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도 과유불급

2장. 헬스라는 명상

by Jamie




저녁 모임에서 배불리 초밥을 먹은 다음 날 뭔지 모를 죄책감으로 선생님에게 어제 초밥을 많이 먹었다고 고백했다. 선생님은 초밥이 운동하는 사람이 먹기에 좋은 음식이라고 했다. 초밥으로 탄단지를 고루 섭취할 수 있는 데다 생선이 좋은 단백질을 제공하고 소화도 잘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너무 배불리 먹거나 저녁 늦게는 먹지 않도록 조심 시키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은 배불리 먹어야 하는 법인데, 좋은 것도 과유불급, 공식을 새로 써야 하나보다.


우리 동네에는 동주스시라는 작은 초밥집이 있다. 아이는 가면 유부초밥과 달걀 초밥으로 구성된 어린이 초밥을 시켜 먹고 나는 생선 초밥을 먹는다. 집 가까운 곳에 맛이 괜찮은 초밥집이 있고 거기에 어린이용 메뉴도 있으니 초밥을 좋아하는 아이 엄마로서는 기쁘게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사장님은 삼십 대로 보이는 남자분이다. 선한 인상에 순한 말투, 성실한 태도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계산할 때면 식사는 괜찮았는지 물어보고, 잘 먹는 아이에게 관심을 보여주고, 먹는 중에는 다른 메뉴를 준비하면서 생기는 생선회 같은 것들을 서비스로 주기도 했다. 맛이 점점 더 좋아지고 메뉴도 다양해지고 식당 내부도 개선돼 갔다. 사람들도 갖는 느낌이 비슷한지 가게에 배달, 포장, 매장 식사 손님들이 점점 많아졌다. 장사가 잘되는 것을 보니 내가 다 기뻤다. 어떤 날은 혼자 가서 먹고, 어떤 날은 하교하는 아이가 배고프다고 하여 점심과 저녁 사이에 가서 간식으로 먹고 다른 날은 저녁 식사하러 가족이 가기도 하면서 단골손님이 됐다.

언젠가부터 가게에 들어가기가 미안해지는 순간이 생겼다. 가게에 홀 서비스를 담당해 주시는 분이 한 분 계셨지만, 사장님은 점점 밀려드는 주문과 손님을 쳐내기가 버거워 보였다. 자리를 잡고 앉는 내가 짐 하나 더 얹어주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사장님은 그 와중에도 종종 서비스를 주셨다. 서비스 안 주셔도 좋으니 좀 여유 있게 일 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고 얼마 안 있어 가게 문 앞에 종이 한 장이 붙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당분간 배달과 포장만 받고 매장 손님은 예약만 받겠다는 안내였다. 속사정은 모르지만, 사장님이 힘들어서 내린 결정인가 걱정이 됐다. 영업시간 언제든 가서 먹을 수 없으니 섭섭하기도 했다.

사람의 마음이 다 내 마음 같지 않다. 내가 노력하는 만큼 상대도 알아주고 비슷하게 배려해 준다면 평화로운 세상이 되겠지만 우리가 가진 도덕성과 배려의 수준은 모두 다르다. 좋은 것도 싫은 것도 기꺼운 것도 힘든 것도 표현하지 않으면 잘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상대의 요구를 들어준 건 나면서 애를 쓰다 힘이 들면 상대를 미워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어떨 땐 요구하지도 않은 일을 으레 기뻐하려니 기대하고 열심히 했는데 생각만큼 알아주지 않는다고 실망하기도 한다.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로 나 자신에게 과도하게 요구하고 소진했다. 그걸 알아차리고 나서부터 요구를 들어주기가 망설여질 땐 상대를 기다리게 하거나 미안하다고 하려고 노력한다. 나의 한계를 인정하면 나에게 주어지는 기대를 다 만족시키려고 애쓰지 않게 된다. 애를 쓰며 편치 않은 나를 보며 내 노력의 대가를 받는 상대는 마음이 기꺼웠을까. 내가 스시집 사장님을 보는 것 같은 복잡한 마음일 수도 있었겠다. 몸에 좋고 맛있는 것뿐만 아니라 노력도 과유불급인가 보다.


스시가 먹고 싶은 저녁, 배달앱을 열었다. 장바구니에 내가 먹을 모둠초밥 하나와 아이가 먹을 어린이 초밥을 넣었다. 오래지 않아 배달시킨 초밥이 도착했다. 요즘 먹는 양이 늘어난 아이는 어린이 메뉴 1인분으로는 양이 모자란다. 배불리는 먹지 않는다는 새 공식 때문에 내 모둠초밥에 있는 유부초밥과 달걀 초밥을 아이에게 넘겼다. 매장에서 먹지 않아도 맛이 있었다. 배달앱 리뷰를 열어봤다. 운영체계가 바뀌고 사람들의 평은 어떤지 궁금했다. 리뷰에는 맛에 대한 칭찬이 많았다. 매장 식사가 가능할 때의 리뷰 중에는 사장님의 친절함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다. 사장님은 친절왕이란 리뷰도 보였다. 사장님 친절왕까지 안 되도 좋으니 너무 애쓰지 마시고 행복하게 요리하고 사업 이어가셨으면 좋겠다. 우리 동네에서 사장님도 행복하게, 음식을 먹는 동네 사람들도 맛있게 오랫동안 우리 동네의 맛집으로 함께 하면 좋겠다. 사장님은 자신을 위하고, 손님들에게 여전히 친절할 방법을 찾아가는 중인가 보다. 아무 때나 밥 먹으러 갈 수 없는 불편함이 우리 동네에서 동주스시가 오래 갈 수 있는 방법이라면 사장님의 결정을 응원한다. 나의 새롭게 익힌 과유불급의 공식도 지켜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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