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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메이커 체크인 May 23. 2020

상도동에 세계 100대 호텔이 있습니다

핸드픽트 호텔 투숙기


대체 여긴 뭘까. 연구 대상이다. 정말로.


예전에 '부티크 호텔'과 '부티크 호텔 인척 하는 모텔'을 구분하는 글을 쓰다가 알게 된 호텔이 하나 있다. 한 번 알게 된 이후 계속 이 호텔이 잠들기 직전에 자꾸 아른거렸다.


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있던 이유는 이 호텔의 위치 때문이다. 너무 뜬금없이 상도동에 있다. 정확히 말하면 장승배기역 근처. 여기는 호텔이 들어설 위치가 아닌데... 그동안 내가 다녔던 수많은 호텔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번화가 쪽에 위치해 있었다. 적어도 서울권 호텔들은.


상도동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내 상식선으론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왜? 굳이? 그곳에?

그러다 나를 더 화들짝 놀라게 한 것이 있다. 모노클 잡지에서 TOP 100 HOTEL in the world에 이 호텔을 지목했다.


아 잠시, 모노클 잡지를 잘 모르는 분들이 있을까 봐 아주 짧게 설명하자면, 광고주가 돈을 싸들고 와도 이 잡지의 '결'과 맞지 않으면 거절한다. 그리고 모노클은 초기에 상위 0.1%의 사람들이 보는 잡지로 유명세를 탔었다. 그런 잡지에서 우리나라의 신라호텔, 파크 하얏트가 아닌 이 호텔을 지목하다니!


뭘까 여기. 대체 왜?

그래, 앉아서 갸우뚱하지 말고 직접 가보자. 

그래서 일단 앞뒤 사정 안 가리고 카드부터 꺼냈다.


그렇게 핸드픽트 호텔로 향한다.

그리고 난 여태 느껴본 적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상도동은 자주 오는 동네라 그 느낌을 잘 안다. 

화려한 서울에서 유독 사람 냄새가 나는 그런 곳. 그래서 더욱 차를 끌고 가지 않았다. 상도동과 이 호텔이 얼마나 조화롭게 어우러지는지, 직접 천천히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핸드픽트 호텔로 가는 길


역시, 사람 사는 냄새가 확 풍겨지는 곳이다. 퇴근하고 저녁 먹을 장을 보러 들릴 수 있는 수많은 마트와 시장 그리고 학교와 집들. 화려한 서울생활을 마치고 본연의 나로 돌아가는 정취 있는 동네이다. 그래서 의심의 눈초리를 내려놓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곳에 호텔이 올라갔을까.


그렇게 천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던 도중 눈에 띄는 한 건물을 발견했다.

느낌이 왔다. 저 건물이다.


걸음이 가까워질수록

나의 의심은 점점 멀어져 갔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호텔 건물이 뭐랄까, 정말 이 동네와 잘 어우러졌다. 이질감이 없다. 푸른 담쟁이 덩쿨들과 붉은 벽돌이 이 지역에 스며든다. 이 호텔은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 더욱 궁금해진다.


얼른 들어가자.




#1층


호텔을 다니다 보면 가끔 고급스러운 디자인 혹은 그들의 압도적인 스케일에 위축될 때가 간혹 있다. 이 곳은 정반대이다.


들어가자마자 마음이 편안해진다. 호텔 특유의 고급스러운 위압감은 느낄 수 없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오후 3시를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동시에 은은한 향이 퍼져 나와 낯선 호텔에 대한 경계심을 내려놓게 해 준다. 입구 쪽을 슬며시 바라보고 있는 예술작품이 우리를 반기는 듯하다. 아직 로비로 가지도 않았는데 시각, 청각, 후각을 자극한다.


더욱 궁금해진다 이 곳.




# 9층 로비


'프런트 데스크가 어딨지?'


당혹스럽다. 아직 내가 호텔을 덜 다녔구나 라는

생각이 확 들게 만든다.

내가 알고 있던 정갈한 로비의 형태가 아니다. 호텔의 첫인상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로비이기에 잔뜩 힘을 주기 마련이다. 이 곳 핸드픽트는 오히려 힘을 뺀 느낌이다. 욕심부린 느낌이 아니다. 무덤덤하며 담백하다. 신선한 충격이다. 프런트 데스크는 소박하게 1개뿐이다.


그것도 창가 끝쪽에 수줍게.


핸드픽트 호텔 9층 로비


낯선 공간에 올 때 생기는 경계심이 완전하게 허물어진다. 편안한 카페에 놀러 온 기분이다. 그리고 바로 뒤에 보이는 한식 레스토랑(NAROO). 역시나 시원하게 통유리로 높게 뻗은 창문은 상도동 일대를 바라보게 만들어준다.


직원분께서 잠시 통화 중이라 막간을 이용해

주위를 더 둘러보기로 한다.

9층 로비와 같이 있는 한식 레스토랑 (NAROO)


역시. 모노클 잡지가 놓여 있다.

실제로 모노클 잡지가 보란 듯이 펼쳐져 있다. 솔직히 자랑할만하다. 수많은 호텔들을 제치고 TOP 100에 선정되었으니. 정말 나였으면 대형 포스터로 출력을 해서 건물 밖에 걸어놔 동네방네 자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무덤덤하게 보여준다.


대놓고 자랑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제 갈 길을 갈 뿐. 그래서 더 인상 깊다.

실제 모노클 잡지에 실린 핸드픽트 호텔


한국관광공사 호텔 등급 2019년 기준, 이 호텔은 3성급이지만 절대 얕봐선 안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곳은 특 2급 즉, 4성급이었다. 객실 수가 50개가 채 안되는데 최초로 특 2급을 받은 곳이다. 호텔계의 벤처기업이라 불릴 정도로 이례적인 호텔이다. 이런 적은 없었다. 이 호텔이 상도동과 어우러지는 콘텐츠에 집중한 결과이다.


거대한 기업의 손을 타지도 않았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훗날 호텔을 세우고 싶어 하는 나에겐 여긴 최적의 교과서이지 않을까. 도대체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진 곧 이어서 설명하겠다. 정말 이 호텔의 핵심 포인트이다.



감탄하던 도중 직원분의 통화가 끝났다.

이제 체크인을 해보자. 체크인과 동시에 몇 가지 안내가 이어진다. 근데, 좀 특이한 것들이 몇 개 있다. 이건 다른 호텔에서 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들은 12시 30분부터 새벽 5시까지 건물의 정문이 잠긴다. 호텔 건물 내부의 보안과 안전을 위해 객실 키를 찍어야만 건물 내부로 들어올 수 있다. 아무래도 대형 호텔 체인처럼 수많은 직원들이 출입을 통제할 여력이 안되다 보니 이런 선택을 한 듯하다.

현명하다.


체크인할 때 조식을 예약하면 50% 할인해준다. 원래 22,000원이라는 살짝 헤비 한 가격이지만 50%라면? 고민이 된다. 지갑이 반쯤 열렸다. 조식 메뉴를 물어보니 맑은 순두부찌개 정식이랜다. 보통 호텔 조식하면 '오믈렛', '소세지' 이런 양식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색적이다.


순간  진정한 '서울'보단 '서울 생활'에 집중하겠다'던 핸드픽트 대표님의 인터뷰 내용이 스쳐 지나간다.

왠지 다음날 아침의 조식은 집에서 먹는 듯한 그런 경험을 할 것 같다. 결국 지갑은 활짝 열렸다.


어메니티는 환경보호 차원으로 객실 내에 비치해두지 않아 따로 2,000원에 판매한다고 한다.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은 나는 그것도 같이 기분 좋게 결제한다.


마지막으로 지하 1층 카페 라운지에서 웰컴 드링크(아메리카노 2잔)를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준다. 그와 동시에 카페 라운지에서 음식을 시킬 시 30% 할인되는 쿠폰을 준다. (일부 메뉴 한해서)

나의 지갑을 열게 한 쿠폰들


솔직히 호텔 내부에서 이용하는 레스토랑의 가격을 보면 지갑을 섣불리 열기 힘들다. 하지만 이들은 이렇게 체크인 시 할인 쿠폰을 주며, 그들의 시설을 이용하게 유도한다. 심리적으로 저렴하게 호텔의 부대시설을 한 번 이용해볼까?라는 생각을 심어준다.


때마침 배도 고팠던 참이다. 입구에서 들었던 음악을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들으며 지하 1층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여태 느껴보지 못했던 경험을 하나둘씩

하게 된다.




# 지하 1층 카페라운지


오늘은 좀 특이하게 바로 객실로 올라가지 않을 거다.

왜냐면,  여기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전에 보통의 호텔의 카페&다이닝 라운지를 떠올려 보자.

핸드픽트는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천편일률적인 기존 호텔들의 카페&다이닝에서 크게 벗어날 것 만 같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나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역시 이들은 틀을 깬다.

여기가 핸드픽트가 가진 무기다. 뭐랄까. 단순히 카페&레스토랑만 있는 게 아니다. 기존 호텔들에선 볼 수 없는 공간이다. 카페&레스토랑으로 시작해 플라워샵, 편집샵 그리고 심지어 도서관과 키즈룸까지. 아 그리고 하나 더, 피트니스까지.


지하 1층 카페라운지(BALLROOM)


은은한 조명이 공간을 감싼다.

허나 자만하지 않는다. 화려한 듯 수수하고 겸손하다. 카페 사이사이에 적절하게 비치된 편집숍과 플라워 샵은 상도동에 올라간 핸드픽트처럼 조화롭다. 곳곳에 비치된 식물들 덕에 더욱 편안함을 느낀다.


건물 외관에서 느꼈던 그 감정을 고스란히 이 곳에서 느낄 수 있게 경험 설계를 한 디테일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곳 카페 공간에선 혼자 노트북 들고 내려와서 '내 일'에 집중하기 최적의 공간이다.


지금도 체크아웃하고 이 곳 카페로 내려와 계속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편십 숍엔 이들의 어메니티를 판매하고 있다.

문득 이케아 호텔과 에어비엔비가 생각났다. 하루 동안 객실에서 가구들을 이용해 본 후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를 할 수 있게 경험 설계를 해놓은 그들.

느낌 딱 오지 않는가?


하루 동안 직접 체험해보고 만족스러우면 고민하지 않고 구매로 이어지는 그 흐름. 이들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직접 객실에 올라가 어메니티를 써보고 결정해라.'라는 자신감이 돋보인다.

핸드픽트 호텔 어메니티를 판매하는 공간


체크인 때 받은 쿠폰을 들고 주문한다.

호텔 안에 있는 레스토랑이라 함은 터무니없는 가격이거나, 섣불리 지불하기 애매한 금액대를 형성하고 있단 생각을 하고 있다. 여긴 그렇지 않다. 파스타 하나가 1만 8천 원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으니, 일반 맛집에서 파는 금액과 비슷하다. 훌륭하다.


이들이 만약 이런 쿠폰을 안 줬다면 난 그저 지하 1층을 '눈팅'만 하고 객실로 올라갔을 것이다. 자꾸 자연스럽게 돈 쓰게 만든다. 어쩔 수 없다.

역시 경험해봐야 안다.


그렇게 메뉴를 기다리던 도중, 내 눈에 하나 띈 곳이 있다. 바로 '라이브러리'

나도 모르게 메뉴가 나오는 것도 내팽개치고 홀리듯 라이브러리로 향해 간다. 그리고 입을 틀어막는다.

핸드픽트 호텔 도서관


간혹 호텔 객실 안에 책들이 놓여 있는 곳들이 있다. 이는 '우리 호텔은 이런 호텔이다~' 라며 호텔과 어울리는 책들을 큐레이션 해놓는 것이다.


즉 투숙객들에게 대화를 건다 생각하면 편하다. 예를 들면 객실 안에 예술과 디자인 관련 서적이 막 꽂혀 있으면 우린 무의식적으로 '아~ 이 곳은 예술/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썼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핸드픽트 호텔 도서관


역시는 역시다. 이들의 큐레이션은 예사롭지 않다. 

한남동엔 '스틸북스'가 있다면 상도동엔 핸드픽트가 있다. '매거진 B' 부터 시작해 'Oh Boy!', '킨포크'와 같은 브랜드와 라이프스타일을 최전방에서 다루는 잡지들이 꽂혀있다. 이것만 봐도 이미 이 호텔이 얼마나 감각적인 감성을 갖추고 있는지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패션지부터 음식, 건축/인테리어 서적까지. 핸드픽트 호텔을 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쳤는지 알게 되는 대목이다. 놀랍다. 호텔 안에 이렇게 감각적이며 무게감 있는 서적들로 도서관을 꾸릴 수 있다니(물론 아이들을 위한 책도 있다).


그랜드 워커힐에 있는 도서관이나, 레스케이프에 있는 도서관에서는 볼 수 없는 분위기다. 진짜 도서관스럽다. 과하지 않고 적당하다.


이런 서적들에 둘러싸여 특별한 스케줄 없는 주말에 하루 종일 이 곳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책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지역 주민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낮 시간엔 아이와 함께 온 주민들로 가득 찬다. 꽤 활발한 공간이다.


비록 많은 사람들의 손을 타서 잡지와 서적들의 표지가 살짝 입을 벌리고 있다. 괜찮다.

그것마저 이 곳 특유의 감성으로 생각하게 되니까. 공간 자체도 너무 넓지도 좁지도 않아 서적에 집중하기 너무 좋은 환경이다. 그리고 이 도서관 옆엔 아이들도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키즈룸까지 있다.


아무래도 상도동의 지역 특성상 자녀를 키우는 가구들이 많다는 것을 고려한 세심한 배려이지 않을까.

핸드픽트 호텔 도서관 안에 있는 키즈룸


시켜놨던 꽃게 로제 파스타와 피자와 생맥주 2잔이 같이 나오는 '블룸 세트'가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차라리 맛없었으면 좋겠다. 이거 핑계로 흠 좀 잡아보게. 로제 파스타 소스까지 야무지게 싹싹 긁어먹는다. 살짝 민망하다. 너무 다 먹었다. 이제 배도 불렀으니 웰컴 드링크 2잔 챙겨서 객실로 올라가자.

블룸 세트 + 꽃게 로제 파스타


그런데 계속.. 그동안 다른 호텔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무언가가 계속 나의 감정을 뒤흔든다.

나조차 이 호텔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여태 그 이유를 객실을 둘러본 이후 깨닫게 된다.

 



# 객실


사실 이쯤 되면 걱정되기 시작한다. 아직 객실을 살펴보지도 않았는데  너무 새롭다. 핸드픽트 호텔은 여태 돌아다녔던 대형 호텔 체인 혹은 라이프스타일을 자청하는 호텔들과는 확연하게 느낌이 다르다. 집에 있는 듯 편안하다. 부담스러움이라곤 느낄 수 없다. 그리고 그 느낌은 고스란히 객실에서도 전해진다.


여긴 주니어스위트 룸이다. 공식홈페이지에서 할인가로 약 13만원 선 이다.

객실은 특별한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 전반적인 핸드픽트 호텔의 분위기와 디자인처럼 화려하지 않고 정갈하며 소탈하다. 필요한 것만 배치되어 있으며, 그렇다고 중요한 것들(침대 퀄리티)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 핸드픽트 호텔의 고집이 돋보인다.


핸드픽트 호텔 주니어 스위트룸 7층


4년이 지난 세월의 흔적이 객실 곳곳에 묻어 나오지만 이 또한 문제 되지 않는다.

핸드픽트이기 때문에 괜찮다. 그리고 이 호텔의 진면모를 알고 나면 신경 쓰이지 않는다.




# 여태 느껴본 적 없는 경험


우리가 '호텔'이라 하면 떠오르는 것은 뭘까?

'으리으리한 건물', '럭셔리함과 고급스러움', '독보적인 디자인' 그리고 지역에서 1등이 되겠다는 야망 등등. 그래서 보통 우리가 호텔을 가면 '우와~! 멋지네'라는 말을 거듭 반복한다. 하지만 금세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핸드픽트 호텔?! 이 곳은 아주 선명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뭔가 아까부터 하루 종일 이 호텔을 관찰할수록 가슴이 뭉클해지는 요상한 경험을 했다.

이게 왜 그럴까 하던 도중 이유를 조금씩 알 것만 같았다.

핸드픽트 호텔 입구


핸드픽트 호텔은 기존 호텔들이 가는 방향과 정확히 반대로 간다.


고급스럽지도 않고, 관광하기 좋은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으며, 사람들이 알고 찾아오기 힘들다. 하지만 이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관광하러 오는 사람들이 꼭 관광지 한복판에 머물까?> 사실 교통이 편리하고 시설도  괜찮다면 더욱 *로컬 감성을 느끼기 위해 관광지에서 살짝 벗어난 곳으로 간다. 마치 우리가 파리 여행을 갈 때 에펠탑 바로 옆에 숙소를 잡지 않고 살짝 옆으로 비껴나가는 것처럼 (물론 비싼 가격도 한 몫하겠지만).


그리고 상도동은 30분이면 어지간한 서울은

다 갈 수 있다.

 

또한 상도동은 핸드픽트 호텔을 세운 김성호 대표님이 자라왔던 곳이기도 하다. 이 호텔이 세워진 부지는 할아버지께서 주유소를 하던 자리라고 한다. 이제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할까. 상도동에 세워진 이유가 납득이 간다.


상도동에 대한 애착은

지금의 핸드픽트 호텔을 만들었다.


관광지에서 살짝 벗어나 오히려 로컬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상도동 거주 지역 특유의 '생활'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핸드픽트 호텔은 '서울' 이 아닌 '서울 생활'에 집중한다. 


이들의 객실 디자인도 호텔 객실이라기 보단 친구 자취방에 놀러 간 듯한 느낌인 것도 다 이런 이유에 서라 생각한다. 정말 동네에 온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동네 슈퍼들 사이에서 '지역 편의' 랍시고 갑자기 대형 할인마트가 들어와 오히려 지역 생태계를 위협하는 모습을 많이 봤을 것이다. 핸드픽트 호텔은 '동네 슈퍼'의 손을 든다. 이제 하나 둘 씩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다.


왜 자꾸 내가 이 호텔에서 남다른 감정을 느꼈었는지. 난 이 호텔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삭막하기만 했던 브룩클린의 공장 단지에 활력을 불어넣은 '위스호텔'처럼 되는 것이 목표이다. 하지만 지역이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해 지역 상인들이 자리를 뜨게 되는 안타까운 현상을 우린 수도 없이 봐왔다. 성수동부터 이태원까지.


그래서 핸드픽트 호텔 대표는 지역 상인들의 터전을 어느 정도 보호하기 위해 구청과 협의해 임대료 인상폭 제한을 두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고자 힘을 쓰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무릎을 탁 쳤다.

이 호텔 '진또배기' 구나!


호텔 내에 있는 한식 레스토랑(NAROO)은 근처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재료를 공수해 온다.

그리고 호텔 근처에 어떤 맛집이 있고, 가볼만한 곳은 어딘지 직접 소개한다. 부대시설을 이용하게 만드는 보통의 호텔들과는 차별화된다.


확실히 다르다. 이게 '지역 상생' 아닐까? 호텔이 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이란 이런 게 아닐까?


요즘 같은 세상에 핸드픽트 같은 호텔이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천천히 꾸준히 성장했으면 한다. 진심으로.


맑은 순두부 찌개 조식
핸드픽트 공식 홈페이지에선 이렇게 지역 맛집과 가볼 곳을 직접 추천한다.


그래서인지 지역주민의 왕래가 굉장히 잦다. 이 덕분에 개관하고 8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이례적인 사건을 터트린다. 상도동과 핸드픽트는 하나가 된 느낌이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진심으로 '지역 상생'을 꿈꾸는 호텔이 있다니. 모노클이 왜 TOP 100 호텔에 이 곳을 선정했는지 이해가 가는 순간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자본'의 힘으로 지역을 강제로 계몽시키려 들지 않는다. 급하지 않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차근차근 바꿔나갈 뿐이다. 그게 핸드픽트 호텔의 진짜 매력이다.


앞서 말했지만, 핸드픽트 호텔이 앞으로 꾸준하게 성장했으면 한다. 진심으로 잘됬으면 좋겠다. 열심히 응원하려 한다.


거대한 기업이 끼지도 않은 상태로 3년을 꼬박 투자자들을 설득하여 건물을 올린 이 호텔. 어쩌면 훗날 내가 호텔을 세울 때 지금의 이 핸드픽트 호텔이 많이 생각날 듯하다. 그때, 다시 한번 방문하려 한다. 부디 그 날까지 잘 버텨 새로운 신드롬을 만들어주길-!


이렇게 호텔에 하루 투숙하면서

이런 감정은 느껴본 적이 없다.

새로운 경험이다.




사비털어 호텔리뷰하는

호텔리뷰어 체크인의 호텔 투숙기는
계속 이어진다.


이번 핸드픽트 호텔 리뷰가 유익하셨다면 댓글라이킷 부탁드려요:)
여러분 덕분에 글을 지속적으로 써내려갈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p.s 핸드픽트 호텔을 1분짜리 영상으로 담아보았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왜 때문에 자동 썸네일이..화장실..?




제 인스타그램에선 더 많은 호텔들을 한 눈에 모아 보실 수 있습니다.

브런치 '작가소개'에 올려놓은 제 인스타그램을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요기! > @hotel_reviewer_check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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