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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메이커 체크인 May 25. 2020

우린 왜 그 돈을 내고 호텔에 갈까

호텔을 가는 진짜 이유


네 고객님 1박에 35만원 입니다.

결제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안 도와줘도 된다. 고작 하루 밖에 머물지 않는데 35만원이나 태우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35만원이면 그나마 양반이다. 40만원부터 많게는 100만원이 넘는 곳들도 허다하다.


지금 여기까지 읽고 수 많은 독자분들께서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끄덕 거릴 것이다.


하지만 호캉스를 좋아하고 즐기는 독자분이라면

고개를 갸우뚱 하거나 피식 하며 가벼운 미소를

지을 것이다.


왜냐면 우린 그 돈을 내고

호텔에 가는 이유가 있으니까.



#우리가 그 돈을 내고 호텔을 가는 이유


'그 돈 내고 왜 가?' 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었다. 혹은 '우와 좋겠다! 근데 좀 비싸네..' 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이는 관점의 차이라 생각한다. 서로의 생각이 틀린게 아닌 다른 것 뿐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비싸다. 나도 여기저기 호텔을 돌아다니며 드는 생각이다. 호텔 경험이 느는 만큼 잔고는 줄어든다.


심지어 완벽하게 24시간도 아니다. 3시 체크인 12시 체크아웃.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21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 돈을 지불해가며 호텔을 갈까.


여기엔 아주 간단한 이유가 숨어있다.




#우린 매일 반복되는 생활을 한다


그리고 그 생활은 주로 '공간'에서 이뤄진다.

우리의 하루를 돌켜보자. 집에 있다가 사무실로 향한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뭐 운동을 갈 수도 있고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집,사무실,집이다. 심지어 출/퇴근길은 '지구가 도는 것'처럼 변함없다. 바뀌지 않는다.


듣기만 해도 벌써 지치지 않는가?

우리 인간은 익숙함과 편안함을 사랑하는 동물이지만 동시에 익숙함에 질려 무기력해지는 아주 모순적인 생명체이다. 7일 중 5일을 똑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일을 한다.

지치기 딱 좋은 환경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환경'이다. 

무기력증에 빠지기 직전인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는 것은 '환경의 변화' 이다. 우린 환경의 변화만으로 무기력증에서 헤어나올 수 있다. 새로운 곳, 낯선 환경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그런 공간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린 여행을 가기도 전에 이미 썬베드에 누워서 칵테일을 한 잔 마시는 상상을 하곤한다.

지금 당장 생각만해도 행복해지는 것 같다. 필자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도 흘릴거 같다.

작년 4월 발리에서


하지만 우리 직장인들은 장시간 여행가기 위해 시간을 내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린 주말을 공략하기로 한다. 우리의 목적은 간단하다.


주어진 2일 동안 낯선 공간에서

최대한 재충전 하는 것.


그럼 그렇게 환경만 바꾸면 되는거라면 당일로 놀러갔다가 집으로 와도 되는 것 아니냐.

그렇다. 맞는 말이다.

낯선 공간으로 잠깐 놀러가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부터 선택은 각자에게 달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주어진 2일 동안 낯선 공간에서 최대한 재충전 하는 것이다.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이동하는데 소비하는 시간을 최소화 해야 피로감이 덜하다. 그리고 낯선 곳에 가급적이면 오래 있을 수록 새로움을 느끼며 활력이 돈다.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뇌과학 실험이 있지 않던가. 기분전환하고 싶으면 집에 가는 길을 바꿔보라고.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곳은 호텔


사실 호텔이 중요하다기 보단 펜션,캠핑 모두 해당된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 가장 쾌적함을 자랑하고 내가 서비스를 편안하고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곳은 단연 호텔이라 생각한다.


호텔 안에서의 하루를 생각해보면

더욱 와닿을 것이다.


체크인을 하기 전까지 약간의 고생만 하면 된다.

운전을 하고 가던, 짐을 싸들고 대중교통으로 가던 고생은 잠깐이다. 체크인 한 이후론 평일을 포함한 방금까지의 고생들을 보상이라도 하듯, 우린 격렬하게 주도적으로 뭔가를 할 필요가 없다. 


자꾸 사회는 주도적인 삶, 주도적인 업무를 요구하지만 호텔에서 만큼은 지독하게 수동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좌) 신라스테이 삼성  (우) 롯데 이그제큐티브 타워


수동적인 삶의 자세를 취할테면 사무실과 집에선 불쑥불쑥 우리의 공간을 침범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들도 악의로 그런 것은 아니니 미워하지 말자. 그만큼 우린 각자만의 '안전 공간'이 없는채로 항상 긴장하며 살아간다.


호텔에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객실에 들어서는 순간 호텔 건물주도 우리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평온하다. 그 누구도 우리의 공간(객실)에 침범 할 수 없다.


호텔들의 침대는 어찌 이렇게 하나같이 나를 감싸는지 모르겠다. 침구류의 새하얀 컬러 덕분에 더욱 쾌적하고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객실을 누가 청소 했는지 침대 위에 자필 서명이 작성된 종이가 침대 위에 놓여있다. 믿음직스럽다.


마음까지 쾌적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우리가 그 다음에 취해야 할 행동은 뭘까. 그렇다. 일단 눕는다.

(좌) 안다즈 호텔  (우) 파라다이스 시티


뒹굴거리기 가장 좋은 온도로 맞춰놓는다.

객실 내에 비치된 블루투스 스피커에 내 음악을 연결한다. 침대에 누워 창 밖을 바라본다.


아직 토요일 오후 3시43분. 행복하다. 이 상태로 맘 편히 내일까지 쉴 수 있다니. 어쩌면 이것이 진짜 행복일까 싶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리모콘을 손에 움켜쥔다.

 

신라스테이 삼성 컴포트 레저 룸


누군가는 그 동안 일하고 피곤해서 보지 못했던 예능들을 몰아서 볼 수도 있고 누군가는 달콤한 낮잠을 청할 수도, 또 다른 누군가는 오히려 집중이 잘 된다며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도 있다. 쾌적한 상태로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필요한게 있으면 직원분께 전화로 요청한다. 이들은 24시간 혹은 12시간 이상 우리들을 위해 대기 중이다. 고마운 분들이다. 정중하게 대하자.


그러다 배가 출출해질 때면 룸서비스를 찾아본다.

가격대가 어느정도 괜찮다 싶으면 바로 요청한다. 아니면 호텔 내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기로 한다, 룸서비스는 실제 메뉴보다 10% 정도 더 비싼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뭐가 되었든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너무 건물 안에만 있으면 답답하지 않냐' 라는 생각이 들 수 았다.


그래서 호텔들의 가장 꼭대기층엔 루프탑이 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 한 주를 되돌아본다. 그 동안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에 이야기하며 칵테일을 기울인다. 평온하고 은은한 토요일은 점점 일요일을 향해 달려간다.

신라스테이 삼성 루프탑의 야경


상상만 해도 쾌적함과 평온함 그리고 편안함이 느껴지지 않는지. 이건 호텔만 가능하다.

눈치 빠르신 분들은 이지 무슨 말이 이어서 나올지 예측이 가능 할 것이다. 우린 호텔의 '객실'을 사는 것이 아니다. 


단순하게 하루 묵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이 아니다. 단순하게 하루 묵는게 목적이라면 굳이 바싼 돈 들일 필요가 있을까?


우리가 그 돈을 내가며 호텔을 가는 이유는

딱 하나다.




#우린 '시간' 을 구매한 것이다

 

쾌적하고 편안하게 내가 쉴 수 있는 '시간'

평일엔 누구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주도적인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더 피곤하고 더 지친다.

주말만큼은 혹은 휴가때 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다. 그래서 우린 시간을 구매하기로 한다.


그러면 이제 시간을 판매한 사람은 우리의 시간을 만족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총 동원 할 것 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호텔 비용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지불한 비용만큼 호텔은 우리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불편한 것은 없는지,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모든 것을 '나'에게 맞춘다.


돈으로 시간의 가치를 평가할 순 없지만 높은 금액으로 시간을 살 수록 그 시간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고 간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선택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가격대의 시간을 구매할 것인지.


우리가 구매한 '시간'의 가격대가 높으면 높을수록 '고객님' 이란 대명사에서 "000님" 이란 고유명사로 바뀐다. 즉, 점점 개인화 된다는 것이다. 구매한 시간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을 샀기 때문에 완벽하게 '내 시간' 인데 그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

(좌) 카푸치노 호텔  (우) 파라다이스 시티


이뿐만이 아니다. 더 재밌는 것이 있다. 우린 잠시나마 다른 삶을 살아 볼 수 있다. 럭셔릭하고 고급스러운 40만원대 이상의 호텔에 가면 마치 성공한 사업가 혹은 능력을 인정받는 직장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고, 젊고 트렌디한 감성 덕에 패션피플들이 다녀간다는 호텔에 가면 마치 나도 유행을 선두하는 패션지 에디터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시간을 구매한 만큼 그 시간 안에선 자유롭게 보고 느끼고 평소와는 '완벽하게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이렇게 손쉽게 환경뿐만이 아닌 내 삶을 잠시나마 바꿔버릴 수 있다.

이것만큼 최고의 '새로움'이 어딨을까.


무기력증에 걸릴 틈이 없다.




#그래서 우린 그 돈을 내고 호텔에 간다


짧은 시간 동안 낯선 공간에서 새롭게 리프레시를 할 수 있다. 동시에 쾌적하고 편안한 휴식을 할 수 있다. 호텔은 최적의 공간이자 심지언 효율적이기까지 하다. 왜냐하면 능동적으로 우리가 직접 뭔가를 하지 않아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거라곤 이 순간을 '만끽'하는 것 밖에 없다.


그 누구도 우릴 방해하지 않는다. 이를 누리기 위해 우린 객실이 아닌 '시간'을 구매한 것이다. 이제 호텔이 우리가 '구매한 시간'을 소중한 시간으로 만들어준다. 덕분에 '그 시간' 만큼은 '평소와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똑같은 루틴에서 벗어나 심신을 리프레시하며 지친 삶을 재충전 할 수 있는 곳.

그래서 우린 그 돈을 내고 호텔에 간다.

.

나의 휴식시간은 과연 얼마짜리인가?
이제 나의 '쾌적한 휴식시간'을 얼마를 주고 구매할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렸다.


잊지말자.

내가 쓰는만큼 호텔은 반드시 보답한다.

그것도 확실하게.


(좌)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강남 / (우)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좌) 안다즈 / (우) 롯데 이그제큐티브 타워


p.s 호캉스의 참 맛을 알게되면 야식만큼 끊기 힘들어질 수 있으니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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