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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메이커 체크인 May 08. 2020

예쁜 '한강 뷰' 뒤에 숨은 씁쓸함

그랜드워커힐에 있다가 문득 든 생각


어느날 하루는 그랜드워커힐에 대한 리뷰를 써보고 싶어 그 호텔을 예약 하던 도중, 예약하기 버튼을

누를까 말까 '필자를 고민하게 만든 사건'이 하나 있었다.




씁.. 하 이왕 가는거 한강뷰가 좋을텐데...
자리가 없네, 담에 갈까?




우린 왜 그렇게

한강뷰(리버뷰), 오션뷰를 좋아할까


아마 많은 독자분들께서

이런 고민을 해보셨을거라 생각한다.

리버뷰가 있는 줄 몰랐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되면

괜히 고민하게 된다. '그래 이왕 가는거 리버뷰가

좋지!' 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호텔들이 장사하는 방법 중 하나가 이처럼 '뷰(View)'를 파는 것이다.


놀랍게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마운틴뷰 보단 오션뷰를 선호하고, 시티뷰 보단 리버뷰를 더 선호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더욱 좋다.


그만큼 수요가 많고 객실은 한정되있기 때문에

당연히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당연히 리버뷰(우리나라에선 한강뷰),오션뷰가 더 비싸다.


이것 참 연구대상이다.

대체 왜 그럴까.





어쩌면 우린 빌딩 숲에 갇혀 살고 있다


멀리 내다볼 수 없다. 시야가 좁아진다.

그리고 뭔지 모를 답답함을 느낀다.

이 답답한 곳에 서울은 인구 밀도까지 높으니

미간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건물들은 하늘에 누가 더 먼저 가까워지나 대결이라도 하듯 위로 뻗어 올라간다.건물들이 계속 위로 쭉쭉 뻗어 올라가는 만큼 우리는 점점 작아지고 낮아지는 것 처럼 느껴지고, 위압감을 느낀다.


우린 무의식적으로 수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게 되는데 여기서 핵심은 바로 눈으로 '보는 것' 이다.

매일 같이 출퇴근 하면서 마주하는 것은 높은 건물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는 멀리 내다보고 싶어도 멀리 내다 볼 수가 없다.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고, 건물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과 부대껴 가며 퇴근을 한다.

사람은 많고 공간은 좁다보니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앞사람 뒷꿈치만 졸졸졸 따라간다. 그래서,


• 집에 가서 뭐 해야지가 아닌,

오늘은 앉아서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 내일은 이렇게 살아야지가 아닌,

오늘 먹고 죽자를 외치며


• '나는 나답게'를 주장하지만,

'쟤가 하니 나도' 한다.


시야가 좁아진 만큼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시야도 같이 좁아졌다.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니 모든 것을 빨리빨리 처리 해야 할 것 같이 조급해지고, 내 눈 앞을 가로막는 것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바로 화부터 난다.


365일 두 눈으로 매일 같이 빌딩 숲을 봐왔다.

물리적으로도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데

두 눈으로 볼 수 없는 내 삶은

어찌 내다볼 수 있을까?


일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도 마찬가지다. 창 밖으로 보이는 무수한 아파트들과 그 좁은 땅에 또 건물을 위로 올리겠다고 한다. 인근 주민들은 조망권을 해친다며 시위를 한다.



눈으로 보는게 우리의 삶이지만
우리의 삶은 눈으로 볼 수 없다.


그래서 우린 조금이라도 내 눈 앞을 가로 막지 않는 곳을 찾아 나선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이는 것만 같으니까.

그래야 조금이라도 사는 것 같으니까.


눈 앞을 가로막지 않는 곳이라 함은

딱 2가지 뿐이다.

높은데로 올라가거나, 아예 아무것도 없거나.


높은 곳이라 함은 전망대 혹은 산을 타고 올라갈 수도 있다.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는 세상은 참 기분이 묘하다.


하지만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면 뭐할까. 회색빛 건물들이 또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보니 네모난 회색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마치 모자이크 처리된 이미지 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린 아무 것도 없는 바다와 강을 찾게 된다.

적어도 물 위엔 뭐가 다닥다닥 서있는게 없으니까. 내 시야에 걸리적 거리는 무언가가 없으니까.

문제는 그런 뷰를 즐길 수 있는 '집'에 살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아쉽게도 필자는 그런 집에 살고 있지 않다.


사람들이 출퇴근 하느라 정신 없는 위성도시에 살고 있다. 뷰는 아파트뷰이다.





호텔에 오는 경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평소에 경험하기 힘든 것들을 단 하루라도

느껴보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우린 호텔이 제시하는 '경험'을 누리기 위한 '시간'을 구매한다.

쉽게 말하면 럭셔리한 하루를 살아보기 위해 럭셔리한 서비스를 갖춘 호텔의 시간을 산다는 얘기이다.


평일 5일 내내 답답하게 살았는데 주말만큼은 시원시원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

리버 뷰가 있는 카페를 찾아가지만 그걸론 부족하다. 어차피 잠깐 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평일과 다른 하루를 보내기 위해

호텔로 찾아간다.


답답했던 마음을 치료라도

받으러 가는 병원인 것 마냥.


호텔이라면 잠시라도 심적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체크인(오후 3시) 부터 체크아웃(오전 11시)까지  24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이라도 좋다.


대신 이것 만큼은 확실히 약속해야 한다.

"답답해선 안된다"

통유리면 가장 좋고, 통유리로 된 건물구조가 아니라면 최대한 와이드한 창문이어야 한다.
얍실하게 세로로 길게 창문을 쪼개놓지 말자.

현기증나니까.


그것만 지켜진다면, 우린 기꺼이 돈을 몇 푼 더 내서라도 리버뷰를 선택 할 것이다.


어쩌면 우린,


리버뷰가 좋아서 선택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라도 해야 살 것 같으니까 선택 한 것 일지도 모르겠다.




p.s

필자는 결국 리버뷰를 못가고 마운틴뷰 객실을 선택했다. 만족스러웠다. 내 눈 앞을 막는 것이 회색 빌딩이 아닌 녹색 자연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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