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배운다- 글쓰기 동아리 '웃음'
'보컬이 필요해요.'
등산모임에 뜬금없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보컬이 필요하다니.'
궁금하면서도 괜히 하고 싶다는 기대감을 글을 읽어 보았다.
기타를 가르치고 작곡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에서 입상한 경력을 적어 두고 새로운 목소리를 가진 참신한 보컬을 구한다고 썼던 것이다. 등산모임에 올린 이유는 급히 필요하기도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해 본다고 적어 두었다.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노래방에서 노래 좀 불러 봤고 술 한 잔 들어가면 '나는 가수다.'를 찍을 용기도 생기는 나는 맨 정신에 한 번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기회라고 생각했다. 연락처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짧게 인사하고 어떤 취지이며 어떤 사람을 구하는지 전해 들었다. 그리고 무반주로 노래한 녹음 파일을 보내 달라고 했었다. '녹음은 가서 하는 게 아니었나?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며 자신감이 떨어짐은 느꼈다.
"녹음을 해 본 적이 없는데요."
"하하하" 웃는다.
그리고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노래를 녹음해서 파일을 자기에게 보내면 듣고 적합한지 아닌지 판단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네 번을 들었다. 녹음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하는 건지 가르쳐 줄거라 생각했고 그 방법에 대해 대답해 줄거라 생각했다.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 그리고 웃는다.
"어떻게 하면 되죠?"라고 물었다.
"하하하" 또 웃는다. 그리고 또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그리고 이렇게 덧 붙인다.
"보컬은 아무나 뽑을 수는 없고 노래를 녹음해서 파일을 보내주시면 듣고 판단하겠습니다?"라고 다른 말이 아닌데 또 한다. 그리고 또 웃는다. 답답한 마음에 짜증이 났다. 그리고 나는 그 웃음소리가 싫었다. 비웃음으로 들렸다. 조롱 같았다.
'노래방에서 술 마시고 노래를 부르다 보니 노래 잘하는지 알고 보컬이란 걸 해 보려는 거지. 너 같은 사람은 많아 잠깐의 호기심을 받아주고 싶은 생각 없으니 빨리 전화 끊자.'라고 조롱하며 비웃는 것 같았다.
"근데 왜 웃으세요?"라고 불쑥 내뱉었다.
"무슨 뜻입니까?"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말하실 때마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시면서 자꾸 웃으시잖아요. 혹시 비웃으시는 건가요?"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지 마세요. 내가 사람이 필요해서 설명한 것이고 친절하게 하려고 웃었을 뿐인데 비웃는다고 생각하시는가요? 대단히 무례한 말을 하시면 안 됩니다."
"아니라면 제가 오해했나 봅니다."라고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를 했지만 난 조롱받은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바빠서 이만 끊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나에게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 나의 기대는 사소한 방법조차 모르면서 말부터 시작한 나 자신한테 실망했지만 그 원인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 탓을 하고 싶어서 비웃음과 조롱이라는 감정을 받은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런 생각을 한다고 반성하는 척 하지만 사실 '근데 왜 웃으세요?'라는 말을 했을 때 알고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란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웃음은 그냥 웃음이었을 뿐인데 내 맘이 어떠냐에 따라 비웃음이 되고 조롱이 되어 버리다니 나를 왜곡하는 모든 것은 내가 왜곡하고 있는 것임을 알면서도 왜 그러지 못하는 건가 싶다.
어쩌면
지금도 왜곡하는 중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