으리라 짐작합니다.

그래서 어항을 청소하고 생수를 사다가 이제 그 넓은 어항에 한마리만 떠 다닙니다.

특별하기도 애틋하기도 해서 '동동'이라고 이름을 붙이려고 하는데 장난끼가 발동합니다.


"물고기니까, 고기라고 해야지, 성은 물이고"


아들의 핀잔과 아내의 실소와 함께 저녁이 슬금 슬금 지나갑니다.



# Eplilogue


아름답다는 "앎"에서 나온 말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앎에는 서로 곁을 내주는 시간이 필요 하지만 구름도 저도 스치는 사이입니다.

그래서 여름 구름이 참 이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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