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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메이커 체크인 Mar 30. 2020

사비 털어 호텔 다니며 글 쓰는 이유

디자이너 체크-인 하다


"주말에 보통 뭐하세요?"

라고 물어본다면


"별 일 없으면 2주에 1번꼴로 호텔에 갑니다"

라고 답한다.


사실 호텔이란 단어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이미지 때문에 자칫

'허세남'으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럴까 봐 답변을 이어간다.


"호텔에 가면 브랜드마다 고유한 성격이 모두 달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한데 무엇보다

제가 자취를 안 해서요"


그렇다.

만약 내가 자취를 했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호텔들을 도장깨기 하듯 돌아다닐 수 있었을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직장인 커플에겐 '주말'이 유일한 데이트 시간이다. 그래서 주말만큼이라도

오래 데이트도 하고 싶기도 하고 푹 쉬고도 싶은데

이걸 같이 하려고 하니


답은 '호텔'이었다.


모텔이 아닌 호텔이었던 것도 사실 간단하다.


모텔과 달리 호텔은 브랜드마다 각자 가진 고유한 성향과 성격이 뚜렷했다.
그리고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히려 내가 대우를 받는 경험마저 하게 된다.


경험을 설계하는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이 호텔들은 굉장히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자 연구대상이 되었다.


그 동안 다녔던 호텔 사진들을 정리 좀 해야겠다..



호텔이 정말
재밌는 공간이란 걸
공유하고 싶다


이는
지난 1  동안  30 군데 이상의 호텔을 다니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호텔이란 이 흥미로운 것들을 나 혼자만 느끼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호텔 관찰기'를 써야겠다 생각했다.

단순한 가격이 어쩌고, 어메니티가 어쩌고 하는 리뷰가 아닌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호텔을 바라보는 것이다.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는 디자이너의 관점이란 간단하다.

"이 호텔이 왜 이런 이름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이유에서 이런 디자인이 탄생을 하게 되었으며
이 호텔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핵심은 무엇인지,
그래서 이들이 주장한 내용들이 실제 호텔에 어떻게 녹아들었고, 그렇다면 우린 어떤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브랜드와
인상 깊게 남아 있는 브랜드들을 보면 대부분 브랜드의 철학이 제품/서비스에 고스란히 드러나있고 사용하는 우리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우리가 받아들이기까지 일주일? 한 달? 혹은 몇 달이란 시간이 걸린다. 꾸준히 사용해보지 않으면 브랜드 경험을 온전하게 피부로 느낄 수 없다.

호텔은  하루 만에 가능하다.
호텔이란 오프라인 공간 안에서 우리의 오감(시각, 미각, 청각, 촉각, 후각)을 활용하여 그 브랜드를 온몸으로 접한다.


실제로 우리가 1일 이상을 호텔 안에서 '생활'을 하기 때문에  불편한 것도 바로 캐치가 가능하고, 불편하면 객실을 옮기던, 프런트에 전화해서 문제를 해결하던 그 자리에서 개선할 수도 있다.


사비를 털어 호텔에 가면서까지 관찰기를 쓰는 이유는 크게 2가지가 있다.



호텔에서 느꼈던
'브랜드 경험'을 공유하고자.


디자이너는 이제 '경험' 만든다.
점점 '브랜드 경험'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역시 ~ 답다'라는 말을 자주 하지 않던가?
(ex)배민답게 위트 있네, 현대카드답게 쿨하네, 역시 블루 보틀답다! 등등

디자이너는 '~스럽다'가 아닌 이제 '~답다'를 만든다.
그 방법이 영상이 되었던, 콘텐츠가 되었던, UIUX가 되었던 모두가 브랜드 경험(BX)이다.


스마트폰이 처음 시장에 나오고 온갖 앱 서비스들이 탄생하여 UIUX가 중요하게 여겨졌다면,
이제 UIUX는 모두가 잘한다고 생각한다.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불편한 요소들을 없애고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는 일을 최소화시키며 UIUX를 잘 몰랐던 소비자들도 이젠 서비스를 이용할 때 좋고 나쁨을 바로 캐치한다.

우리가 단지 '편리해서' 서비스를 이용할까?
그렇다면 똑같이 '구매하기' 기능이 한큐에 끝나버리는 유사 서비스 2개가 있다면  우린 어떤 서비스를 사용해야 할까 우린 수많은 그리고 비슷한 것들이 넘쳐흐르는 앱 서비스들 중에서 이젠 '브랜드'를 기억하고 그 '브랜드의 가치'를 소비한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브랜드' 대한 이해도가 요구되는 실정이며 실제로 '브랜드' 이해하는 모든 과정은 꽤나 의미 있다.

브랜드보이가 저술한 '드디어 팔리기 시작했습니다'만 봐도 잘 팔리는 브랜드는 어떤 비밀이 있었고 뭐가 다르고 무슨 엣지포인트가 있었는지 설명해준다.

브랜딩을 하려면
직사각형 세상(스마트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밖에서 벌어지는 모든 '경험'들이 중요하다.

그 경험을 설계하기 위해선 우린 실제로 브랜드 설계가 잘 되어있는 곳에서 '경험'을 해봐야 한다.
이는 학원에 앉아서 되는 것도 아니고 브랜딩 서적을 한 박스 씩 읽어서 되는 것도 아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마스크 끼고)

아무리 온라인 시대가 시장을 잡고 있다고 한들, 오프라인 공간이 없이 우린 삶을 영위할 수 없다.
실제로 1일 동안 살아보며 브랜드 경험 설계를 온전하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은 오직 단 한 곳,
바로 호텔이다.

호텔 투숙비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럼, 생각을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우리가 뭔가를 배우기 위해서 

수강료를 내고 학원에 찾아가듯
우린 브랜드 경험 설계  브랜딩을 배우러 호텔에 간다. 투숙비가 수강료가 되는 셈이다.



호캉스 할 때
호텔을 더욱 즐길 수 있도록.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미술 전시관도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가면' 자칫 무슨 내용인지 몰라 지루할 뻔했던 미술관이 엄청 흥미로운 곳으로 바뀌는 경험을 해본 적 있지 않은가?
호텔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왕 호캉스를 할 거면 조금 더 호텔에 대해 알고 가면 단순히 침대에 누워서 티비보다가 실내 수영장 다녀오고 끝나는 호캉스가 아닌

호텔 곳곳을 관찰하게 되며 호텔의 세심한 배려와 디테일에 깜짝깜짝 놀라며
혼자 뿌듯해하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며 디자인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을 하는지 디자인에 대한 식견이 조금씩 넓어질 거라 생각한다.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그 경험이 생각보다 짜릿하다.




그래서 호텔 관찰기 '체크인'을 통해
우리 디자이너들은 호텔에서 브랜드 경험 설계 인사이트를 조금이라도 얻어갔으면 하는 마음과

호캉스를 즐기는 분들에겐 이제 디자인이 단순히 예쁜 게 전부가 아닌,
우리 삶을 설계한다는 관점에서 디자인이 얼마큼 중요한지 알게 되었으면 한다.
(물론, 호텔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고! 일석이조!)



그럼 이제
어디 호텔을 체크인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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