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시 호텔 투숙기
호텔은 비쌀수록 무조건 좋을까?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금액대가 높을수록 당연히 그 호텔에 대한 기대는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고가의 호텔들은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와 시설 퀄리티 그리고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러니 고가의 호텔에 가면 '좋다'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지불한 금액에 비해 조금이라도 부족한 서비스 혹은 퀄리티를 맞닥뜨리면 우린 바로 '불만'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금액대, 가령 10만원대의 호텔들은 좋지 않을까?
우린 그곳들 또한 '좋다'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좋다.
여기서 핵심 포인트가 나온다.
호텔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벗어나 비일상적인 하루를 보내기 위해 가는 곳이기 때문에 '좋다' 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호텔을 가던 나를 챙겨주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하루를 살 수 있게 도와주니 말이다.
좋고 나쁘고의 기준이 금액대가 아닐 수도 있다.
이제 차이는 '얼마나 좋다고 느꼈는지'이다.
그 호텔에서 하루 동안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아무리 비싼 곳이어도 경험이 좋지 않으면 그 호텔은 '안 좋은 곳' 이 되어버리는 것 처럼.
그럼 반대로 가격대가 저렴한 호텔들은 어떨까.
딱 그 가격만 한 서비스나 시설이면 '역시 싼 게 비지떡인가' 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경험하게 되면
'오??!! 이게 뭐야 가성비 미쳤는데?' 라며
지인들에게 아낌없이 공유한다.
요 근래 다녔던 호텔 중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곳이 하나 있다. 그리고 나의 글을 꾸준히 읽어주신 고마운 여러분께 얼른 공유하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그곳은 바로 지난 7월에 다녀온 목시호텔.
단돈 8만원에 상당히 뛰어난 가성비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약간 설렌다.
도대체 어떤 경험을 했는지
글과 사진으로 살펴보자.
가끔은 호텔을 갈 때 걸어가는 것도 좋아한다.
걸어가다 보면 이 호텔 주변의 분위기는 어떤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날은 종로 2가 사거리에서 목시 호텔까지 걸어가 보기로 한다. 도보로 한 10분~15분 걸렸다.
탑골공원을 지나 낙원상가를 지나간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 쪽 동네를 지나갈 땐 항상 또 다른 서울을 보는 느낌이 든다. 회색빛 신식 건물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는 강남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이다.
나시 차림으로 돌아다니시는 로컬분들, 공원에서 바둑을 두시는 분들 그리고 그 바둑 경기를 구경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맞은편엔 한국화 재료를 파는 다양한 필방들과 북촌 손만두를 한 번씩 먹게 되는 인사동. 그리고 낙원상가가 이 동네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굳혀준다.
그렇게 낙원상가를 지나 종로3가역 쪽으로 향한다. 헤어커트 3천원, 국밥 5천원 등등 세월이 흘렀지만 이 동네의 가격은 옛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가격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정취라고 해야 할까.
서울에서 보기 드문 동네다운 정감이 있는 동네에 과연 어떻게 호텔이 들어섰을까.
그리고 잘 어울릴까? 더욱 궁금해진다.
그러던 찰나 한 건물이 눈에 띄었다.
찾았다. 저기가 바로 목시 호텔이었다.
그리고 목시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강렬했다.
우선 노트북을 비롯한 짐들이 있으니 얼른 객실에 갖다 놓고 호텔을 둘러보고 싶다.
건물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라운지처럼 생긴 공간이 바로 딱 보인다.
세상에, 너무 잘 꾸며놨다. 저기서라면 하루 종일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코워킹 스페이스 '위워크' 같은 느낌이 나기도 했다.
일단 저곳은 조금 이따가 상세히 관찰하기로 하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아... 느낌이 왔다.
'얘네들 보통이 아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엘리베이터에서 이들이 어떤 무드를 선보이는 곳인지 알 수 있는 몇 가지 힌트들이 있다.
첫 번째가 바로 센스 있는 층별 안내. 보통은 깔끔한 고딕체로 층별 정보를 '직관적'이고 '명확하게' 전달하곤 한다. 하지만 이들은 반대로 간다.
휘갈겨쓴 손글씨와 눈에 확 띄는
네온사인 컬러를 사용했다.
젊고 자유분방한 느낌이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의 다른 쪽에선 목시호텔 관련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체크인을 하는 곳이 때마침 16층이다 보니 그 영상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영상에선 청춘남녀가 행복하고 즐거운 표정으로 파티를 즐기며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를 하는 장면들 위주로 담겨 있다.
핑크색, 보라색의 힙스러운 조명 빛 아래에 정장보단 가죽재킷을, 럭셔리함보단 트렌디함이 그리고 근엄함보단 젊은 청춘의 열기와 열정이 느껴진다.
아래의 영상을 보면 어떤 느낌인지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뜻밖에 목시호텔을 예습할 수 있다. 젊고 열정적이며 에너지가 넘친다.
어차피 16층까지 올라가야 하니, 목시호텔을 제대로 처음 느껴보기 전에 이런 식으로 예습(?!)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왠지 이 곳 기대가 된다.
재미난 경험을 할 것만 같다.
16층 도착.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오우 상당히 신기했다.
여기가 바인지 체크인을 하는 곳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보통의 호텔에서 체크인을 할 땐 정말 '이제부터 진짜 호텔에 들어왔구나' 하는 기분이 강하게 들기 마련인데 목시호텔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바에서 음료를 주문하듯 체크인이 진행이 된다. 체크인을 진행하면서 잠시 주변을 살펴보았다.
어차피 바는 낮시간엔 운영이 되지 않기에 바에 있는 의자와 테이블들은 체크인을 할 때 잠시 앉아서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그리고 루프탑 테라스로 나갈 수가 있다. 그렇게 엄청 넓지는 않지만 남산타워가 보이는 뷰와 서울 강북(특히 종로~종각) 쪽의 뷰를 즐길 수 있다.
밤에 오면 특히 그 매력이 더해질 듯하다.
그렇게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던 도중 직원분께서
'웰컴 드링크는 3가지 중 어떤 것으로 하시겠습니까?'라고 하셨다. 그래서 메뉴를 살펴보니 오렌지 한라봉 무알콜 시그니처 칵테일이란 설명이 써져 있는 'MOXY LA'BONG'이 눈에 띈다.
뭘 마실지 모를 땐 그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를 선택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시그니처인 MOXY LA'BONG이 더 마셔보고 싶다. 이 외에도 아메리카노와 티(잉글리시 블랙퍼스트, 페퍼민트, 카모마일) 이 있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체크인하는 공간이 바 공간이라 그런지 원하는 웰컴 드링크를 말하자마자 즉석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방식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
사실 내가 예약했던 객실 패키지엔 엄청난 것들을 담아놓았다.
One to Four 27 Hours Stay Package.
이름부터 뭔가 예사롭지 않다. 이 패키지 안엔 넷플릭스를 시청할 수 있는 것과 캔맥주 2개 그리고
맥주와 곁들일 수 있는 간단한 스낵류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 체크아웃이 오후 4시라는 것.
이 곳에선 시간에 쫓기듯 체크아웃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막 체크인했지만 맘이 편안하다.
웰컴 드링크, 맥주와 스낵을 한 아름 안고 객실로
내려가 보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눈 앞에 보인 것이 있다. 벽에 지금 여기가 몇 층인지 커다랗게 그래피티로 그려져 있다. 아까 목시 호텔 들어오는 입구도 그래피티가 커다랗게 있었다.
어쩌면 정말 이들은 '힙'함과 '자유분방함'을 일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듯하다.
심지어 흥까지 돋는 느낌이다.
괜히 신난다.
객실은 과연 어떨지 너무 궁금하다.
객실도 막 이들이 추구하는 것처럼
힙하고 트렌디할까?
객실 키를 찍고 객실 문을 연다.
어..?
생각보다... 수수하다.
뭐랄까 목시의 브랜딩과 다른 시설들은 외출할 땐 머리에 왁스도 바르고 옷도 예쁘게 차려입은 느낌이었다. 객실은 정 반대이다. 오히려 예쁘게 꾸미고 밖으로 나갔다 들어와서 껍데기에 집중한 '나'가 아닌 진짜 본연의 '나'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집에서 대충 입는 목 늘어난 티셔츠에 방금
막 자다 일어나서 까치집이 된 헤어스타일.
하지만 정말 편안한 그런 느낌.
이 객실이 딱 그런 느낌이다.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다. 오히려 편안하다. 만약 객실마저 힙스러웠다면 조금 피곤했을 듯하다.
목시호텔은 객실에서만큼은 '쉼'에 집중하는 듯하다.
객실을 보면 그렇게 넓지도 작지도 않다.
제한된 공간일수록 공간 활용 능력은 빛을 발휘한다.
이들은 상당히 센스 있었다.
화장실과 욕실의 공간을 분리해 놓은 것 하며 침실과 화장실&욕실은 전신 거울을 미닫이 문처럼 활용하는 공간 센스까지.
만약 여기가 미닫이 문이 아닌 여닫이 문이었다면 공간이 더욱 좁게 느껴졌을 것이다.
커다란 옷장 대신 봉을 달아놓아 그곳에 옷들을 걸어놓을 수 있는 센스까지.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신경 쓰였던 것이 하나 있다. 벽에 뭐가 걸려있다. 저게 뭘까.
처음엔 뭐 그냥 객실 인테리어 소품인가? 싶었다.
가까이 가보자.
그러자 'BE AWARE! HEAVY!'라는 문구를 보고 깨달았다. 아 이거 의자구나!
문구마저 센스 있다. 만약 딱딱하게 '무거우니 주의하십시오'라고 작성되어 있었다면 이 목시호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완벽하게 깨부셨을 것 같다.
그리고 의자를 들 생각조차 안 했을 것이다. 이런 작은 문구 하나마저 이 브랜드의 경험을 만들어 낸다. 인상 깊다.
객실 안에 의자를 하나 더 깔아놓을 수 있다.
아무래도 수페리어 '트윈룸'이다 보니 객실 안에 테이블과 그 주위에 의자 2개를 깔아놔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의자를 2개 씩이나 깔아놓자니 객실이 비좁아 보일 것이 뻔하다.
그래서 이들이 내린 선택은 그래, 그럼 의자를 걸어놓자! 필요할 땐 꺼내서 쓰고 다 쓰고 나면 다시 걸어놓을 수 있게 말이다. 심지어 가구 매장의 센스 있는 디스플레이를 보는 기분마저 들었다. 이런 센스는 배워가야 한다.
침대와 침대 사이에 설치된 객실 컨트롤러와 2개의 USB 포트들 그리고 220V 콘센트까지.
그리고 침대 머리맡에 설치된 독서등까지. 정말 공간 활용 능력도 좋지만 사용성까지 놓치지 않는 이들의 섬세함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객실에서 생활하는 내내 그렇다 할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아늑했고, 편안했다.
'호텔!!' 이란 느낌이 아닌 뭐랄까 잘 꾸며놓고 사는 재주 좋은 친구의 자취방에 놀러 온 기분이다.
뭐니 뭐니 해도 넷플릭스를 즐길 수 있는 스마트 TV가 가장 인상 깊었다. 이따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치고 밤이 되었을 때 침대에 편안하게 누워서 넷플릭스를 즐길 생각이다.
그리고 잠시 잊고 있었는데 우리에겐 체크인 때 받은 캔맥주와 스낵까지 있다. 준비는 이미 끝났다.
이제 객실을 어느 정도 보았으니 다른 곳으로 이동해보려 한다.
그리고 미리 말하지만,
목시호텔에 반한 이유는 바로 이 곳 때문이다.
2층 라운지 도착.
세상에. 여긴 대체 뭘까. 진짜 패스트파이브나 위워크와 같이 일 하고 싶은 욕구를 뿜뿜 끌어올려주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떠오른다.
목시호텔은 브랜드 설계 당시 '밀레니얼'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졌고 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이 공간을 가만 보고 있으면 특이한 것이 하나 있다. 여러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에 콘센트가 사용하기 편하게 설치되어 있다. 심지어 콘센트!!
이 콘센트를 보자마자 감동받았다.
전자기기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세대들의 니즈를 정확히 짚었다. 콘센트를 이용하려고 상대방과 눈치게임을 벌일 필요가 없다.
스타벅스에 가면 커다란 테이블엔 항상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기 콘센트가 있는 것 같다. 그 테이블에서 누군가는 작업을 하고 있고, 책을 읽고 있으며, 영화를 보고 있기도 하다.
어쩌면 이 '나 혼자 왔지만, 함께 있는' 듯 한 느낌을 추구하는 밀레니얼들의 정서에 딱 적합하지 않나 싶다. 사실 나만 봐도 그렇다. 누군가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고 독립적인 존재로 있고 싶지만 그렇다고 너무 혼자는 너무 외롭다. 고독함은 좋지만 외로운 건 싫다.
목시호텔은 밀레니얼들의
이런 사소한 '감정'마저 파악한 듯하다.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갔을까. 이상하게 상당히 편안하다.
호텔에 왔다기보단 정말 뭐랄까
우리들만을 위한 파티룸에 온 기분이다.
그리고 라운지엔 뭐 뽑아 먹을 수 있는 자판기가 있으며, 커피나 티를 마실 수 도 있게 되어 있다.
2층 라운지 안쪽은 더 재밌다.
안쪽에는 보드게임과 각종 서적들이 놓여있다. 그리고 한 번 앉으면 일어나는데 큰 용기가 필요한 푹신한 소파들이 있다. 여길 내가 평일에 와서 사람들이 없었지만, 순간 사람들이 많았을 땐 얼머나 에너지가 넘칠지 머릿속에 그려진다.
금액대가 어느 정도 나가는 고가의 호텔들은 '개인화 서비스'에 초집중을 한다.
그러다 보니 고객이 언제 어디서 뭘 불편해 하진 않을지 투숙객들을 꼼꼼히 살핀다.
이 점이 편하고 좋을 때도 있지만
가끔은 은근히 신경 쓰이곤 했다.
나 혼자 조용히 쉬고 싶고 내 할 일을 하고 싶은데 뭔가 감시받는 느낌이랄까. 목시 호텔은 애초에 직원의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다. 앵간한 것들은 모두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고자 하는 모습이 보였으며 호텔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필수 인력들만 있어도 호텔이 돌아가는데 전혀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이런 요소들 덕인지 라운지에서도 직원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마 이 때문에 더욱 편안하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정말 오랜만에 라운지에 작업에 몰입할 수 있었다.
만약 필요한 것이 있으면 라운지에 설치된 전화기를 이용하면 된다. 이 전화기는 직원과 바로 연결이 된다.
목시 호텔의 매력은 라운지에서 그치지 않는다.
호텔 문 밖으로 나가서 30초도 안 되는 거리에 익선동이 있다. 익선동과 가깝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울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냥 길 하나 건너면 끝이다!
이건 진짜 목시 호텔이 가진 엄청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감탄이 나올 수밖에. 어떻게 여기에 호텔을 올릴 생각을 했을까.
위치마저 밀레니얼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호텔의 위치도 호텔의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선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목시호텔에 대한 좋은 경험들이 점점 극대화되는 순간이다.
익선동은 정말 한옥을 리모델링하여 현대스럽게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라 갈 때마다 많은 영감을 받곤 했다. 가능하다면 정말 자주 가고 싶은 동네 중 하나이다. 하지만 사실 익선동은 주차하기도 참 애매하다.
위치도 살짝 애매한 편이라 자주 오는 곳은 아니었다. 근처로 볼 일이 있거나, 명동에 올 일이 있을 때 잠깐씩 들리는 곳이었다.
그런데 목시호텔에 투숙한 이상, 그동안 못 갔던 익선동을 맘껏 드나들 수 있다!
익선동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ㅁ'자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밤에 이 풍경을 내려다보면 그렇게 운치 있다고 한다. 목시호텔에선 익선동을 바라보는 뷰도 있다.
아쉽게도 내가 묵었던 객실은 '낙원상가' 쪽을 바라보는 뷰였다. 다음에 목시 호텔을 오게 된다면 꼭 '익선동'뷰를 볼 수 있는 객실로 요청해야겠다.
낮엔 목시 호텔 라운지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책을 읽던 아직 다 하지 못했던 작업이나 업무를 조금 본 다음,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익선동에서 이색적인 저녁 시간을 보내면 된다.
호텔을 세우고 싶다는 목표가 어쩌면 막연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막연하단 생각이 들지 않도록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호텔들을 관찰하고 책을 읽으며 글을 쓰는 일이다.
그래서 1박에 10만원 미만 호텔부터 하루에 60만원이 넘는 호텔까지 다양한 곳들을 사비 털며 다니게 되었다. 호텔마다 각자 가진 매력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어떤 호텔에선 그저 '편안하다~ 좋다~' 하고 끝나는 반면 어떤 호텔에선 '오우, 이런 곳이라면 여기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곳들이 있다.
과연 이 둘 사이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목시 호텔에서 하루를 머물며,
한 일주일 정도 살아보고 싶어 졌다.
규모가 큰 호텔처럼 시설이 화려하거나, 서비스가 최상급이라던가, 이용할 수 있는 부대시설의 종류가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살아보고 싶단 생각을 했을까.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이렇게 생각한다. 너무 현실에서 동떨어진 공간이 아니어서 이지 않을까.
보통 금액대가 높은 호텔일수록 일상에서 완벽하게 분리된 공간을 선보인다. (물론 상위 1%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면 럭셔리 호텔들마저 식상하게 느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 말을 쉽게 하면 우리가 평소에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모아 놓았다는 소리이다. 객실의 시설부터 가정집과는 확실하게 다르며, 우리가 하루 혹은 그 이상을 호텔에 머물면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들은 직원분들이 해결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몸은 상당히 편하다. 물론 마음도 편하다. '아 역시 돈을 쓴 만큼 좋구나'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살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철저히 이 곳은 '잠시 머물다 가는 곳' 이란 인식이 박혀 있다.
목시호텔은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이 곳에선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너무 편안한 나머지 집으로 돌아가기 귀찮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생각해보니 익선동과 목시호텔은 꽤 닮은 점이 하나 있다. 익선동은 한옥을 현대식으로 활용한 것 때문에 이색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겉은 한옥이지만 안은 뭐라 말로 명확하게 형언할 수 없는 '요즘 감성'으로 풀어내 반전 매력을 보여주곤 한다. '우와 여기에 이렇게?!'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목시 호텔은 겉모습만 봤을 땐 '흥'이 돋는 공간이며 왠지 나도 모르게 신이 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객실 문을 딱 열면 세상 아늑하다.
객실마저 힙스러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그래서 더욱 반전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목시 호텔의 결정적인 것은
이렇게 해서 8만원이라는 것이다.
호텔들 사이에서 1박에 8만원은 저렴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이 날 하루동안 8만원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라운지에서 체크아웃 하기 직전까지 쾌적하게 글을 쓰고 나왔기 때문에 80만원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목시호텔을 한 줄 요약 하면
'역대급 가성비 호텔' 이다.
심지어 패키지로 객실을 예약했기 때문에 8만원이지 만약 패키지를 끼지 않았더라면 8만원보다 더 아래로 가격이 떨어졌을 것이다.
상당히 훌륭하다.
사비 털어 호텔 리뷰하는
호텔 리뷰어 체크인이 호텔 투숙기는
계속 이어진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구독과 라이킷)
p.s 생각해보니 이 가격으로 목시 호텔에서 1주일을 살면 시그니엘 1박 금액이다.
브런치엔 아무래도 '경험'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객실의 세세한 '정보'가 다소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목시호텔 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보고 싶으신 분들께선 제 블로그에서 확인해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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