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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메이커 체크인 May 18. 2020

호텔 어메니티 쓰지 않고 1박하기

카푸치노 호텔 투숙기


예전에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알게된 사람이 있었다. 굉장히 강렬한 이목구비에 같은 청바지를 입어도 일부로 칼집을 내어 디스진을 만들어 입던 그 사람. 평범함을 거부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아 저분은 자존감이 굉장히 높은가보다' 하고 있었다. 상당히 활발하고 처음보는 사람들과도 금방 친해치곤 했다. 어쩌다 하루는 일을 마치고 같이 한 잔 두 잔 기울이게 되는데 그때 정말 놀랐다.


외향적인줄로만 알았던 이 사람은 그 누구보다 내향적이었다. 다만 외향적으로 보이지 않으면 사회생활에서 약해보일까바 그랬던 것 뿐이다. 식스센스급 반전에 너무 놀라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렇다. 우린 사람을   보고  사람의 전부를 판단   없다. 


3초의 첫 인상이 그 사람의 이미지를 좌지우지 한다곤 하지만, 첫 인상과 다른 반전 매력을 가진 사람들도 본적이 있지 않던가? 예를 들면 뭐, 점잖아 보이는 사람이 알고보니 음악 취향이 헤비메탈 인것 처럼.


즉, 사람도 자꾸 봐야 그 사람을 기억하고 평소에 보지 못했던 장점들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자꾸 봐야 그 사람을 애정 할 수 있다.


우리가 주변에 끈끈한 관계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그 사람들은 한 두 번 본 사이가 아닌 최소 몇 번, 아니 최소 몇 년을 본 사람들이다. 신기한 사실은 아직도 그 사람들을 볼 때마다 새롭다는 것.

역시 사람은 한 두번 봐선 전부를 알 수 없다.


호텔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엔 '음 이쁘게 꾸며놨네' 하며 별 생각 없이 호텔을 이용한다. 그리고 우연히 두번째 방문 했을 땐, 몰랐던 또 다른 매력이 눈에 들어온다. 새롭다. 그렇게 한 번 더 가게 되었다.


3번째 봤을 때 진짜 매력이 뭔지 알게 된 호텔이 있다. 감탄의 연속이었다. 대형 호텔 체인들이 가질 수 없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신논현역과 언주역 사이에 독보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이 호텔.


이 호텔의 찐 매력을 알고나니 이 호텔 브랜드가 부드럽고 포근하게 내 기억 속에 스며들었다.


마치 카푸치노처럼.



신논현역과 언주역 사이


신논현역과 언주역 사이엔 7개의 호텔들이 있다. 스타벅스 찾는거 보다 호텔 찾는게 더 빠를 지경이다. 왜 이렇게 호텔들이 이 거리에 밀집이 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조만간 연구해서 글로 풀어야 겠다. 아무튼,


그 7개의 호텔 중 유독 한 곳이 눈에 띈다.

카푸치노 호텔 정문


시멘트를 비롯한 온갖 인공적인 재료들이 혼합이 되어 회색빛 건물이 태어난다. 그런 건물 사이에 떡하니 호두나무 목재로 만들어진 듯한 저 거대한 문. 이질적이다. 괜히 열어보고 싶다. 사방팔방 인공적인 느낌인데 저 문만 유독 '자연의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더 눈에 띄고 독특하다. 저 거대한 문이 시끌벅적한 강남에서 잠시 나를 잠시 떨어트려 놓고 다른 세상으로 안내할 것 같다.


설렌다.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그리고 직감적으로 알았다. 여기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필자의 발걸음을 3번이나 이 공간으로 끌어당긴 힘이 '저 문' 덕이지 않나 생각해보며 문을 열고 입장한다.



#로비 & 카페라운지


오잉..? 거창한 듯한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온 것에 비해 로비는 생각보다 소박하다. 로비 하면 커다랗고 넓어야 한다는 선입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로비와 카페라운지에 대해선 뒤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여기가 핵심 포인트라면 핵심이기 때문이다.




#객실


앞뒤 다 짜르고, 우선 이 호텔의 진짜 매력을 알기 위해선 우린 이들의 객실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로비와 카페라운지에 대한 이야기를 뒤에 하는 것을 불사하고 객실부터 이야기 하려 한다. 객실을 알고 난 후 이들의 매력에 대해 말을 했을 때 무릎을 탁 치며 '아!' 하는 포인트가 생길 것이다.


'카푸치노' 란 단어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목넘김과 카푸치노 수면 위에 살포시 얹어진 거품에서 느껴지는 포근함. 이들의 객실이 딱 이렇게 되어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좁은 공간이지만, 좁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이들의 공간 활용 센스가 훌륭하기 때문이다. 이게 뭔 소리인지 살펴보자


사진으로 본 것 처럼 그렇게 넓어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이들의 공간 활용 능력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보통 우리가 호텔 객실에 들어가면 여행 안내 책자부터 룸서비스 메뉴판과 같은 온갖 인쇄물과 리모콘 커피 어메니티, 구두주걱 같은 것들이 곳곳에 놓여있는 걸 봤을 것이다.


카푸치노 호텔은 그 많은 것들을 객실 곳곳에 넣어 놓기엔 객실이 협소하다.


그래서 이들은 재미난 아이디어를 선보인다.


이렇게 편집숍에서 물건을 디스플레이 하는 것 처럼 필요한 것들을 매달아 놓았다. 그리고 그 옆엔 샤워 가운과 옷걸이까지 같이 준비 되어 있다. 다른 호텔에선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것들이다. 카푸치노 호텔은 벽면 한쪽에 콤팩트한 디자인을 활용하여 센스있게 공간 연출을 했다.


특히 저 데님으로 만든 주머니. 어쩜 이 호텔과 찰떡으로 어울리는지 모르겠다. 데님이 너무 잘 받는다.

아마 호텔가운의 색과 유사하게 맞추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물건들을 담으려면 튼튼해야 하기에 빳빳한 원단인 데님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필자가 3번이나 투숙했던 곳의 룸타입은 모두 

'카푸치노 킹'


가장 기본 형태의 객실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 객실의 침대 때문에 더욱 안락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호텔의 침대들은 벽에 딱 붙어 있지 않고 객실 한 가운데에 배치가 되어 있다.

침대 양 옆으론 수납공간들이 배치되어 있다. 침대의 양 옆이 활짝 열려 있기 때문에 침대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이동 할 때 크게 불편함을 못느낀다.


하지만 그만큼 공간이 열려 있기 때문에 나를 감싸준다는 느낌을 받긴 사실상 어렵다.


그렇다면 카푸치노 호텔은 어떨까?

 


카푸치노 호텔의 침대를 살펴보면 좀 독특한 것을 바로 눈치 챌 수 있다.

침대의 3면이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벽에 부딪혀 고통을 느끼지 않게 주변엔 쿠션처럼 완충제 역할을 해주는 것이 설치되어 있다. 한쪽면을 제외한 나머지 3면이 닫혀 있다보니 오히려 누군가 나를 품어주는듯 하다. 안락하다. 애기가 된 느낌이다.


어렸을 적 형,오빠,언니,동생과 함께 방을 쓰다가 드디어 나만의 공간이 처음 생겼을 때의 그 기분을 이 침대에서 느낄 수 있다. 커피 한 잔과 곁들일 빵이나 과자가 옆에 있으면 더욱 완벽해 진다.


사진상으론 어떻게 비춰질지 모르지만 180에 80kg인 필자가 누웠을 때도 넓다는 생각이 든다. 2명이 누워도 적당하다. 이 침대에 누웠을 때 비로소 카푸치노 호텔에 왔음을 느낄 것이다.


뻥 뚫려 있지 않다는 것을 이렇게 장점으로 승화될 줄을 몰랐다. 안락하며 포근하다. 크기에 욕심내지 않고 적당함에 만족할 수 있다면, 객실이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객실 크기에 비해 침대가 크다고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정말 포근하며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침대를 기점으로 해서 침대 바로 위엔 킨포크 감성을 자극하는 전구 하나와 침대 아래로는 은은하게 객실을 비추는 간접등까지. 이 둘의 조화가 객실을 온화하게 만들어 준다.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다.


(이 객실 덕에 나중에 나만의 집이 생긴다면 간접등은 꼭, 반드시, 무조건 넣겠노라 다짐한다)


이 특유의 은은한 조명들이 정말 내 맘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현재 내 방을 비추고 있는 정직한 백색 형광등은 감성도 무드도 없다... 참으로 이성적인 아이다.




#조금 아쉬운 디테일


하지만 이들에게도 살짝 아쉬웠던 부분들이 있었다.
그랜드하얏트 투숙기 때도 한 번 언급을 했던 적이 있다. 필자는 어딜 가던 맥북을 항상 들고 다니기 때문에 콘센트 위치부터 확인한다.


호텔 객실에선 더욱. 콘센트의 위치로 이 호텔이 투숙객들을 얼마나 생각하고 배려했는지, 사용성(UX)를 얼마나 고려했는지를 판단한다. 이 지점에서 카푸치노 호텔의 아쉬운 점이 발견되었다.


어쩌면 호텔에서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침대이다. 그래서 침대에서 내가 멀리 이동하면 큰일난다. 누워서 밥먹고 누워서 커피먹고 누워서 넷플릭스 봐야한다. 일어나선 안된다. 그리고 집에서도 침대 근처엔 항상 전자기기 충전기가 24/7 대기 중이지 않던가!


호텔들은 그래서 침대 기준으로 양 옆으로 콘센트를 배치 해놓거나, 한쪽만 배치해 놓되 고속 USB포트 2개와 220V 콘센트 이렇게 하나의 세트로 되어 있는 것을 설치해 놓는다. 우리가 움직이지 않을 것임을 짐작한 것 처럼. 바로 아래의 예시들이 딱 적절한 듯 하다.

(좌)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강남   (우) 그랜드 하얏트 서울


자 이제 카푸치노 호텔을 살펴보자.

카푸치노 킹은 최대 2인 까지 수용한다. 침대의 구조 혹은 건물의 구조 상 어쩔수 없었는진 모르겠지만, 침대 머리맡에 있는 콘센트는 딱 1개 이다. 심지어 USB포트는 없다...


맥북을 충전하면서 핸드폰을 충전할 수 없다... 물인줄 알고 마셨는데 소주인 기분이다. 뭔가 당한느낌이다.

카푸치노 호텔의 아쉬운 콘센트


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도 나머지 콘센트는 침대 끝자락에 있기 때문. 다행이 거기엔 220v 무려 '2'를 꽂을 수 있는 콘센트이다. 위치가 살짝 아쉽다. 누워있다가 충전기 때문에 '몸을 일으켜' 거기까지 가야한다. 


같이 가는 사람이 있다면 재빠르게 침대 머리맡에 있는 콘센트를 점령할 것.



사실 뭐 콘센트 정도야 조금 불편하면 된다. 하룻동안 생활하는데 문제가 되진 않는다. 쿨하게 침대에 누워 아무 생각없이 티비를 켜서 넷플릭스를 연동할 생각에 다시 설렌다.


어라...? 근데...? 연동이 안된다.. 넷플릭스 테더링 기계가 없으면 안된다!


레스케이프 호텔로 예시를 들면, 스마트티비가 설치 되어 넷플릭스던 유튜브던 WAVV던 내 아이디로 로그인만 하면 시청이 가능하다. 카푸치노 호텔은 작년 여름,  '넷캉스' 라고 하여 카푸치노 호텔 객실에서 넷플릭스를 보며 편하게 쉴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했었다. 이땐 스마트 티비가 아닌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테더링 기계'를 갖다 주는 형태였다. 즉, 객실에 있는 TV만으론 안된다는 얘기이다.


이렇게 총 2가지의 아쉬웠던 디테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 2가지를 바로 잊어버리게 만드는 엄청난 디테일이 숨어있었으니!


 호텔의  매력은 이제 시작이다.




#카푸치노 호텔의 찐 매력.01


객실 어메니티를 살피던 도중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초등학생 시절 할로윈 파티때 사용하던 '달란트?' 이게 왜 여기 있지 싶었다. 그리고 이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사진 출처 : 카푸치노 호텔 공홈)


세상에... 객실 어메니티를 쓰지 않으면 재미난 일이 펼쳐진다.

객실 어메니티 박스 안에 있는 어메니티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이 (알고보니)쿠폰을 활용 할 수 있다. 이 쿠폰의 이름은 '엔젤쿠폰'이다.


이 엔젤쿠폰으로 1층 카페에서 음료  과 교환을 할 수 있고, 카푸치노 호텔 바에서 와인  과 교환 할 수 있고 마지막으론 카푸치노 호텔의 레스토랑 (핫잇슈)에서 시저샐러드와 교환을 할 수 있다! 아니면 카푸치노 호텔이 후원하고 있는 water.org에다 기부 할 수 도 있다. 선택은 우리의 몫.


이걸 왜 3번째 방문했을 때 발견했을까 싶다. 이런식으로 일회용품 쓰래기 배출을 줄여보겠다는 이들의 노력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호텔엔 1회용품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는 만큼 쓰레기도 많이 배출된다. 그래서 카푸치노 호텔은 불필요한 소비를 방지하고 아낀만큼 투숙객 혹은 사회에 되돌려준다. 이들의 어메니티 박스엔 E&G BOX 라고 써져있다. 이는 Earn & Giveaway을 뜻한다.


뒷통수 한 대 탁! 하고 맞은 기분이다. 

그 동안 나의 호텔 사용방식에 대해 되돌아 보게 되었다. 호텔을 갈 땐 그 안에 모든 것들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덜컥 몸만 가능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성분들은 화장품 파우치 정도. 그리곤 '당연하다는 듯' 호텔 어메니티의 비닐을 뜯어 별 생각 없이 사용하고 버리곤 했다. 정말 별 생각이 없었다.


그 와중에 여기 어메니티 포장도 비닐이 아닌 '종이'로 되어 있다...

이런 친환경적인 디테일에 박수를 보낸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동을 하면 안될거 같다. 원래 같았으면 어메니티 있는거 다 쓰고 나왔을텐데 오늘은 칫솔을 집에 두고 왔으니 칫솔만 살짝 뜯어서 쓰려 하는데,


엇 포장지도 비닐이 아닌 종이다! 죄책감이 든다. 이렇게 카푸치노 호텔은 '친환경, 환경보호'를 슬쩍슬쩍 외치는데 필자는 그런 와중에도 어메니티를 쓰고야 말았다....딱 칫솔 하나만.

비닐이 아닌 '종이'로 만들어진 어메니티 포장지

이쯤 되면 호텔을 자주 이용했던 우리 모두를 돌이켜 보게 된다.

'어메니티까지 숙박비에 포함된거라 당연하게 쓰고 버리진 않았는지 '그리고 '어메니티를 안써보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지.' 놀랍게도 필자는 '당연히' 쓰고 버렸고, 어메니티 사용을 줄여보겠단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 갑자기 얼굴이 화끈 거린다.


과연 우리들은 1박을 하는 동안 어메니티를 1    있을 것인가.

다음에 호텔에 갈 일이 있다면 우리 모두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이들이 자연환경을 생각하는 모습과 사회에 환원하는 '공유가치'를 실천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나니 객실 안에서 또 다른 디테일이 눈에 들어왔다


카푸치노 호텔에 오면 이렇게 귀엽게 생긴 악마를 볼 수 있는데 이 악마가 물 아껴달라는 메세지를 세면대 옆에서 말하고 있다.


'그래 알았어... 물 아낄께.' 괜히 저 악마 캐릭터랑 눈 마주쳐서 눈치보인다. 그리고 이 악마의 수다는 끝이 아니다.


호텔 샤워부스를 들어가면 보통 2가지 형태이다.


1회용 샤워 어메니티 아니면 큰 통에 담아놓고 계속 쓸 수 있는 샴푸 디스펜서. 어떤 분은 샴푸 디스펜서가 '모텔 같다'는 이유로 혹은 '호텔이 너무 돈 아끼는거 아니냐', '위생 상태가 의심스럽다' 라는 이유로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그 입장도 이해한다.


하지만 카푸치노 호텔이 샴푸 디스펜서를 사용하는 것이 이해가 간다. 여기서 1회용 샤워 어메니티를 사용했다면 이들의 '공유가치'의 본질을 흐리는 요인이 됬을 것이다. '나 오늘부터 다이어트 할거야' 라고 선언하고 배고프니 라면 끓여 먹는 격이다.


심지어 디스펜서엔 

'Stop Water While Using Me!' 라고 쓰여져 있다. 자꾸 신경쓰인다. 결국 샴푸 할 때 물을 끄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또 특이한 점은 보통의 호텔은 환경을 생각해서 이불교체를 원하지 않으면 '그린카드'를 올려놓는다.

카푸치노 호텔은 반대이다.


최대 2박까진 이불을 교체 하지 않으며 이불 교체를 원할 경우 '린넨카드'를 올려놓는다. 이렇게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환경을 보호하는 작은 실천이라 볼 수 있다.


불필요한 어메니티 사용을 최소화 하고, 카푸치노 호텔의 귀여운 악마의 말 처럼 물을 아끼려고 행동하게 된다. 이들이 실천하고 있는 공유가치에 나도 이바지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조금 불편하지만 기분이 좋으니 됬다.


이제 기분 좋은 마음으로 객실 밖으로 나와보자.




#카푸치노 호텔의 찐 매력.02


2대 중 1대의 엘리베이터엔 재미난게 숨어있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한 엘리베이터는 바닥에 '엔젤'의 날개가 그려져 있었다. 이젠 직감적으로 알았다. 저것도 뭔가 기부하는 것임을.


역시는 역시였다. 날개 그림이 그려진 '엔젤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후 객실키를 찍으면 찍을 때마다 500원씩 적립이 된다. 투숙하는 하룻동안 적립된 금액은 체크아웃 시 기부금으로 내가 비용을 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이거 너무 재밌는 아이디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체크아웃 시 직원분께서 먼저 확인을 해주시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잊어버리고 그냥 체크아웃 해버렸다. 500원씩 적립이라 부담이 되지도 않고 기부금 지불 또한 나의 선택이기에 맘 편안하다.

사진 출처 : 카푸치노 공홈



그리고 사실  호텔은 1 카페라운지가 핵심이다. 


이 호텔을 3번이나 찾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호텔건물 1층에 있는 카페는 왠지 투숙객들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편견에 덜컥 문을 열고 들어가기 쉽지 않다.


요즘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추세라 생각하지만 아직도 부담스럽다. 그래서 많은 호텔들이 1층 로비와 카페에 많은 공을 들인다. 손님들이 투숙을 하지 않더라고 부담을 갖지 않고 들어오길 바란다. 호텔 안에 카페에서 잠시나마 호텔을 경험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론 '언제 한 번 여기서 투숙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의 유입이 '굉장히' 중요하다.

카푸치노 호텔 1층 카페 가는 길



카푸치노 호텔의 1층은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하다.


커다란 문을 열면 바로 오른편엔 라이프스타일 숍 처럼 생긴 프론트데스크가 있고 왼편엔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카푸치노 호텔을 3번째 왔지만 정말 올 때마다 카페에 사람들이 꽤 있는 편이다.


라이즈 오토그래프 1층에 있는 타르틴베이커리 카페는 친구/연인과 오순도순 수다를 떨기에 적합한 곳이라면 이 곳 카푸치노 호텔의 카페는 'Workstation'으로 최적화 되어있다. 


즉, 일에 집중하기 딱 좋다.

(좌) 카푸치노 호텔 카페   (우) 라이즈오토그래프 컬렉션 1층 카페
카푸치노 호텔 카페


다른 호텔에 비해 투숙객이 아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특히 점심시간엔 더욱 많다. 솔직히 필자는 무척이나 신기했다.


왜냐면, 보통 호텔 안에 있는 카페는 투숙객이 아니면 가면 안될 것 같다는 편견 때문에 섣불리 들어가지 않는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호텔들은 손님들이 부담없이 호텔 건물 안으로 들어오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한다. 카푸치노 호텔은 어쩌면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은듯 하다.


모두가 자연스럽다.

자연스럽게 들어와 회의하는 사람, 독서하는 사람, 노트북으로 일하는 사람. 이들은 점심시간 지나면 다시 본인들이 있던 사무실로 돌아가고 없다. 오히려 투숙객들이 더 없다. 신기했다.


차가운 회색빛 건물들이 대나무 숲처럼 다닥다닥 몰려있는 강남. 이 곳 카푸치노 호텔의 카페는 객실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아늑함과 따스함을 그대로 느낄  있다. 곳곳에 놓여진 식물들과 원목을 활용한 커다란 테이블.


자연적인 소재를 활용한 인테리어들. 이 모든 것이 버무려져 '자연적'인 느낌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그런지 이 곳에서 다들 노트북 모니터를 바라보며 집중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3번 방문했지만 3번 모두 그러했다.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주문하려고 하는 찰나, 또 뭔가를 발견해버렸다.

하..진짜 이제 그만...정말이지 양파같은 호텔이다.

(사진 출처 : 카푸치노 호텔 공홈)


메뉴판에 '천사 날개'모양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설마 설마 했지만 역시는 역시였다. 후 진짜 이런 디테일들을 무심결 넘어갈 수 없었다.


천사 날개 모양이 그려져 있는 메뉴들을 주문하면 그 수익금에 일부가 water.org로 기부가 된다. 카푸치노 카페 뿐만이 아니다. 이 호텔에 있는 레스토랑(핫잇슈), 핫한 루프탑바(진토네리아)에도 동일한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갑자기 예전 이솝우화 중 나그네 옷을 벗기는 내기를 통해 우리에게 교훈을 줬던 '해와 바람' 떠오른다. 투숙객이 자연스럽게 기부에 동참하게 강압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유도하는 모습. 이들은 해와 바람 중 '해'가 아닐까. 투숙객이 자발적으로, 스스로 기부하게 만들어 준다.


이런식으로 공유가치를 이루기 위한 기부는 훨씬 다양하다. 투숙객들이 강요받지 않고 알게 모르게 말이다. 신나게 다 설명하고 싶지만,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욕심을 내려놓고 핵심적인 것만 담았다.


'오오오 역시 센스 직이네!' 하며 하루종일 관찰을 하다보니 벌써 해가 떨여졌다.


뭔가 호텔에서 호텔 글을 쓰면 너무 집중이 잘될 것 같고 더욱 생생하게 글을 담을 수 있겠다 라는 생각에 프론트에 찾아갔다. 카페&라운지는 몇시까지 운영하는지 궁금했다.


그러자, 직원은 나에게 설레는 대답을 해주었다. '카페는 8시에 닫지만, 투숙객분들을 위해 계속  켜놓고 있으니 24시간 이용 해주셔도 됩니다.'


완벽하다.

야심한 밤에 맥북과 충전기를 딱 들고 1층 카페 라운지로 내려와 글을 쓴다. 사실 한 번쯤은 이렇게 해보고 싶었다. 어떤 기분일지, 얼마나 더 몰입이 될지 궁금했다. 해리포터를 쓴 JK롤링이 된 기분이다. 왠지 모르게 글이 더 잘 써지는 듯 하다. 그 결과, 또 하나의 글이 탄생했다.


놀라운 사실은 필자를 포함한 2명 더 노트북을 켜놓고 11시-12시가 다 되도록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들리는 거라곤 에어팟에서 들려나오는 잔잔한 재즈음악과 타다닥 하는 키보드 타이핑 소리 뿐이었다.


그러다 이제 눈이 뻑뻑해져 올 때쯤이면 '엔젤 엘리베이터'를 타고 500원 기부적립을 하며 객실로 올라간다.

(사진출처 : 카푸치노 호텔 공홈) 사진을 안찍어놓는 바람에 공홈에 있는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시작은 작게 뜻은 거창하게


이렇게 센스 있는 기획을 풀어낸 카푸치노 호텔.

놀랍게도 이들은 코오롱 그룹에서 설계한 부티크호텔이자 라이프스타일 호텔이다. 그리고 이들은 2015년 오픈했다. 놀랍다... 시대를 이렇게 앞서 나갈줄이댜. 요즘 신축 호텔브랜드들도 환경 보호에 이바지 하겠다 한다. 홍대에 있는 라이즈 오토그래프만 봐도 'zero project'라 하여 객실내에 비치되는 각종 메뉴판과 같이 불필요한 인쇄물들은 모두 없애고 티비에서 확인 할 수 있게 하며, 침구류 교체 또한 원할 경우에만 진행이 된다.


다른 호텔들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카푸치노 호텔처럼 투숙객들이 행동하는 디테일을 잡아내어 그 행동들 안에서 환경보호를 끄집어 내진 못했다. 어찌보면 사용자경험(UX)에 대한 연구를 피땀 흘려가며 했던 것일까.


이들에게 더 박수쳐주고 싶은 것은 딱 하나이다.

기부. 어쩌면 나와는 거리가 먼 느낌. 빌게이츠 정도 자본력이 되어야 수백억씩 기부를 해야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와 거리가 먼 듯 하니, 기부는 안하겠다. 일단 나부터 먹고 살기 바쁘니까.


카푸치노 호텔은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작은 기부들. 사람들이 부담을 갖지 않는 그 적정 선은 어디인지. 그래서 작은 행동들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낸다. 


호텔에서 어메니티를 사용하지 않는다니. 충격이다. 그 충격을 준만큼 어메니티를 사용하지 않으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준다. 이걸 안 다음 객실에서 귀여운 악마가 '물을 아껴달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물을 아끼게 된다. 내가 돈을 잘 쓰면, 기부까지 된다.


기부라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되게 작은 행동들이기 때문에 우린 더욱 맘 편하게 '그래 잠깐 불편하면 되지 뭐' 하며 기부행렬에 동참한다. 그리곤 뿌듯해 한다. 나의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 호텔을 무려 3번째 갔을 때 비로소 이들의 진짜 매력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3번째 갔을 때라도 알아서 행운이라 생각한다. 카푸치노 호텔이 우리에게 교훈을 던져준다.


기부는 어려운 것이 아니며, 우리가 작은 실천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더 나아가 우리가 뭔가 하려고 목표를 거창하게 세우면 작은 실천부터 하면 충분이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이렇게 하루동안 카푸치노 호텔과

유익한 대화를 나누고 온 기분이다.

이 맛에 호텔간다.


사비털어 호텔리뷰하는

호텔리뷰어 체크인의 호텔 투숙기는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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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카푸치노 호텔을 1분짜리 영상으로 담아 보았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카푸치노 호텔 1분만에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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