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ologue
'조임선' 나의 할머니는 작은 할머니이다. 할아버지의 첫 결혼은 자손이 없었고 그걸 보던 큰할아버지가
동문수학 하셨던 친구분의 막내 여동생을 후실로 청했다고 한다.
그래서 할머니는 큰 할머니가 돌아 가셨지만 할아버지의 부인으로 기록된 호적이 없이 돌아 가셨다.
# 가장 따뜻한 말
할머니는 예민함과 동시에 굉장한 기억력을 가지고 계셨다. 17명의 외손주, 친손주의 생일을 다 기억하셨고
특히 내 생일이면 어김없이 미역국과 고기를 내어주셨다.
그래도 할머니에 대한 가장 따뜻한 기억은 내가 산에 갈 때마다 건네는 말과 용돈이였다.
사람의 온기가 그리웠지만 다가가는 방법을 몰랐던 때 난 차라리 산에 가는 것을 택했다.
할머니의 예민함은 손주의 외로움을 숨쉬듯 느끼셨던 모양이지만 살가운 말을 건네 본적이 없어,
"니가 용띠라서 산에 가면 비가 안오나~~~. 이험(위험)하다 싶으면 집에 온나"
라는 말을 건네시며 다른 손주들은 받아 본적도 없는 액수의 용돈을 주시곤 했다.
급한 일이 생기면 택시를 타든, 여관에 가서 잠을 자든 하라는 뜻이셨거니 짐작될 뿐이다.
손주들 중에서도 조부모님과 가장 오래 지낸 나는 할머니의 저 말씀이 제일 큰 온기로 남았다.
빗방울 처럼 혼자 였던 시절이였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는 침해가 오셨고 10년을 엄마가 병간호를 하셨다.
또 아빠가 암이 걸리시고 두 분 병간호가 어려워 돌아가시기 전에는 요양원에 계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임종을 지켜 드린 것.
그렇게 원하시던 증손주가 태어난 것.
치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강아지'라며 좋아하신 것.
# 산에 갈때 마다
약을 먹지 않은 날 새벽 두시에 눈이 떠진다.
그 언젠가 술을 마시다가, 사랑채에서 잠을 못 이룰때 가끔 새벽 기차를 타고 산에 가듯이
치악산엘 갔다.
보고 싶은 사람들의 쓸쓸한 소식들은 그들도 나도 어쩔 수 있는 건 없다.
다만 해와 바람이 잘 드는 산 정상에 그들의 안위가 뽀송한 빨래 처럼 마르기를 바래본다.
잔뜩 낀 구름에 일기예보는 비 소식이 있다.
또 할머니 말씀이 생각난다.
# 그래서 할머니를 찾아 간다.
할머니는 굳이 할아버지랑 죽어서도 같이 있기 싫으시다며 집에서 꽤나 떨어진 곳에 산소를 장만해 놓으셨다.
유물론자 주제에 할머니에게 말을 건다.
"너무 오랜만에 와서 죄송해요"
# Epilogue
"올해는 슈슈랑 같이 가볼까? 소백산 철쭉 보러"
하나 밖에 없던 친구랑 맞짱을 뜨고 또 혼자가 된 아들에게 다른 경험을 주고 싶은 그대가
청한다.
또 아들의 체력이 정상에 닿지 못할까봐 걱정을 한다.
" 괜찮아. 퍼지면 내가 업고 가지 뭐"
그렇게 우리 세 식구는 기후 이상으로 보기 힘들어진 소백산 산철쭉을 보고 왔다.
할머니가 나를 덜 안스러워 하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