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사람의 행복이 있다면

그렇다면 아무리 잃어도 행복할 거다

by 골돌한돌

친구들을 만나 웃고 재밌게 놀고 집에 돌아올 때, 회사 사람들과 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다 택시에 몸을 실을 때, 불현듯 미움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다. 이유 있는 걱정이라기보다, 불현듯 맥락 없이 떠오르는 그런 기우 말이다.


오랫동안 만났던 사람과 멀어지는 일이 있다. 갑작스럽게 연락이 끊기는 경우도 있고, 결혼식에 가지 않거나 축의금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사소한 불만이 쌓여서, 그저 사는 일에 여유가 없어져 그럴 수도 있다. 한 때는 그렇게 멀어지는 일에 모두 아파하고, 붙잡아 보기도 했다. 내 잘못을 곱씹어 보기도 했다.


이제는 멀어지는 일 또한 살아가며 겪는 자연스러운 일 중에 하나로 생각한다. 만남이 있듯, 헤어짐도 있다는 간단한 이치 말이다.


내가 변해가는 게 이유가 될 때도 있다. 친구들 모임에서 몇 년 뒤 해외여행을 떠나자는 제안이 오고 간 적이 있다. 불과 몇 년 전이었으면 앞장서 가고 싶었을 텐데, 전혀 가고 싶지 않았다. 그 이유를 지금도 설명하기가 어렵다. 미래를 위해 이제는 친구들과의 여행에 선뜻 큰돈을 쓰기가 어려운 탓도 있겠고, 아무리 모임이라도 모든 친구와 마음이 맞을 수는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아직 가지 않겠다고 단언하지는 않았다. 아마 가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떨까. 실망하거나 서운해할까? 내가 미울 수도 있겠다.


나는 그렇게 아무리 오래된 관계에서도, 또 가깝고 친했던 관계에서도 미움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고 나쁨을 떠나, 그게 자연스러운 사람의 마음 같기도 하다. 때때로 가까웠던 친구나 지인에게 서운함을 느끼거나 미움받은 경험은 꽤 많은 사람들에게 있을 것이다. 비단 개인적인 일뿐 아니라 일을 할 때도 그렇게 가까워지고 소원해지는 일은 꽤 잦은 일이다.


그런 일이 자연한 일이라면,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는 늘 사람에게는 기댈 수 있는 많은 언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야 하나의 언덕이 무너져도 살아갈 수 있으니까. 혼자 살아갈 수 없다면 더더욱 혼자 살아가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역설적으로 언제고 기댈 수 있는 언덕이 하나도 없을 때 나 스스로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기댈 언덕이 하나도 없을 때 얼마나 괴롭게 무너질지 두렵기 때문이다.


언덕이 많아야 한다면, 사람들을 잃거나 멀어지는 일은 뼈아픈 상실이 되기 쉽다. 실제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그게 내 자의라고 해도, 아무리 얕은 관계라고 해도 씁쓸하고, 또 때로는 쓰라린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며, 어떤 행운을 바라야 할까. 내가 고민 끝에 내린 답은 가장 완고한 언덕을 만드는 일이다. 기적과도 같겠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나를 떠나지 않을, 영원하고 견고한 내 편을 만드는 것이다. 다툴 수도 있고, 때로 서운하거나 눈물이 날 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내 곁을 떠나지 않을 누군가. 그런 사람을 만나는 일이야 말로 삶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일 것 같다.


영원한 내 편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언제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오래된 친구가 나를 떠나 마음이 아파도, 언제고 또 새로운 곳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친구가 될 수 있다. 일하며 만나는 이들의 말과 행동이 힘에 부친다면, 용기를 내 새로운 곳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도망은 나쁜 게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움직이고 행동할 권리가 있다.


물론 모든 만남과 인연에 있어 언제 떠나도 좋다는 식의 무신경한 태도를 가지라는 말은 아니다. 그들이 떠나는 비극이 있어도, 내 곁에 단 한 사람, 가장 크고 견고한 언덕이 있다면 우리는 상실을 견디고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홀로 일어나야 했던 그늘 같은 시절을 보내본 이들은 스스로 일어날 힘이 있음에도, 그렇게 단단해지는 과정에서 그런 언덕의 존재라는 행복을 분명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그런 사람을 만나는 건 행운이자 기적일 수 있다. 따듯하고 다정한 사람은 분명 존재하지만, 언제나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내가 어제보다 오늘 더 다정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면 어느새 내 주변은 좋은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어릴 때는 결혼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했다. 꼭 필요한 건지도 잘 몰랐다. 우리 부모님부터 그렇게 마냥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기대를 해보고는 한다. 그런 다정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 서로가 서로의 영원한 언덕이 되는 희망을 품는다.


어제도 오늘도, 나는 새로운 무언가를 얻는 만큼, 동시에 무언가를 서서히 잃어버린다. 그러나 그런 당신이 존재한다면 나는 살아갈 수 있고, 버틸 수 있다. 나아가 행복할 것이다. 아무리 거센 비바람이 쳐도, 그렇게 몸이 다 젖고 지쳐버려도, 당신이 기다리는 우리의 따뜻한 안식처가 있다면 말이다.


그럼 아무리 잃어도 살아간다는 건 분명 행복한 일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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