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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메이커 체크인 May 18. 2021

색 없는 사람의 찐한 결심

어떤 호텔을 세울 것인가


결핍은

집착을 부른다.


성인이 되어 셀카에 집착하는 사람은 어린 시절 외모에 대한 결핍이 있었다. 사람관계에 집착하는 사람은 어린 시절 왕따를 경험했던 적이 있었다. 이렇듯 뭔가에 '집착'한 다는 것은 과거의 어떤 '결핍'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결핍'을 알기 위해선 이런 질문이 필요하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놀랍다. 답을 모르겠다. 머리가 새하얘진다. 갑자기 소주가 땡기는 기분이다. 나만 이 감정을 느낄 순 없지.

지금 여러분들에게도 묻고 싶다. '여러분들은 어떤 사람인가?'


30년 살면서 이런 질문을 가지고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눠 본 적도 없다. 저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도 없다. '먹고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저런 질문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과 지난 달까지 몰랐다. 저 질문에 답을 못하면 절대로 성장 할 수 없다는 것을.


지난 1년간 호텔을 세우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호텔을 약 100군데 정도 다니며 다양한 결과들을 만들어 냈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렸다. 4개월 넘게 일부러 사람들과 멀리하고 나 혼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바쁜 것들이 하나 둘 씩 정리가 되고 나니 남은 것은 '개운함'이 아닌 '허무함'.


'내가 지금 뭐 때문에 이러고 있는거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나는 왜 호텔을 세우기로 했던가'로 이어졌고 끝내'내 인생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로 이어졌다.


이에 대한 답을 할 수 없었다. 일을 진행 할 수 없었다. 갑자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래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을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이 상태로 일을 했다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5일 동안 제주도에 내려가 '왜'라는 질문만 주구장창 던졌다.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호텔을', '왜 호텔을 세우고 싶어하는지' 말이다.


이 글이 누군가에겐 또 다른 자극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긴다.





[결핍은 집착을 부른다]

난 사람을 모으는 것에
집착했다.


현재의 나를 알기 위해서 과거의 나로 돌아갔다.
과거의 기준은 내 기억이 선명하게 닿는 곳 까지이다.과거의 나는 늘 스스로 색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초등학교 시절, 나의 주변엔 수학영재인 친구, 싸움 '짱'인 친구, 사진을 보지 않고도 쓱싹 그림을 그려내던 친구 등 각자 자신만의 색이 뚜렷했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았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싸움은 물론 그림을 잘 그리지 않았다. 그들을 보면서 항상 부러워했고, 친구였지만 질투를 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난 뭐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학생이 되면서 나의 고민은 더욱 짙어졌다. 사춘기에 접어들고 이젠 '재능'의 영역보단 '개성'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옷을 잘입는 친구, 말을 유독 웃기게 하던 친구, 자신만의 길이 뚜렷했던 친구 등 나의 주변엔 또 '색이 강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 때도 역시 나는 특별한 개성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색이 있는 사람들을 내 곁에 두고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고등학생이 되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개교이래 최초로 새로운 C.A(요즘은 뭐라고 표현하는지 모르겠지만 쉽게 말하면 동아리 활동)를 만들어 가장 인기있는 동아리를 만들었고 그 때 역시 개성이 강한 친구들이 모였었다. 아, 그 때 학교장 승인까지 받아가며 만든 동아리는 '보드게임 동아리' 였다. 그리고 빈교실을 아예 아지트로 삼아 버리기도 했었다.

성인이 되선 더욱 극대화 되었다. 미대로 진학을 한 나는 정작 같은 전공 사람들이랑 어울리기 보다 다양한 타과 사람들과 다니는 걸 좋아했다. 같은 걸 보더라도 각자 다르게 해석하는게 재밌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각 과의 사람들을 모은다면 재밌지 않을까?

미대이기에 주변 사람들의 색은 상당히 찐했다. 역시나 나는 그렇게 색이 강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을 하나 둘 씩 모으기 시작했다. 서양화, 한국화, 조소과, 사진, 시각디자인, 패션 전공자가 모인 아트크루를 만들었다. 수 차례 전시도 진행하고 학교 교수님께선 우리 전시장에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심지어 크루는 총 22명으로 늘어났었다.


대학 졸업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이어졌다. 1년에 딱 한 번만 모이는 연말 파티를 4년 째 이어가기도 하고, 앱을 만들어 보려고 사람을 모으는 등 꾸준히 '색'이 있는 사람들을 모았다. 그리고 열심히 달렸다.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나 스스로 색이 없다고 생각해서 였을까.

색이 강한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살 수 있는 길은 '사람들을 모으고 그 중심에 서서 열심히 노를 젓는 것'이라고 나 자신을 규정했다.


그럼, 사람들을 모으는게 뭐 그리 좋았을까.
이에 대한 답은 상당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내가 세우고 싶은 호텔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모으고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
새로움을.



색이 뚜렷한 사람들 사이에서 항상 들었던 말이 있다.

'너랑 있으면 항상 자극 받는 기분이야'

충격이다.
그 동안 난 스스로 색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런 나한테서 자극을 받는 다니? 난 그저 색이 강한 사람들을 곁에 두고 도태되고 싶지 않단 생각에 열심히 노를 저었을 뿐인데 말이다. 그러나 타인의 관점에선 나도 '색'는 사람이었다.


이 때 이후로 '색이 없는 사람은 없다'라는 생각이 내 안에 뿌리를 내렸다. 생각을 해보니 그렇다. 우리 모두는 생각과 가치관이 모두 다르다. 가정 환경, 교육 상황, 보고 자란 환경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눠도 풍성한 대화가 이어질 수 있다. 사람이 모인다는 것은 다양한 색이 모인다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다양한 관점/가치관이 한 자리에 쏟아질 수 밖에.


그러던 도중, 생각치도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 '자극'을 받는다. 그 자극은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혹은 반대로 상대가 색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한다. 이렇게 사람이 모이면 서로를 자극하고, 크리에이티브가 발현된다.


이 때 튀어 나온 크리에이티브는 새로움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새로움'이란 '혁신', '격변'을 의미하는게 아니다. 세상을 '조금 더 앞으로'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극을 주고 받는 '개인들'이 중요하다 믿는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크리에이터들'이 중요하다. 꼭 컨텐츠를 만들어 올려야만 크리에이터 일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본인이 가진 색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자극을 주어 '크리에이티브'에 불을 지폈다면 그 자체로 이미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한다.


크리에이터들은 모두 '생산자의 삶'을 지향한다. 그 크리에이터들이 신나게 서로를 자극하며 크리에이티브와를 발휘하고 영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아지트'를 만들고 싶다. 개인들이 모여 서로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내고, 그 크리에이티브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 더 많은 개인들이 이 아지트로 와서 또 다른 자극과 영감을 받는 순환 구조가 갖춰졌으면 한다.


정리하면 어떤 호텔을 세우고 싶냐에 대한 나의 답.

"내가 만들 호텔은 '크리에이터들의 아지트'가 될 것이다."


카페&라운지 같은 공용 공간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인다. 이 곳에서 정보를 교류하던, 아이디어를 짜던, 모임을 통해 서로 자극을 주고 받는 시간을 보낼 공간이 될 것이다. 퍼블릭하게 오픈되어 있는 카페&라운지와 반대로 객실은 철저히 프라이빗하게 갈 것이다.


잘 쉬는 것도 일이다. 그 누구한테도 방해 받아선 안된다. 공용 공간에서 머리를 썼다면 이제 제대로 된 휴식 혹은 집중과 사색의 시간이 있어야한다. 그래야 오늘보다 더욱 생산적인 내일을 꿈 꿀 수 있다. 즉, 퍼블릭(Public)과 프라이빗(Private)함이 완벽하게 공존하지만, 분리되어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어떤 호텔일지 더욱 구체적인 그림은 다음 글에서 마저 정리를 하려 한다.)


참 신기한 일이다.

더 행복하고, 한 번 태어난 인생 의미 있게 살기 위해 던진 질문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이에 대한 답을 얻고자 했다. 과거의 결핍에 집중해서 나를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나의 '결핍'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고, 세월이 흘러 어떻게 '집착'으로 바뀌었는지 마주 할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결핍 덕분에 '나의 인생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어떤 호텔을 만들고 싶은지'가 정리되었다.


스스로 색이 없었다고 생각했던 '결핍' 덕분에
색을 갖기 위해선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와 '색이 있는 사람들을 모은다'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을 모으면 모을 수록 크리에이티브한 일들이 벌어진다고 믿었고, 그 때 나오는 새로움들이 우리들의 세상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믿는다. 아니, 그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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