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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인어 Apr 30. 2016

잃어버린 글쓰기11

나의이야기_작가가 최초로 되고 싶었던 순간

무엇이 되기 위해서 쓰기 보다는 무엇이 될지 몰라서 쓰기 시작했다. 나의 인생의 길은 한 곳에 몰두할 수 있게 되기까지 분명한 지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어릴적 꿈과 인생 설계를 그림그리기에 비유한다면 내 그림은 처음부터 주제를 잡기도 어떤 소재로 그릴지도 분명하게 잡히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뚜렷한 재능을 가지고 시작한 김연아 선수처럼 어떤 뚜렷한 주제와 목표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스케치북의 모양과 그리는 도구를 선택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어렵게 연필,  볼펜,  붓,  색연필,  크레용 중에서 무엇이 내 그림에 적합한지 찾다가 점이나  선으로 시작한 그림을 서로 이어보거나 혹은 남들이 그리는 곰, 나무, 집, 무용가, 운동선수, 축구 등을 아주 서툴게 아주 미미하게 그려본 뒤에야 전체 작품이 무슨 주제와 연결되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작가라는 구체적인 모습이 나의 꿈으로 분명해지기까지는 많은 경험과 방황의 시간들이 필요했다.‘작가’라는 두 단어에 아주 자주 마음이 설레이고 흔들린다. 언제부턴가‘작가가 되고싶다. 과연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마음 속에서 되뇌였다. 의지할 수 있는 것은 헤르만 헤세 책들 뿐이었다. 어디로 가야할 지 힘들기만한 방황과 번민 속에서 끊임없이 나를 짖누르는 많은 생각들의 무게에 쓰러지는 순간이 다가왔다. 내 마음 속에 서 답을 구하지 못해 알 수 없는 ‘답답함’이라는 병이 결국 몸의 병으로 드러났다.  20대 초반이었다.  

 

‘내 삶의 길을 어떻게 걸어 가야할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삶의 가장 원초적인 곳까지 파고드는 철학자와 같은 질문이 아니더라도‘갑자기 닥친 가정의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 나는 어떻게 극복해가야  하는가’,‘하지만 힘이 없다. 한 발짝 내 딛을 힘조차 내게는 남아있지  않다’는 현실적 어려움과 함께 슬픔과 가슴 아픔이 겹쳐졌다.

   

생각을 적는 일이 지친 심신의 병을 치유하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펜과 종이에 그저 가슴 속에 알 수 없이 솟구쳐 오르는  에너지와 생각 느낌들을 적거나 자판을 마구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동안 분출하지 못했던 에너지들이 내 안에서 고여  배설해달라고 아우성치는 느낌이었다. 내가 분출하지 못하고 억압했던 에너지에 대한 느낌을 굳이 설명하자면 뛰어오르고 싶었다가도 멋지게 춤을 추고 싶었다가도 한없이 어떤 예술가처럼 무엇인가 낭만적인 일을 하고 싶기도 한 것들의 묶음들이었다. 때로는 틀에 박힌 수업시간과 학교 생활 속에서 인간은 왜  이렇게 멋없이 살고 있는지 지루한 수업시간이나 글을 읽으며 서로의 마음은 감추고 사는 이런 재미없는 시간들을 밝은 것으로 바꾸고 왜 우리의 삶은  노래하며 춤추며 살 수 없는지에 대한 의문들을 쏟아낼 수 밖에는 없는 에너지였다. 그러나 나는 분출할 수 있는 곳이 아무 곳도  없었다.     


책 한권이 이러한 내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과 너무나도 일치하는 문장들에 감동을  받았다.‘결코 나의 번민과 고민들이 헛된 것들이 아니라  그걸 표현한 사람은 문학을 낳고 고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작가 이름은 헤르만 헤세. 감동적인 작품은 바로 그의 작품 ‘데미안’ 그리고 ‘지와 사랑’. 책을 펼치고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인간관계가 힘이 들고 새롭게 시작된 나의 사회 초년생시절  그때 내 정신적인 지팡이가 되어준 작품이다.

 

작가의 문장과 내 마음이 한줄 한줄 일치되면서 마음 속에서 겁잡을 수 없는  혼돈의 소용돌이와 머리 속 혼란을 그 책이 바로 잡아주었다. 나는 모든 충격과 두려움 그리고 이해하지 못해서 생겨나는  현실과의 괴리감들을 치유할 수 있었다. 내 안에서 나오는 고뇌들이 어떤 문학작품의 작가는 글로 풀어가는 소재로서 생성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 세포 하나하나가 다시 생명을 찾는 거 같은 감동을 느꼈다.   

‘나의 고뇌가 쓸데없는 번민과 번뇌망상이 아니라는 것.’ 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어지러운 세상에서 다시 일어나 똑바로 걸을 용기를  내어 보았다. 지금도 글을 쓰기 위해서 내 안의 수줍고 못난 어린 소녀의 자신없음과 끊임없이 싸워야만 한다. 아직 그 무엇도 아니지만 계속 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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