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스테이 삼성 투숙기
많은 분들께서 공감하실 거다. 우리 모두는, 자기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으면 오매불망 신상이 나오기를 바란다.
마치 애플이 신제품을 하나씩 꺼내들때마다 나도
같이 카드를 꺼내드는 것 처럼. 왜 그렇게 우린 '새 것'을 좋아할까. 신상이 나오면 항상 가슴이 뛴다.
잔고를 확인한다. 갚아야 할 할부금을 보고 가슴이 뛴다.
하지만 어쩔수 없다. 좋아하는 것에 소비하는 것은 낭비가 아닌 투자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에 소비를 한 만큼 가치를 더 뽑아 내면 된다.
올해 4월1일, 신라스테이가 삼성역에 떡 하니 호텔을 세워 올렸다. 따끈따끈하다. 세워진지 1달도 되지 않았다. 살면서 새 집 냄새 나는 호텔을 가본적은 없었다.
지금이 기회다. 카드를 꺼냈다.
정신차리고 보니 신라스테이 삼성 앞에 서있는 나를 발견한다.
'좋았어, 이번에도 사비 털어 투숙 하는 만큼 새로운 것을 얻어가보자!'
지금 이 모든 경험들이 나의 최종 목표, '내 호텔을 세울 때' 몇 배의 값진 경험으로 돌아 올 것임을
확신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음 일단 로비가 21층에 있다.
이런 경우 간혹 있다. 로비가 1-2층에 위치하지 않고 TOP층에 있는 경우. 마치 L7 홍대 또한 체크인 하는 위치가 21층에 위치한거랑 같다.
엇 써놓고 보니 그렇다. 신라호텔의 신라스테이와 롯데의 L7은 상생 관계이자 라이벌 관계이다. 그런데 소름돋게도 체크인 층이 똑같이 21층?
('L7을 의식했나?' 는 철저히 개인적인 생각)
21층에 로비를 놓는 이유는 딱 하나 밖에 없다.
뷰에 자신있다는 소리다.
"일단 21층으로 올라와라, 고층에 로비가 있다고 불평할 수 있다. 하지만 체크인 하기 전에 그 '뷰'를 마주할 때면 불편하다고 불평했던 나 자신을 불평할 것이니."
'L7 홍대'도 그랬고 이번 '신라스테이 삼성' 또한 마찬가지였다. 로비의 통유리로 내려다 보이는 삼성역 근방의 시티뷰는 일단 이 호텔의 첫인상을 굉장히 좋은 경험으로 만들어 준다. 그래서 체크인 이후의 객실 경험과 기타 부대시설에 대한 경험 또한 당연히 좋을 것이란 기대를 하게 만든다.
소비자들의 무의식 속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는 것은 이렇게나 중요하다. 그래서 '첫인상'인 로비를 잘 활용해야 한다.
아무튼 그만 떠들고 21층으로 올라가보자.
역시 예상대로다.
21층에 로비를 배치해놓은 이유가 너무 노골적이다. 그래서 좋다. 고층에서 내려다 보는 뷰는 언제 봐도 황홀하다. 로컬리티를 중요시 여겨 지역마다 호텔 디자인이 다른 L7과는 달리 신라스테이는 일관된 브랜드 디자인을 추구하는 듯 하다. 신라스테이 또한 지역마다 조금씩 로비 디자인이 다르긴 하지만 '신라스테이답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군더더기 없이 정갈한 디자인.
인스타그램에 #신라스테이삼성 이라고 검색해보면 재밌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진들이 이 로비에서 창 밖뷰가 나오게 사진을 찍은 것들이다.
그런 의미에선 신라스테이 삼성이 바라던대로 로비의 공간 설계가 되었다 생각한다. 그리고 신라스테이의 하이라이트인 루프탑은 글 뒷부분에서 마저 설명하도록 하겠다.
왜냐면 '하이라이트니까'
커다란 통유리 밖으로 보이는 서울에 감탄하며 체크인을 마치고 이제 객실로 내려가야겠다.
14층 디럭스룸에 도착.
문을 열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딱 비즈니스 호텔이구나. 잡다한 것 없고 군더더기가 없다. 투숙하는데 정말 필요한 것들만 있다.
어쩌면 이들이 그토록 추구하는 '실용성' 에 집중하지 않았을까. 객실 크기도 넓지도 크지도 않다. 롯데 이그제큐티브의 프리미어룸이나 그랜드 워커힐의 클럽스위트 객실처럼
시원시원하게 넓은 공간은 확실히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1일 숙박료(평일기준)가 14-16만원 인 것을 감안하면 이해가 된다. 다만, 선릉역과 삼성역 중간에 있는 L7 강남의 슈페리어 객실 혹은 스탠다드 객실이 (평일기준)10만원 초반대로 형성되어 있고 이보다 더 넓은 공간임을 생각해보면 살짝 아쉽기도하다. 이는 브랜드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니 서로 존중해주기로 하자.
그 동안 너무 많은 호텔을 다녔던 탓이 었을까.
개성 강한 부티크 호텔과 비교하면 절대 안되는데 사람인지라 자꾸 오버랩이 된다. 객실이 뭔가 좀 밍밍하다. 간이 안되있는 설렁탕 같은 느낌. 바로 앞에 보이는 시티뷰 말곤 특별함이 없었다.
이들은 객실 어메니티에서도 힘을 뺀 느낌이다. 객실내에 비치된 종이컵을 보면 알 수 있다. 하다못해 L7 강남/홍대는 카페에서 먹는 일회용컵처럼 생겨 약간의 고급스러움을 준다. 하지만 신라스테이 삼성은 그렇지 않다. 이런 사소한 디테일적인 측면에선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이런 작은 디테일들이 모여 호텔의 이미지를 완성하기 때문에 깨알 디테일은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TV 또한 앙증맞은 사이즈이며 침대 크기 또한 마찬가지 이다. 이 정도 금액대인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의 경우 이들보다 살짝 저렴한 가격대에 형성이 되어 있지만, 거짓말 하나도 보태지 않고 이들보다 2배 침대사이즈를 자랑한다.
심지어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은
스탠다드룸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한 공간에 머물때 가장 안정감과 안락함을 느끼는 공간의 법칙이 있다. 한남동에 있는 사운즈 한남을 살펴보면 Power of small을 추구한다.
사람 크기에 맞는 휴먼 스케일의 공간이 오히려 더욱 편안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신라스테이 삼성을 그 포인트를 공략했다고 심심한 위로를 해본다.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사실 신라스테이 삼성을 예약을 할 때부터 어느 룸 타입을 해야 할까 고민을 했었다. 일반적인 '디럭스' 룸이 있고 '컴포트 레저 룸' 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독특한 룸이 하나 있었다.
이 객실은 65인치 TV와 사운드바 그리고 놀랍게도 '플레이스테이션'이 비치되어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모션베드'까지.
이 정도면 뭐 거의 그냥 멀리 나가지 말고 하루종일 쾌적한 환경에서 넷플릭스 보고,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하며 스트레스 풀으라는 것이다. 이름부터가 이미 '컴포트 레저' 이다. 게임 끝났다.
사실 나는 게임을 즐겨서 하는 편은 아니고
같이 하면 하는 그런(?!) 스타일이다.
그래서 컴포트 레져 객실에 대한 강력한 니즈는 사실 없었다. 근데 왠지 재밌어 보인다. 끌린다. 바로 프론트에 연락한다. 객실을 옮기려 하니 '추가 비용' 3만3천원이 발생한다.
3만3천원을 더 낼까말까...
3만3천원을 '추가'하면 거의 20만원 돈이다. 20만원짜리 객실이면 여기보다 더 좋은 컨디션의 호텔을 갈 수 있다.
과연 신라스테이 삼성에 20만원이나 쓰는게 맞을까.
심지어 컴포트 레져룸은 5층부터 10층 즉, 저층 객실이다. 뷰를 포기해야한다. 고민이 된다. 하지만.. 하지만... 모션베드가 나를 너무 유혹한다. 그래도 추가비용 지출은 아깝다.
- 디럭스룸에서 물건을 단 1개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저 객실을 바라보며 곰곰히 생각에 잠겼을뿐.
- 컴포트 레져룸 객실은 16만원 선이다
생각났으면 일단 시작하고 나중에 완벽해지자.
(start now get perfect later. 필자의 인생 슬로건이다. )
훗날 호텔을 세울때 오늘의 이 경험은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다.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자. 대신 좋아하는 것과 연관이 없는 소비는 낭비이다. 카드를 꺼내든다. 띠링 하며 결제완료 문자가 도착한다. 그리고 컴포트 레져 객실을 선택하면 프론트에서 어떤 게임을 할지 정한다(플스방처럼). 그럼 플레이스테이션 쇼핑백에 게임 컨트롤러와 CD를 넣어서 준다.
설렌다.
그렇게 나는 10층에 있는 컴포트 레져 룸에 도착한다. 옮기기 아주 잘했다.
'진작에 여기로 예약할껄.' 아니다. 오히려 디럭스룸을 직접 보고 왔기 때문에 나처럼 '디럭스'로 갈지 '컴포트 레져'로 갈지 고민할 독자분들께 더욱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 할 수 있다. 기분이 좋아진다.
객실 크기, 구조, 가구배치, 어메니티 모두 동일한데 확실히 다르다. 딱 3가지만 빼고 말이다. 늠름한 자태를 풍기며 공간의 밀도를 높여주는 65인치 스마트TV와 그 아래 높여있는 플레이스테이션. 그리고 이들을 마주보고 있는 모션베드까지. 훌륭하다.
이제 '신라스테이 삼성'에 온 것 같다.
신라스테이 삼성만 가지고 있는 객실 타입이다.그리고 그 동안 그렇게 많은 호텔을 다니고 가야할 곳도 많지만, 모션베드가 도입된 객실은 처음 봤다.
신라스테이 호텔이 세워지고 오픈 할 당시 수 많은 언론에서 이 '컴포트 레져룸'을 언급한 이유가 있었다. 과감히 객실을 옮긴 나의 선택에 스스로 흐뭇해 하며 계속 둘러본다.
정말 신기했다. 어떻게 티비 크기와 섹시한 매트 블랙의 티비 선반이 들어왔을 뿐인데 객실이 달라보일까. 훨씬 알차 보이며 이 객실 사이즈에 어울린다.
그리고 침대 각도를 위로 올려본다. 이거 완전 물건이다. 머리맡을 들어 올릴 수도 있고 다리쪽도 들어 올린다. 집에 들고 가고 싶다. 세상에, 정말 여기서 먹을 것 가져다 놓고 모션베드를 TV와 게임하기 최적화 된 각도로 맞춰 놓으면 이거야 말로 지상낙원이지 않을까. 객실이 너무 넓지도 않기 때문에 오히려 집중도 잘 된다.
신라스테이 삼성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보통 삼성역에 위치한 호텔들은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거나 출장온 사람들의 휴식공간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그에 부합하는 객실타입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마련이다.
이번 코로나19사태의 영향으로 모든 호텔들은 이제 당분간 해외고객 타겟에서, 내수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잡아야 한다. 심지어 삶에 지쳐 주말만큼은 나를 위한 휴식을 찾는 직장인들에게 적합한 공간이 필요했다.
주말만큼은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어하는 사회초년생과 직장인들. 하루종일 누워서 티빙(무제한 사용 가능)이나 넷플릭스로 그 동안 못 봤던 것들을 보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면 그만한 휴식이 또 어딨을까. 어쩌면 신라스테이 삼성의 '컴포트 레저 룸'은 이를 공략한 듯 하다.
아주 이례적이고 인상깊다.
컴포트 레져룸에서 최고층은 10층이다.
사실 이정도 뷰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하지만, 더 고층에 위치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높은 고층의 뷰를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저층이지만, 다양한 즐길거리를 선택할 것이냐.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단박에 해결 된다. 객실에서 격렬하게 쉬다가 답답하다 싶으면 21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왜냐면 신라스테이의 하이라이트.
루프탑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여긴 텍스트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사진이 그 설명을 대신 해주기 때문이다.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뷰맛집'으로 선정 되어있다. 이제 막 날씨가 슬슬 풀리기 시작하며 해도 점점 늦게 떨어지는 만큼 이 곳의 인기는 치솟을 것이라 생각한다. 신라스테이 삼성의 매출은 여기가 이끌어 주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역시. 이들은 뭘 좀 안다.
아무래도 신라호텔을 운영해온 노하우가 녹아들지 않았을까. 소파베드가 베이지색을 은은하게 띈 흰색이다. 만일에 저기다가 블랙으로 갖다놨으면 고급스러움을 놓치는 것은 물론이고 사무적인 느낌이 났을 것이다. 휴양지에 온 듯한 주기 위해 흰색 소파베드를 가져다 놓았다. 이 컬러는 진리다. 고급스러움과 동시에 휴식하는 곳이라는 메세지가 강하게 전달된다.
이제 상상해보자. 저기에 앉은 듯 누워서 잠실 종합 운동장과 그 앞에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면 어떤 기분 일까?
그리고 해가 다 떨어지고 건물에 하나 둘씩 불이 켜지기 시작한 서울야경 또한 낭만적이다.
스트레스가 사르르 녹는다.
서울에 직장이 있는 독자분들이라면 아마도 집에 있는 시간보다 서울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 매일 같이 왔다갔다 하는 서울.
심지어 집이 서울이라면 더더욱. 회색빛 고층 건물들이 숲을 이뤄 멀리 내다봐야하는 우리들의 시야를 '바로 앞'만 바라보게 만든다. 답답하고 불안하다. 그래서 우린 자꾸 높은 곳을 갈망하고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어한다. 우리의 눈 앞을 가리는게 없으니까.
신라스테이 삼성의 루프탑은 딱 그런 곳이다.
어딘가 답답했던 우리들의 마음 한켠을 잠시나마 시원하게 뚫어준다. 이 순간만큼은 내일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고민들을 내려놓을 수 있다. 어찌보면 삼성역은 비즈니스의 메카라면 메카이다. 수 많은 컨퍼런스가 열리고, 수 많은 직장인들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들낙 거리는 장소이다. 그런 동네에서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행운이다. 내가 서울에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사람마다 선택의 기준이 다르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방향을 선택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린 이성적인 생각으로 선택을 하고 판단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 선택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성이 아닌 감성이다. 그리고 그 선택을 이성적으로 보이기 위해 합리화를 한다. 필자는 그저 조금 더 특색있는 객실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객실을 바꿔달라 요청했다.
뷰를 선택할 것인지, 재미를 선택할 것인지. 선택은 우리 각자의 몫이다. 과연 우리는 진짜 '신라스테이 삼성'을 느끼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맞을까. 내가 어떤 객실을 선택 했을 때 '정말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에만 집중해보자. 그러면 신라스테이 삼성 뿐만이 아닌 다른 호텔의 객실을 선택할 때 선택장애가 오지 않고 나에게 최적화 된 호캉스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그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 또한 아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린 행복한 하루를 쾌적하게 보내는 '시간'을 구매한 것이다.
필자 또한 선택에 기로에 놓였었다.
고층에서 삼성역 일대를 바라볼 것이냐, 저층에서 즐길 거리를 누릴 것이냐.
심지어 '디럭스룸+시티뷰'과 '컴포트레저룸+시티뷰'의 가격은 공식 홈페이지의 평일기준 동일하게 164,000원 이다.
그래서 분명 나를 비롯한 신라스테이 삼성을 방문예정인 분들 또한 나와 같은 고민을 할 것 같았다.
때마침 직접 가보니 그 차이를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이렇게 신라 스테이 객실 안에서 글을 써내려 간다. 필자의 글이 여러분의 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신라스테이 삼성 투숙기를 마친다.
사비털어 호텔리뷰하는
호텔리뷰어 체크인의 호텔 투숙기는
계속 이어진다.
이번 신라스테이 삼성 리뷰가 유익하셨다면 댓글과 라이킷 부탁드려요:)
여러분 덕분에 글을 지속적으로 써내려갈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p.s 신라스테이 삼성을 1분짜리 영상으로 담아보았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제 인스타그램에선 더 많은 호텔들을 한 눈에 모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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