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것은 잘 견딜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쓸쓸한 것은 아직도 생경하다.
나 빼고 다들 잘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몇 안되는 주변인들, 별로 좋지 않은 일을 겪고 있고
그런 쓸쓸한 일들을 안주로 술을 마셨다.
'응, 늦어도 9시 쯤엔 집에 도착할 거야'
라고 전화를 끊었지만 말을 아껴야 되는 술자리에서 거푸 들이킨 술이
또 술을 부른다.
오래전부터 눈 여겨 봐둔 터미널 근처 바를 한번 가본다.
사람도 장소도 오래 눈 여겨보고 스윽 다가보는 나는 너무 많은 기대를 가지기도 한다.
술은 마실만한 가격인지 어쩐지, 혹은 가게 사장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음악을 트는지
처음 가는 곳에 너무 많은 기대를 누구러트릴 만큼 취기가 있었다.
힙합을 좋아한다는 가게 사장은 나름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술들을 팔고 있었다.
안주 삼을 신청곡을 들이밀기엔 나도 알 수 없는 힙합이 너무 촘촘히 대화를 가로 막았다.
12시가 넘어 다트를 하던 한무리가 빠져 나가자 가게 사장이랑 대화를 할 시간이 왔다.
그래서 나도 계산을 하고 가게 앞에 있는 생뚱 맞은 파라솔에 앉아서 한대만 피우고
버릴려고 산 담배를 마음 끝까지 들이 마신다.
집 까지 휘적 휘적 걸어간다. 틈틈히 혼자 있는 연습을 하는 것이 내가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그리고 혼자 있게 되면 사람 아닌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문 닺힌 꽃 집 앞을 지나다가 레디메이드 인생 따위라고 읊조린다.
한번 사는 인생 연습 따위는 없어서 힘이 든다. 부자 부모나 어쩌다 큰돈을 번 사람을
부러워 하기에는 이미 아무렇지 않게 피어 버린 생, 잘 다잡아서 살아봐야지 어쩌겠는가?
그래서 부러 들풀과 들꽃을 요래 조래 꺽어서 작은 다발을 하나 만들었다.
아침에 맥주 컵에 꽂힌 들풀을 보더니 그대가 한마디를 한다.
'지나가던 사람들 무서웠겠다. 그 등치에 들꽃을 손에 들고 다녀서...'
그러고 일주일을 지나도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들에서 나고 자란 것은 그런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