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의 기술, 과학, 마음

2장. 헬스라는 명상

by Jamie




월요일은 주로 하체운동을 한다. 주말동안 쌓인 에너지를 소비하기 위해서다. 운동의 시작은 가벼운 무게로 동적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예열시킨다. 레그컬로 시작했다. 선생님이 숫자를 세준다. 하낫, 뚤, 세엣. 숫자를 세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에너지에 힘을 짜내어 횟수를 채운다. 한 세트의 운동이 끝나고 나면 운동에서 사용되는 관절이 불편하지 않은지 확인하고 다음 세트의 강도와 형태를 결정한다. 다음 세트를 하기 전에 약 1분에서 1분 30초 정도 휴식 시간을 갖는다. 그 시간에 선생님은 동작의 세부사항이나 근육과 관절의 움직임, 기구 세팅을 달리하여 운동의 강도를 조절하는 법 같은 것을 알뜰하게 알려준다. 레그컬은 다리를 벌려서 하면 다리 안쪽이 더 운동이 되고 다리를 모아서 운동하면 뒤쪽으로 더 자극이 와요, 다리패드 위치에 따라 가동 범위가 달라져서 같은 무게라도 더 힘들게 할 수 있어요, 허리가 아플 때도 패드의 위치를 조정하면 불편감을 해소할 수 있어요, 엎드린 상태에서 엉덩이가 들리지 않도록 해야 운동 효과가 더 높아요, 무릎이 불편하거나 하면 얘기하세요. 내 몸의 움직임과 자세를 관찰하고 판단하면서 필요한 것을 때에 맞게 알려준다. 세트 사이의 짧은 시간이지만 시간이 쌓이니 나의 운동 지식도 꽤 쌓인다.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과 실제로 몸을 움직이고 힘을 쓸 줄 알게 되는 것에는 속도 차이가 있다. 조급해하지 않고 단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지도한다. 처음부터 완성형 동작을 요구하지 않고 단계별로 동작을 바꾸며 완성형 동작으로 나아갈 수 있게 했고, 그것을 수강생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코칭 기술 같았다.

등 근육은 하체 근육만큼이나 몸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중요하고, 그만큼 운동이 힘들다. 등운동을 할 때 거의 빠지지 않고 하는 종목이 랫풀다운이지만 나는 동작에 자신이 없었다. 랫풀다운 하는 것을 보고 자세가 좋다고 했다. 분명히 설명을 많이 하고 있는데 잘했다고 하니 의아하면서도 그런 줄 알았다. 바를 아래로 한 번 당길 때마다 좋다, 이번엔 아까보다 더 잘했다, 견갑이 잘 움직이고 있다, 방금 어깨를 내린 것은 잘했다, 같은 말들로 잘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언급하면서 못하는 동작보다는 잘하는 동작이 무엇인지를 알게 했다. 잘한다 잘한다 하니 아, 나는 운동을 잘 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동작을 수정해준다. 이제는 힘이 충분하시니까, 이제는 움직임이 너무 좋으시니까, 동작을 조금 바꾸어서 해보자고 한다. 동작 수정의 이유가 못해서가 아니라 잘하고 있기 때문에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정해진 하나의 완성에 나를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를 기준으로 두고 단계별 동작을 설정해서 목표달성을 거듭하도록 했다. 선생님은 못하는 수강생을 보며 답답하지 않고 수강생은 단계마다 자신감과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꾸준히 격려하며 조금씩 성장시키는 성실과 배려가 고맙기까지 했다. 코칭의 기술이겠지만 기술만으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선생님은 가끔씩 너무 잘했어요, 라며 박수까지 쳐 준다. 이게 박수까지 받을 일인가 어리둥절 하면서도 또 박수라는 동작에 고무받아 마음을 가다듬고 다음 세트에 더 집중한다.

하체운동을 할 때는 체력 소모가 많아 종종 어지럽거나 속이 울렁거리는 회원들이 있다고 한다. 운동을 오늘만 하고 끝낼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리하면 안 된다, 고 당부한다. 몸이 불편하거나 어지럽거나 하면 꼭 얘기를 해야한다고 할 때도 운동을 잘 하시기 때문에, 자세가 잘 나오기 때문에 겉으로만 보면 모를 수 있으니 말을 꼭 해줘야 한다고 했다. 운동을 그만 해야 하는 것도 더 해야 하는 것도 이유는 같다. 내가 운동을 잘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오냐오냐하는 것은 아니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도록 밀어붙이기도 한다. 그 형태가 격려와 설득이라 어쩐지 반항할 수가 없다. 힘든 얼굴을 하면 힘든 것을 인정해 주면서 힘드시겠지만, 한 번만 더 할게요, 워낙에 운동을 잘하니까 약하게 할 수가 없어요, 같은 말을 진정성 있는 얼굴로 친절하게 한다. 친절한 데는 온순해져서 마지막까지 순순하게 완수한다.

운동에 집중하도록 하는 또 다른 한 가지는 선생님의 긍정미래확언이었다. 랫풀다운을 하면, 여성분들도 광배가 좋아지면 몸 라인이 예뻐진다고 하고, 스티프레그드데드리프트를 하면 다리 뒷라인이 이뻐진다고 했다. 자주 들으니 애초의 운동 목표는 예쁜 몸이 아니었는데 정말 그렇게 돼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점지받는 기분으로 선생님의 미래예언을 듣고 나면 힘든 등운동도 어쩐지 견딜만하게 느껴졌다.

헬스교의 교주님처럼 빠져들게 되는 선생님의 가스라이팅은 비관과 자기비하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뭐가 이렇게 안 느나, 오늘 잘 안되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먼저 정신교육에 돌입한다. 앞에 운동을 너무 잘하고 오셔서 근육이 지쳐 있어서 그래요. 앞에 운동을 하지 않고 처음하는 운동일 때도 방법은 있었다. 이제 운동을 잘하시니까 근육을 더 잘 사용하기 때문에 전보다 근육이 쉽게 지쳐서 그래요. 힘든 기색이 역력할 때는 공감작전이다. 저도 이렇게 운동하면 회원님처럼 비슷하게 그래요. 근육량이 내 세 배는 돼 보이는 커다란 근육으로 무장한 사람이 나처럼 힘들어한다고 하면 공감은 힘들었지만 위안은 됐다. 운동이 끝날 때도 정신교육으로 마무리한다. 오늘도 아주 힘들게 운동했는데, 너어무 잘하셨어요.

선생님의 말들은 운동과학에 근거를 둔 것일 것이다. 과학이든 기술이든 마음이든, 칭찬을 자주 듣다보니 안 그래도 힘든 운동을 스스로 찾아와서 열심히 하고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는 칭찬 받을만한 것 같았다. 사는 것도 그렇지 않나. 삶을 살아내고 있는 나는 그 자체로 칭찬 받을만하다. 과학과 기술과 마음을 동원하여 나를 칭찬하며 살고 싶어진다.

월, 수, 금, 일 연재
이전 09화천천히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