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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메이커 체크인 May 05. 2020

호텔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나의 시작, 나의 도전기


호텔 세울만한
돈, 땅, 건물 없습니다


심지어 디자인팀 리더 자리를 내려놓고 제 삶을 리딩 하고자 하여 퇴사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호텔을 세우기로 했다뇨?'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의 어리둥절한 표정 또한 어느 정도 상상이 갑니다. 저 얘기를 듣자마자 '돈 많아?', '실패하면 어쩌려고', '이번 코로나 19 때문에 호텔업계 매출 뚝 떨어진 거 못 봤어?' 등의 생각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불가능한 꿈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생각보다 그렇게 불가능해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바로 '시작'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제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엔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자극을 받아 생각에 잠기게 되는 여러분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불가능할 것 같지만

가능할 것 같습니다


1961년 어느 날 존. F. 케네디는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연설을 합니다.


"우린 달에 가기로 했습니다."


연설은 계속 이어집니다.

"우리가 그러기로 결심한 이유는 그 일이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8년 후, 인간을 달에 보내는 데 성공합니다. 지구로 무사귀환까지 완벽하게 말이죠.


8년 안에 인간을 '달'로 보냈습니다. 어떻게 달로 보냈을까요?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인간을 달에 보내기 위해 이들은 지금 바로 실행 가능한 세부 계획들을 세웁니다. 그 작은 계획들이 하나둘씩 모일 때마다 점점 달과 가까워졌습니다. 그리고 결국 달에 닿았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인간이 달에 닿았을 당시, NASA 직원의 평균 나이는 약 26세였습니다.


갑자기 '호텔'을 세우겠다는 꿈이 현실적으로 들리지 않나요? 호텔 세우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위에서 한번 언급했듯이 전 돈도 땅도 건물도 없는 평범한 29세 퇴사한 디자이너입니다. 호텔을 세우기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딱 3가지뿐입니다.


지금 시작할 수 있는 것 01>

100군데의 호텔을 가보려 합니다. 지금까지 갔던 호텔 빼면 총 88군데를 더 가야 합니다. 사실 기존에 이미 40군데 넘게 다녔지만 지금 이 목표를 가진 상태로 다시 가보려 합니다. (4월 기준으로) 남은 기간은 8개월 남짓. 깔끔하게 한 달에 11 곳을 가면 됩니다. 3일에 한 번 꼴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시작할 수 있는 것 02>

그 호텔들은 어땠는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기록할 겁니다. 그 기록한 것을 사람들에게 공유하여 제 호텔 콘텐츠를 좋아해 주시는 '소중한 팬'을 만들 겁니다.


지금 시작할 수 있는 것 03>

그리고 마지막으로 호텔 세우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모두 읽을 겁니다.


적어도 지금은 '보고 쓰고 읽기'만 하면 됩니다. 생각보다 간단하죠?

그래서 지금 바로 '시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을 겁니다.




왜 호텔을 세우고 싶어 할까


사실 저는 브랜드 디자이너입니다. 우리가 '애플'을 생각하면 크리에이티브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떠오르고,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디자인을 떠올리며 회색 뉴발란스를 신은 스티브 잡스가 생각납니다. 이렇게 어떤 브랜드를 얘기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브랜드를 기억하고 경험하게 만들지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호텔에서 우리는 하루 동안 눈으로 공간을 마주하고, 호텔에 퍼져있는 쾌적한 향을 맡으며,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과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음식을 맛보며 호텔에서 이용하는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새하얀 침구류에 폭 안겨있을 때의 촉감은 잊을 수 없죠. 즉, 우리의 오감을 총동원하여 호텔을 '경험' 합니다. 이 모든 건 단 하루 만에 결정이 나죠. 이 매력 때문에 제가 호텔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럼 제가 그렇게 애정 하는 '브랜드'와 '호텔'을 가지고 앞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내린 결론은 딱 1가지 뿐이었습니다.


'호텔을 직접 세우는 것'




어쩌면 이건 나와의

챌린지(도전)가 되겠군요


저는 올해 1월에 퇴사를 했습니다. 그동안 팀을 리딩해왔다면 이젠 제 삶을 리딩 해보고 싶었습니다. 가장 결정적으로 29년을 살면서 딱 1가지에 미쳐서 몰입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곰도 3개월 동안 쑥과 마늘만 먹으면 사람이 된다는 설화가 있는데 전 3개월 이상 뭔가에 정말 깊게 몰입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대부분 '적당히' 하다 그만두기 일쑤였죠.


0부터 100까지 있다면 항상 70 정도 해왔습니다. 어떤 일을 하던간에 '잘한다'라는 얘기는 들어 봤습니다만 '와.. 미쳤다'라는 말을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저를 한 줄로 소개하라고 하면 예전엔 '브랜딩', '사이드 프로젝트', '디자이너' 등 온갖 수식어가 붙더군요. 결국 타인에게 명확하게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습니다. 브랜딩을 한다는 사람이 제 스스로에 대한 브랜딩은 아주 부족했죠.


그래서 남은 올 한 해만큼은 '호텔', 이 1가지에 몰입을 해보려 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이 5월이니 앞으로 7개월 남았네요. 솔직히 바로 이직을 하는 것이 아니니 경제적인 부담이 가장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박따박 들어오던 월급도 없고, 호텔을 3일에 1번씩 가기 때문에 비용도 만만찮게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정말 7개월을 견뎌내며 버틸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두렵기도 하네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말 '도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근육이 커지려면 무거운 덤벨을 고통스럽게 들어 올리며 근육이 찢어져야 더욱 커지듯, 7개월이란 기간 동안 꾸준하게 견디고 극복해 냈을 때 느낄 수 있는 달달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듯합니다.


앞으로 7개월 동안 꾸준히 '보고 쓰고 읽기'를 할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7개월이란 시간을 버텨내었다면 그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 것은 쉬운 죽 먹기일 듯합니다. 호텔을 정말 세울 수 있을지 없을지는 그때 가서 생각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해 낼 겁니다.


(이쯤 되니 나이키의 'JUST DO IT'과 '우리의 힘을 믿는다' 캠페인이 조금씩 와 닿네요)




케네디는 달에 가기로 했습니다

전 호텔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호텔을 세우기 위해 지금은 호텔을 돌아다니고 글을 쓰며 책을 읽습니다. 벌써 밤 11시 24분이네요. 지금도 호텔 라운지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꿈을 크게 갖되 시작은 작은 것부터 하려 합니다. 그동안 삶을 살아가는 길이 여러 개가 있어 어디로 가야 할지 불안해했다면 이젠 제가 나아가야 할 길은 오직 1개뿐입니다. 묵묵하게 걸어 가보려 합니다. 분명 고통과 시련이 따를 것이란 각오도 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 느낌이네요!


지금 여기까지 제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들은

어떤 꿈을 이뤄보고 싶은가요?


그 꿈을 달성했을 내 모습을 상상만 해도 입꼬리가 올라가진 않나요? 생각만으로도 달달한 초콜릿을 먹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진 않는지. 그럼 해야죠. 하지만 우리 머릿속에 숨어있는 나쁜 앞잡이가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왜냐면 나와는 너무 먼 얘기인 것 같거든요. 괜찮습니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하면 결국 해낼 수 있습니다. 존. F. 케네디가 인간을 달에 보낸 것처럼 말이죠.


해보고 싶었던 것은 있는데 이런저런 생각에 아직 시도를 못해본 것들이 있다면, 뭐가 되었든 무조건 응원하고 싶습니다. 저 혼자 묵묵히 걸어가는 것보단 꿈을 이루기 위한  '작은 시작'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거든요.


저는 아직 결혼도 안 했고 지켜야 할 가정도 없이 오직 '나'만 신경 쓰면 되기 때문에 어쩌면 시작점이 조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상황이 다른만큼 제가 이 얘기를 하는 것이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쓸지 말지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나의 작은 시작, 작은 도전기'가 단 1명의 독자분께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면 전 다른 거 바라지 않습니다. 저와 함께 스스로 챌린지를 걸고 고통을 견디는 동료가 1명 생긴 것 만으로 큰 힘이 됩니다.


꿈은 크게, 시작은 작게 그리고 꾸준히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흔들릴 때면 스스로 중얼거리겠습니다.

'나는 호텔을 세우기로 했다'라고.





현재는 그렇게 70군데 호텔을 관찰한 후 가성비호텔~럭셔리호텔을 모은 [호텔 가이드북]을 만들어 냈습니다. 호캉스 어디갈지 고민이신분들은 참고해주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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