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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메이커 체크인 May 28. 2020

호텔 어메니티, 어디까지 가져가봤니

알아두면 득되는 호캉스 상식


하루는 지인과 호텔에 묵을 일이 있어 같이 간 적이 있다. 나는 이 호텔은 어떻고 여기는 어떤 컨셉이며 등 신이나서 설명하고 있던 도중 지인이 정말 순수한 표정으로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근데 호텔에 있는거

어디까지 가져갈 수 있는거야?'


생각해보니 그렇다.

실제로 필자도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

간혹가다 샤워 어메니티가 딥티크, 발망, 에르메스로 구성되어 있으면 이들을 가방에 챙겨넣고 나와 함께 체크아웃을 하곤 했다.


아마 이걸 읽는 독자분들 중 격한 

공감을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다.


우리가 호텔을 다니다보면 호텔 샤워 용품이나 객실 내에 구비되어 있는 티백류들을 가져갈 때가 있다.

앞서 말했듯 샤워 어메니티가 딥디크, 발망, 에르메스와 같이 수준 높은 브랜드들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엔 더더욱 챙겨나오기 마련이다.

챙겨오게 되는 샤워 어메니티들


실제론 황당한 사고들도 발생한다고 한다.

무선 블루투스 스피커나 커피포트를 몰래 가져가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에이 설마 진짜? 라고 할 수 있지만 호텔 내에 비치된 전자기기의 분실률 때문에 골머리 썩는다는 기사들도 있을 정도이다.

2018년 기준 미국호텔숙박협회에서 발표 했듯이 연간 피해금액이 1억달러(한화 1,200억)라고 하니 꽤나 골치 아플듯 하다.


아니 대체 뭘 갖고 나가길래 피해금액이 저렇게 높을까 싶다. 근데 생각보다 놀라운 것들을 가져간다.


앞서 말한 블루투스 스피커나 커피포트는 귀여운 수준이다. 호텔 객실 내에 비치된 서적은 물론 드라이기, 식기류부터 물컵 그리고 와인잔, 심지언 커튼을 떼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더 대박인건 객실에 비치된 예술작품까지 

가져간단다.


커튼도 가져가는데 객실을 분위기 있게 만들어주는 전등은 오죽할까. 여기에 끝판왕이 하나 있다. 

바로 침대 매트리스. 후덜덜하다. CNN에서 보도 할 정도이다. 유럽과 아시아 4,5성급 호텔 1157곳 중 49곳에서 침대 매트리스 분실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4,5성급 호텔들은 호텔 물품에 도난방지 전자시스템을 부착하려 할까.

(실제로   곳들은 진행 중이다)


수준높은 교육을 받은 우리 독자분들께선 이런 상식 밖의 행동들은 하지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그런 우리 마저 고민을 하게 되는 애매한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뽀송뽀송한 샤워가운과 내 몸을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샤워타올들. 그리고 슬리퍼 등.


그래서 어디까지 가져갈 수 있는지

이야기 해보려 한다.




#가져가도 되는 것들의 기준


우리가 호텔에 체크인을 할 때, 호텔 이용약관에 서명을 한다. 사실 그 안에 '호텔물품 외부 반출하지 않겠다' 라는 내용이 담겨있을 것이다. 우리가 꼼꼼히 읽어보지 않기도 하고 프론트 직원분들께서도 이에 대해 상세히 안내하지 않는다.


그 말인 즉슨, 우리가 통상적으로 따르는 상식이기 때문이다. 객실 키를 객실 문에 어떻게 찍어야하는지 설명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럼 가져가도 되는 물품의 기준을 뭘까.

명확히 법령이나 조항들이 있지는 않지만 쉽게 생각하면, 1회용품인가 아닌가로 그 기준을 정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기준으로 꽤 많은 것들을 분류할 수 있다.


  호텔 객실을 살펴보자.




- 샤워 어메니티들

이들은 대부분 1회용품이다. 그리고 호텔 자체생산의 어메니티도 있다. 이는 가져가도 무방하다. 

실제로 호텔측에선 판촉용으로 만든 물품들(샤워 어메니티, 볼펜, 메모장 등)은 가져가도 무방하며 오히려 마케팅 효과를 기대한다. 또한 샤워용품의 경우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아깝다. 차라리 가져가주길 바란다.


하지만 환경문제로 인해 1회용품 사용에 대한 규제가 생겼다. 2022년부턴 1회용 어메니티들을 보기 힘들것이다.


그래서 샴푸들은 디스펜서(통에 담겨 있는 )로 대체 되는 중이고 이미 교체 해놓은 호텔체인들과 중소 호텔들도 있다. 소비자 설문결과 환경문제를 방지하기위해 디스펜서 사용은 찬성하지만 위생문제가 걱정된다고 한다.

이는 이제 호텔들이 풀어야할 문제이다.

(좌) 파라다이스시티 어메니티 / (우) 호텔 카푸치노 샴푸디스펜서



- 호텔가운과 각종 타올

이들은 반출금지 품목이다. 한번 쓰고 폐기하는 것이 아닌 깔끔하게 세탁해서 다시 활용되기 때문이다. 호텔자산이다.

롯데 이그제큐티브 타워 샤워가운&타올



- 슬리퍼

5성급 호텔 중 정말 발에 샥 감기는 슬리퍼가 있다. 이땐 정말 들고 가고 싶은 충동이 나도 모르게 나오곤 한다. 하지만 슬리퍼는 살짝 애매하다.


보통 1회용으로 나오긴 하지만 내가 사용한 것을 가져가는 거라면 문제되진 않지만 비닐 뜯지도 않은 것은 가급적이면 안가져가는 것이 좋다. 정 가져가고 싶으면 프론트에 전화를 걸어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것도 확실한 방법이다.

(좌) 그랜드 워커힐 / (우) 롯데 이그제큐티브 타워



- 침구류, 배게, 쿠션, 커튼

이 또한 1회용품이 아니기에 가져가선 안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다리미, TV, 미니바 냉장고, 비데 이런 것도 안된다. 벽에 걸린 예술작품도 안된다. (자꾸 가져간다고 하니까 노파심에 적어본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쿠션&침구류



- 옷걸이

4,5성급 고급 호텔들은 옷걸이 마저 평범한 것을 갖다놓지 않는다. 좋은 원목을 사용하여 옷의 형태를 최대한으로 유지할 수 있는 옷걸이들을 사용하곤 하는데 이 또한 호텔 자산이다. 몰래 1개 쓱 빼가도 모르겠지? 하지만 모를 수가 없다. 객실 물품 배치 메뉴얼이 있기 때문에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좌) 안다즈 강남 / (우) 롯데 이그제큐티브 타워



- 책

간혹 객실에 호텔이 직접 큐레이션한 책들을 비치해놓는 경우가 있다. 호텔 브랜드와 어울리는 책들을 갖다놓아서 투숙객들에게 '우리 브랜드는 이런 브랜드야' 라고 은연중에 메세지를 던진다.

호텔은 도서관이 아니다. 가져가지 말자.

혹스턴 파리



- 캡슐 커피와 티백

이들은 가져가도 무관하다. 나는 캡슐'커피'라고 했지 캡슐 '커피머신' 이라곤 안했다. 캡슐은 오케이.

캡슐커피가 없는 객실의 경우 커피 타먹을 수 있는 1회용커피들과 티백들이 많이 놓여있다. 굳이 다 먹지도 않는데 통째로 가져가진 말자.

레스케이프 호텔 캡슐커피



- 물컵, 와인잔

이쯤되면 느낌이 딱 온다. 가져가면 안된다는 그 느낌. 일화용 컵으로 되어 있으면 상관없지만 대부분의 호텔에서 물컵과 와인잔은 1회용으로 비치해두지 않는다.

(좌) 롯데 이그제큐티브 / (우) 파라다이스 시티



- 미니바 및 간식류

이건 호텔마다 다르다. 어떤 호텔은 무료로 제공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 안다즈 강남(일부품목 제외) 호텔과 파라다이스시티의 경운 미니바에 있는 것을 무료로 제공한다. 무료와 무료가 아닌 것은 어떻게 구분할까? 대체적으로 무료인 경우 체크인 할 당시 직원분께서 별도로 안내를 해주시거나, 객실 내에 '무료' 혹은 'complimentary' 라고 표시가 되어있다. 근데 객실에 들어갔더니 이런 표시가 없다? 그럼 미니바를 열어보자. 그럼 이제 가격표가 짠 하고 등장할 것이다.

(좌) 전부 유료 : 롯데 이그제큐티브 타워 / (우) 부분 유료 : 안다즈 강남




# 왜 자꾸 가져가고 싶을까


'이 정도 돈을 냈는데! 이 정돈 가져가야지!'

호텔 객실 금액이 마냥 저렴하진 않은 만큼 일종의 보상 심리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우리가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 값을 이 정도나 냈는데 포크 정돈 가져가야지!' 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호텔도 마찬가지라 생각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져간다면 어떻게 될까?


우린 체크인을 할 당시 신용카드로 디파짓(deposit)을 걸어놓는다. 거기에 내 카드 정보들이 묶여 있기 때문에, 만약 몰래 호텔 물품을 챙겨들고 본인과 같이 체크아웃 했다면   뒤에 청구서  장이 우리를 반길 이다. '앗 죄송해요 몰랐어요' 는 없다. 청구서가 날라갈 정도의 물건을 가져갔다는 것은 이미 '상식적으로' 몰랐을 수 없다.


그나마 청구서면 다행이다. 심할 경우 형법상 처벌을 받게된다. '법률방송'에 의하면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될 수 있다. 경찰조사 혹은 검찰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




# 똑똑하게 안 가져가는 법


강남에 있는 호텔 카푸치노는 아주 똑똑하게 풀어냈다. 객실 내에 있는 어메니티 박스에 귀엽게 생긴 '쿠폰' 이 하나 놓여 있다.


이건 뭘까? 어메니티 박스에 있는 어메니티를 하나도 쓰지 않을 경우 이 쿠폰을 프론트로 들고 내려간다. 그러면 카페에선 '커피 1잔'을, 호텔 레스토랑에선 '시저샐러드'로, 바에선 '와인 1잔' 으로 교환을 할 수 있다.


투숙객들에게 '아끼세요!', '가져가지 마세요!' 라고 강하게 명령하지 않는다. 투숙객들에게 '혜택'을 제시하면서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유도한다. 아주 멋지다고 생각한다. 어쩜 이렇게 예쁜 아이디어를 냈을까. 환경도 챙기고, 어메니티 반출도 줄이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카푸치노 호텔




# 나만의 방법


나는 그래서 호텔에 가면 어떻게 하느냐.

내가 쓰는  외엔 다른 것들은 아예 건드리지 않는다. 딱 쓸 것만 쓰고 나머지 것들은 가져갈 수 있어도 가져가지 않는다. 그 자리에 그대로 냅둔다. 다음 투숙객을 위한 작은 배려이자, 하우스키퍼분들의 수고로움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하는 작은 실천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럴 수 있다. '아니 내 돈 내고 내가 가는데 굳이 그렇게 까지 해야하냐'고. 누군가를 위해 '무조건' 배려를 할 필욘 없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배려를 강요하는 것 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이렇게 내가 행동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평상시엔 나도 내 코가 석자인지라 남을 돕고 살 생각을 못했다. 그렇게 나를 위해서만 살다가 이상하게 호텔에만 가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더라. 그래서 그 '여유'가 조금이라도 생겼을 때 큰 도움은 아닐지라도 이렇게 작은 배려들로 인해 누군가가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것만큼 행복한게 어딨을까. 그래서 난 사용할 것만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것들은 건드리지 않는다.




오늘은 호텔 어메니티를 어디까지 가져 갈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본인이 필요로 하다면 가져갈 수 있는 어메니티 한해서 최대한 챙겨갈 수 있다. 긴가민가 하다 싶으면 프론트로 전화해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즐겁게 호캉스를 즐겼는데 물품 하나 잘못 가지고 나와서 청구서를 받거나,

경찰조사를 받는 일이 없길 바라며 

이번 글은 여기서 마무리 지으려 한다.


갑자기 킹스맨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MANNER MAKETH MAN'



p.s 이 다음 글은 '왜 호텔에선 신발을 벗지 않을까' 와 관련된 글을 써보려 합니다.

항상 장문의 글을 읽어줘서 우리 독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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