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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메이커 체크인 Sep 04. 2020

무작정 갔다가 매력에 빠져버린 호텔

안테룸 서울 투숙기


호텔을 세우겠다는 나의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호텔들을 관찰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다. 그렇게 벌써 4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보니 요즘 이런 고민이 하나 생겼다.


'과연 집처럼 편한 호텔은 없을까'


사실 호텔들은 모두 편하다. 솔직히 매일 먹고 자는 집보다 편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체크아웃을 하면 그 여운은 오래가지 못했다. 우리가 집에서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갈 때면 항상

그동안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여운이 남는데 말이다. 물론 한 공간에 오래 머물다 보니 애정이 쌓여 그럴지도 모르겠다.


호텔은 짧게는 하루 길게는 며칠씩 머무는 곳인데, 

그럼 영영 집처럼 여운이 남는 그런 곳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그렇게 고민을 하던 도중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어떤 모르는 계정이 내 콘텐츠 '좋아요'를 눌렀다. anteroom_seoul?? 이게 뭐하는 계정이지? 궁금해서 들어가 봤다.


놀랍게도 이 곳은 가로수길에 새로 생긴 호텔이었다.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난 몰랐다. 기적같이 나에게 다가온 이 호텔이 엄청나게 짙은 여운을 줄 것이라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집처럼 편안하고 아늑하다는 생각과 

며칠 더 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리고 이 곳은 나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8월 14일에 가오픈한 안테룸 서울. 

이 호텔이야 말로 정말 정보가 없었다. 지금은 공식 홈페이지가 멋스럽게 잘 되어 있다. 

하지만 저때 당시만 해도 공식 홈페이지는 닫혀 있는 상태였고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들어가도 사진 몇 개 말곤 객실에 대한 정보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사진이라곤 그저 호텔 예약 중개 홈페이지인 아고다에 올라온 몇 장의 객실 사진들 뿐.


그래서 좀 불안했다. '아 이거 가도 괜찮으려나, 정보가 너무 없는데...'


'그래 까짓 거 가보자!'

과감히 모험을 해보지 않는 이상 이게 실패인지 성공인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선택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호텔 입구에 들어가려는데 호텔 로고 간판을 보수 작업하는 모습이 보인다.

'와 내가 정말 가오픈하는 호텔에 왔구나' 싶었다. 완벽하게 준비를 마친 상태가 아닌 그 과정을 눈으로 보고 있으니 괜히 마음이 설렜다.


나도 언젠가 저런 날이 오겠지.


입구로 들어가 보자. 어 근데 좀 특이하다. 호텔 1층엔 베트남식 요리를 판매하는 '아이뽀유'가 있었고 지하엔 로비와 갤러리가 있다. 점점 나의 호기심은 커져만 간다. 


오케이. 

일단 체크인부터 해보자. 로비로 내려간다.




#로비


로비의 문이 열리자마자 이들의 센스에 눈이 초롱초롱 해졌다. 

내 눈 앞에 보인 것은 바로 원단 위에 프린팅한 층별 안내도.

그리고 이걸 마치 욕실에서 수건 걸어놓듯 걸어 놨다는 것. 임팩트가 강했다. 무심하게 신경 쓴 듯한 역설적인 매력이 돋보인다. 


뭔가 색다른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는 곳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은 사방팔방 하얀 공간인 화이트 큐브. 그냥 여기만 보면 아트갤러리이다. 

'내가 잘못 왔나?' 싶었다. 분명 갤러리는 한 층 더 내려가야 하는데...

그렇게 멈칫거리자 멀리 직원분께서 체크인을 도와준다고 한다. 맞게 왔구나.



체크인을 진행하는 내내 주위를 두리번거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 호텔의 로비 느낌이 아니었다. 아트 갤러리에 와서 발권하는 느낌이 강했다.

상도동에 있는 핸드픽트 또한 프론트 데스크가 구석에 숨어있다. 프론트 데스크가 정면으로 크게 있으면 괜히 부담감을 느끼는 투숙객들의 심리를 고려한 걸까. 

이 곳도 마찬가지였다. 부담을 느끼기보단 오히려 편안했다.


프론트 데스크 옆엔 굿즈들이 놓여 있었다. 

근데 굿즈라고 해서 볼펜, 메모지 이런 게 아니었다. 퍼퓸 스프레이, 가방, 어메니티 들이었다. 새롭다.

처음엔 저기에 저걸 왜 놔두었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난 이 것이 하나의 큰 그림이 었음을 객실에 들어가서 알게 되었다.

 


체크인을 할 당시 프론트에서 다음날 먹을 조식까지 결제한다. 18,000원이다. 

조식 먹는 곳은 아까 1층에서 봤던 베트남식 레스토랑에서 진행이 된다고 한다.

그다음 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곳은 이미 가로수길 일대에서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점심시간엔 줄을 서고 기다리더라.


아침부터 쌀국수를 먹으면 어떤 기분일지 기대를 안고 객실로 올라간다.




#18층 도착


내가 예약한 객실은 안테룸 서울에서 가장 높은 층에 있고 가장 넓은 객실인 '아뜰리에 룸'이었다. 가오픈 당시 13만원 선이었기 때문에 '어? 생각보다 가격대가 괜찮네?' 하며

결제를 했었다. 지금은 가격이 조정되어 10만원 후반 20만원 초중반대의 가격이라고 한다.


18층 도착. 엘리베이터를 내리자마자 이들의 일관된 디테일을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까 로비에서 봤던 그 원단위에 프린팅 된 안내판이 이 곳에서도 고스란히

적용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돈을 많이 들여서 남들과 비슷하게 할 수도 있지만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 아이디어만으로도

호텔 경험을 좋게 할 수 있구나. 한 수 배웠다.


그러게 감탄을 하던 도중 객실 앞에 도착했다.





#아뜰리에룸


아뜰리에룸이 안테룸 서울에서 가장 넓고 최고증에 있는 객실이다. 음 일반 호텔로 치면 '스위트룸'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드디어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연다. 그리고 내 눈 앞엔 이런 광경이 펼쳐졌다.


안테룸 서울 아뜰리에룸


뭐랄까, 고된 하루를 마치고 터벅터벅 집으로 들어와 가방을 아무 데나 내 팽겨 치고 눕고 싶은 느낌이다. 그 정도로 아늑하다. 낯선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익숙하다. 본격적으로 객실 영상을 찍기 전에 객실을 두리번거린다.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ㄱ'자로 되어 있는 소파이다. 세상에, 커피 한 잔 내려서 저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정말 뭘 해도 잘 될 것 같다는 생각.


안테룸 서울 아뜰리에룸


이 객실 안엔 재미난 디테일들이 숨어 있다.


첫 번째는 바로 파자마이다.


보통 우리가 호텔에 가면 객실에 샤워가운이 있기 마련이다. 

1박만 하는 경우 다음날 입을 여벌의 옷을 준비하거나 그마저 귀찮으면 정말 갈아입을 속옷을 제외하곤 그냥 몸만 덩그러니 가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객실 안에 샤워가운이 있으니 믿고 간다. 하지만 이 곳은 파자마를 갖다 놨다. 남성용 1개 여성용 1개.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이게 뭘까. 입어도 되는 걸까? 괜히 입었다가 다음날 청구되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이럴 땐 역시 프론트데스크에 전화해서 물어보는 게 상책이다. 전화를 건다.


'객실 안에 파자마가 있던데 이거 착용해도 되는 건가요?'라고 물어봤고 착용해도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신 가지고 가는 것은 안된다. 알고 보니 이 파자마는 착용을 해본 후 맘에 들면 구매를 할 수 있는 형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먼저 체험을 해본 후 이게 나한테

괜찮은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을 한 후에 결정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막상 입어보지도 않고 덥석 구매했다가 실패했던 경험들이 한 번씩은 있지 않던가.


매트리스를 100일 동안 써보고 결정하게 만드는 '삼분의일'과 원하는 안경 디자인을 먼저 집으로 배송받아 본 후 구매 결정을 하는 '와비파커'가 떠올랐다.

안테룸 서울 또한 '경험 마케팅'에 집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놀라웠던 것은 파자마뿐만이 아니었다.


객실엔 웬 가방 하나가 걸려있다. 

어! 저 가방 아까 체크인할 때 프론트 데스크 옆에서 봤던 가방이다.

가방 외부 포켓엔 객실 슬리퍼, 메모지와 펜 그리고 퍼퓸 스프레이가 들어있다.

 


세상에. 이 스프레이는 뭐지.

심지어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브랜드인 '그랑핸드'와 협업하여 만든 제품이었다. 당장 뿌려봐야겠다.


생각을 해보니 호텔을 갈 때 난 항상 작은 사이즈의 향수를 꼭 들고 다녔다. 다음 날 같은 옷을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옷에서 나는 잡내를 없애기 위함이 크다. 하지만 깜빡하고 향수를 두고 올 경우엔 옷에 냄새가 스며들지 않도록 조심조심하게 되었고 이는 꽤나 불편했다.

하지만 이렇게 객실 안에 퍼퓸 스프레이를 배치해놓으면 이와 같은 고민은 안 해도 된다. 이 얼마나 세심한 배려인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저 퍼퓸 스프레이는 침구류, 방, 의류 등에 뿌려도 되는 용도이다. 향이 궁금해서 허공에 대고 한 번 뿌려본다.

오, 한 번 뿌렸을 뿐인데 되게 편안한 향이 난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자꾸 맡고 싶은 향이다. 슬며시 입고 온 옷에도 몇 번 뿌려준다.  

다음 날은 새 옷 입은 것처럼 쾌적하게 옷을 입을 수 있겠다. 이렇게 직접 사용해보고 만족했을 경우 구매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이들의 디테일에 다시 한번 감탄할 뿐이다. 그리고 이 스프레이를 안테룸 굿즈 중 하나인 가방에 이렇게 넣어놓다니. 센스가 참 훌륭하다. 이 경험들을

절대 잊지 않겠다.


역시 호텔은 최고의 쇼룸이다. 하루 동안 직접 제품을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장'이다.

안테룸 서울은 호텔의 이러한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똑똑하다.


이런 디테일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탓에 혼자 신나서 이리저리 구경하고 있었다.

잠시 쉬어야겠다.


안테룸 서울 아뜰리에룸


소파 위에 앉아 잠시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니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이 화면 자체가

아름답단 생각이 들었다. 인위적이지 않고 상당히 자연스럽다. 어찌 보면 서울, 그중 가로수길만큼 인위적인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이런 감정을 느낄 줄이야. 아마 아래의 사진을 보면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공감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안테룸 서울 아뜰리에룸


해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이 날 따라 날씨가 좋았다. 하늘이 점점 분홍빛, 주황빛, 보랏빛이 섞이고 있었다.

아뜰리에룸엔 작은 테라스까지 딸려있다. 이 하늘을 그냥 놓칠 순 없다. 테라스 밖으로 나가본다.




#뷰


솔직히 가로수길에 위치했기 때문에 '뷰'는 1도 기대하지 않았다. 뭐 아무리 좋아봤자 건물뷰겠지 라는 생각.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저 멀리 한강이 보이고 남산타워가 보인다. 한강 다리 위로 지나가는 수많은 차들, 그리고 하염없이

흘러가는 한강이 이렇게 아름답다고 느낀 적이 언제 였을까.

 


이 뷰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갑자기 시간이 멈춘 듯 한 느낌마저 든다. 잠시 생각을 내려놓고 밖을 지긋이 바라보게 된다.

보통 호텔 뷰라고 해서 이렇게 까지 멍하게 감상을 해 본 곳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매일 같이 보던 서울이 잠시 새롭게 느껴졌다.




#욕실&화장실


여기서 안테룸 서울의 매력이 끝이라면 너무 섭하다.

놀랍게도 아까 그 뷰를 욕실에서 반신욕을 하면서 즐길 수 있다. 엄청 큰 욕조는 아니지만 이 가격대에 저렇게 아름다운 뷰를 보며 반신욕을 할 수 있다니.

이미 그 자체만으로 행복하다.



해가 완전히 다 떨어진 후 야경을 바라보며 맥주 한 캔과 읽을 책을 꺼내 들고 반신욕을 하기로 한다.

이 정도면 안테룸 서울의 이 아뜰리에룸은 본인의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뭔가 더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이미 충분하다.



그런데 욕실에서 마저도 인상 깊은 경험을 하게 된다.


사실 환경문제로 인해 호텔업계에선 1회용 어메니티 사용량을 줄이고 있는 추세이다. 2022년부턴 아예 금지된다. 그래서 여러 가지 대안책이 있는데, 어메니티를 판매하는 것,

리필형 디스펜서를 객실에 비치해두는 것. 그리고 하나가 더 있다.


바로 고체 샴푸.

고체 샴푸를 말로만 들었지 이걸 실제로 어떻게 사용할까 궁금했다. 놀랍게도 안테룸 서울은 '고체 샴푸'를 비치해놓았다. 너무 새로웠다.


위의 3가지 방법 중 고체 샴푸가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 생각한다. 물에 녹으면 모두 사라지고, 1회용 용기가 필요 없고, 샴푸 소재 또한 친환경으로 제작이 되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보단 더욱 친환경적이다.

 

안테룸 서울 아뜰리에룸 고체 샴푸


안테룸 서울은 간단한 설명서가 표기되어 있는 종이 박스 안에 3가지 고체샴푸를 넣어놨다. 샴푸와 2가지 바디워시.

하지만 여성분들 입장에선 이게 아직은 불편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긴 했다. 보통은 샴푸, 컨디셔너, 바디워시의 구성으로 되어 있다. 컨디셔너로 머리가 푸석해지는

것을 잡아주곤 하는데 아쉽게도 고체 샴푸엔 그런 기능이 보이진 않는다.


과연 이게 거품이 많이 날까?

라는 의심을 한채 사용을 해보니, 거의 샴푸 사용하는 것과 동일했다. '오오~ 신기한데' 라며 사용했으며 꽤나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1회용 어메니티를 어떻게 해결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를 직접 경험해본다는 생각에 신이 났을 뿐.


밤이 되니 주변이 더욱 조용해졌다. 잡음은 잘 들리지 않았다.

이제 하루를 마무리를 하며 내일은 어떤 일을 할지 정리하고 책을 꺼내 든다.


아, 침대 머리맡엔 미니멀하게 생긴 독서등과 객실 조명 컨트롤러 그리고 콘센트와 USB 포트가 있다.

참,,,, 이런 디테일에 뛰어나다. 여러모로 재미난 공간이다.


안테룸 서울 아뜰리에룸




#다음날 아침 | 조식 (아이뽀유)


난 조식과 루프탑 카페를 가기 전까지 안테룸 서울의 경험은 아주 훌륭하게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정점을 찍는 순간은 지금부터였다.


아침 8시가 되었을 때쯤 부스스한 상태로 조식을 먹으러 내려간다. 전날에 맥주를 마셔서 배부른 줄 알았는데 자면서 모두 소화가 된 내 배 상태가 신기하다.

비몽사몽 한 상태로 1층 아이뽀유에 들어간다.


아니 근데 이건 또 뭐람.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왠 다른 세상에 들어온 기분이다. 

사방팔방 동남아 느낌이다.


안테룸 서울 아이뽀유

 

그렇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 이 곳은 베트남 요리를 파는 곳이다. 이 공간만 보면 정말 동남아에 여행 온 듯하다.

공간이 가진 힘은 정말 위대하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아침부터 먹는 쌀국수는 어떨지 궁금했다. 그리고 곧 내 눈을 의심했다. '아니.. 저...'

쌀국수만 나오는 게 아니었다. 한정식 집에 가서 찌개를 시키면 온갖 반찬들이 곁들여져 나오는 것처럼 나온다.

이렇게 말이다. 주문할 때도 안내를 받긴 했지만 막상 이렇게 접하니 양이 생각보다 많다. 그래서 좋다.

양 많이 맛있게는 진리이지 않던가.


안테룸 서울 아이뽀유 조식


아침부터 든든하게 챙겨 먹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체크아웃을 하면서 보니까 여기서 점심을 먹으려 웨이팅 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미 맛집으로 소문이 난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이 호텔의 하이라이트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후... 여기까지 인내하시고 읽어주신 분들께선 이제 그 노력의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안테룸 서울의 필살기는 루프탑 카페에 있었으니.




#루프탑 카페


여기는, 사실 장문의 글로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헙!' 하면서 입을 틀어막는 곳은 몇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긴 그중 하나이다.

여기가 진짜 서울 맞나 싶을 정도이니 말이다. 아래의 사진으로 일단 먼저 보자.


안테룸 서울 루프탑 카페


아무래도 이 공간을 기획한 사람은 잘 놀 줄 아는 사람인 듯하다.

창문으로 벽면을 막아버리지 않고 이렇게 시원하게 뚫어 놓을 줄이야. 덕분에 맑은 하늘 아래 강북 쪽이

한눈에 보인다. 심지어 창가 근처에 있는 의자들은 저 뷰를 꼭 만끽이라도 하란 듯이 바깥쪽을

향해 있다. 진짜 재밌는 곳이다. 


때마침 운이 좋게 창가 맨 앞쪽 소파 체어 쪽에 자리가 비었다. 얼른 후다닥 가서 자리부터 맡는다.

그리고 커피를 주문한다. 


커피를 한 입, 바깥 경치 한 번, 책 한 줄.

내가 지금 이 시간에 이런 뷰를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행복은 크게 느껴야 한다며 '소소한' 행복이란 말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거야 말로 정말 하루 중 소소하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가로수길에서 이런 뷰를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놀라울 뿐이다. 안테룸 서울에선 자꾸 놀라기만 한다.


안테룸 서울 루프탑 카페


근데 여기 카페이긴 하지만 '아트북 스토어' 이기도 하다.

오잉 이게 뭔 소리인가 싶을 수 있다. 이 카페를 들어오는 입구엔 이렇게 서적들이 배치되어 있다.



디자인, 건축, 회화, 인문학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서적들이 있다. 근데 잘 살펴보니 꽤 흥미로운 책들이 큐레이션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책 구경하러 서점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최인아 책방, 스틸 북스를 특히 좋아하는 편이다. 이 곳에서 핵심적인 서적들만 모아놓은 느낌마저 든다. 맘에 든다. 담에 여기 오면 책 한 권 사가야 겠단 생각마저 든다. 


도대체 안테룸 서울은 매력의 끝이 어딜까. 이제 놀라는 것도 살짝 지친다. 

예술/디자인에 관심이 있거나 나처럼 관련업 종사자 라면 신이 나서 책들을 뒤적거릴 것 같다.


그리고 노트북을 들고 나와 작업을 할 수 있는 여유 공간까지 있으니 

다음번에 안테룸 서울에 투숙하러 온다면 짐 냅다 던져놓고 바로 이 루프탑 카페로 뛰어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저녁시간이 되면 여기서 맥주도 탁 한 잔 하면 정말 끝.





#여운이 짙게 남아버렸다


그동안 모았던 돈을 털어가며 호텔에 천만원 가까이 투자했다. 

그렇게 다양한 호텔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호텔마다 각기 다른 매력이 존재한다. 

1박에 60만원 이상의 금액을 썼을 땐 정말 나의 하루가 얼마나 럭셔리 해질 수 있는지 경험하곤 했다. 

그 경험 덕에 금액에 따라 호텔의 시설, 퀄리티, 서비스도 차이가 난다는 것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안테룸 서울은 상도동 '핸드픽트 호텔' 이후로 짙은 여운이 남는 곳이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옷도 나에게 맞는 옷을 입었을 때 비로소 태가 난다. 


럭셔리, 초호화 다 좋지만 

안테룸 서울은 딱 나에게 맞는 옷을 입는 느낌이었다.


럭셔리한 삶을 추구한다기 보단, 하루하루 내가 목표로 잡은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나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그런 느낌. 


DO WHAT YOU LOVE를 외치며 일 할 땐 확실하게 일하고 쉴 땐 격렬하게 쉬는 그런 느낌. 


단을 접어 올리지 않은 청바지에 흰 티셔츠에 찐한 뿔테만 썼을 뿐인데 뭔가 있어 보이는 그런 느낌.


내가 느꼈던 안테룸 서울의 모습이다.


그런데 왜 이 곳에서 강한 매력을 느꼈을까.

그리고 나름대로의 답을 찾은 듯하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공간을 선호한다.

비일상과 일상의 경계가 크면 클수록 현타는 더욱 크게 찾아오기 때문일까.


평소에 익숙지도 않는 럭셔리하고 고급스러운 공간 안에 들어가면 그 순간만큼은 '우와' 하며 좋아한다. 

하지만 정작 1-2시간만 생활을 해보면 편한 것은 둘째치고 괜히 어딘가 제대로 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고급스러운 곳은 종종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살고 싶단 생각보다 '그래, 오늘 하루정 돈' 이란 생각이 앞선다. 

이벤트성이 강하다. 잠시 환상 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머무는 순간은 좋지만 체크아웃하고 

집으로 가는 길엔 '현타'가 올 때도 있다.


하지만 안테룸 서울에선 '현타'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살고 싶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욱 강한 매력을 느낀 것이 아닐까.


만약 나처럼 뭔가 럭셔리하고 호화스러운 호텔보다

수수한 매력을 자아내는 호텔에 가서 편하게 있고 싶다면 이 곳을 슬쩍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여긴 조만간 다른 객실로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그땐 좀 더 길게 투숙할 것이다. 3일 정도?!

그리고 방금 예약을 완료했다. 이번엔 여기서 3일 동안 생활할 것이다.

과연 어떤 생활을 3일 동안 할지 기대된다!!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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