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에 근육 처방

3장. 근육의 쓸모

by Jamie





여성의 호르몬은 대략 한 달을 주기로 반복된다. 한 달을 주기로 몸과 감정의 상태에 비슷한 변화를 겪는다. 이 주기를 깨달은 20대 중반부터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비슷하게 반복되는 변화를 지켜보았다. 매달 예상했던 변화임에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변화를 지켜보아야 하는 일은 유쾌하지만은 않다.

건강한 몸을 가진 여성이라면 겪는 한 달 주기의 호르몬 변화는 대략 비슷하다. 그중 좀 수월하게 변화를 겪는 사람이 있고 나처럼 변화 곡선을 몸으로 직접 그리듯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

평소 추위를 잘 타지만 갑자기 유난히 추워질 때가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안 추운지 확인하면 진짜 기온이 떨어진 건지 나 혼자 추운 건지 구분할 수 있다. 난소주기에 따라 배란기라 부르는 이 시기에는 기초체온이 오른다. 감정적으로는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어떤 한 사람의 주장인지 근거가 밝혀진 것인지 모르겠으나 같은 여성이라도 배란기의 모습이 타인의 눈에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외모도 아름다운 여성이 되어 매력을 발산하는 시기인가 보다. 가끔 아랫배 한쪽이 아픈 배란통을 겪기도 한다.

배란기 이후에도 체온은 계속 높은 상태를 유지한다. 감기 증상과 비슷하게 겪기도 하고 신체의 전반적인 컨디션이 떨어진다. 몸이 붓고 피로하고 예민해져서 쉽게 스트레스를 느끼고 머리가 무겁다. 피부가 거칠어지고 뾰루지 같은 트러블이 생기기도 하고, 변비가 심해지기도 한다. 황체기라 부르고 PMS(월경전 증후군)가 나타나는 시기이다. 스스로를 가족과 거리 두기 하는 시기다. 몸은 피곤한데 식욕은 높아진다.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가장 높고 자궁 내벽을 두껍게 하는 시기이므로 이때는 음식 섭취를 충분히 해 주는 것이 좋다. 폭식과 과식을 조심하고 이럴 때일 수록 몸에 유익한 음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일주일 정도 이어진다.

어느 날 매사가 원만해진다. 갑자기 화장실도 시원하게 간다. 오늘 내일 생리가 시작되겠다는 감이 오는 날이다. 그날 밤에 해괴한 꿈을 꾸거나 하면서 잠을 설칠 때가 있다. 그러고 나면 아침에 생리를 맞이한다. 월경기다. 보통 생리 첫날부터 셋째 날까지가 가장 힘들다. 충분히 쉬고 잘 필요가 있다. 집중력이 떨어진다. 운전할 때 조심해야 하고 장거리를 안 하려고 한다. 어느 날은 주차장에서 차 문을 당겼는데 문이 안 열렸다. 차키 버튼을 누르니 뒤에서 차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내 뒤 대각선 쪽에서 내 차가 불을 깜빡이고 있었다. 문 당긴 차를 다시 봤다. 심지어 차종도 다른 차였다. 생리 첫 날 이었다.

생리가 끝나고 배란기 이전 까지는 이성적이고 정상적인 몸과 마음의 상태가 유지된다. 식욕조절도 수월하다. 에스트로겐 수치가 증가하고 신진대사가 활발하여 운동과 함께 식단 조절도 하면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시기이다. 여자들은 다이어트도 생리주기에 따라 다른 방법으로 해야한다고 한다. 무분별하게 소식과 절식을 유지하다가는 호르몬에 영향을 주고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생리주기를 학교에서는 생물학적 과정으로만 배웠지, 몸과 정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배우지 못했다. PMS라는 개념도 모르다가 20대 후반에서야 알았다. 요즘 학교에선 어떻게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도 미리 알았더라면 나의 주기에 따른 몸과 감정변화에 좀 더 지혜롭게 대처하며 나를 아낄 수 있었을 것 같다. 소년, 소녀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서 객관적인 관찰자의 눈으로 보고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향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출산 후 호르몬에 지배 받는 나의 몸에 대해 의사와 상담을 한 적이 있다. 의사는 체력을 키우라고 했다. 의사의 조언대로 이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호르몬에 영향 받는 것을 느끼기는 하지만 전만큼 변화그래프의 곡선이 급경사를 이루지 않는다. 호르몬의 노예라는 말을 친구들과 농담 삼아 자주 했다. 여성들의 호르몬 변화에 따른 감정변화를 애니메이션이나 사진 같은 걸로 유머스럽게 나타내는 게시물도 자주 봤다. 상황, 감정, 필요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헐크, 지킬앤 하이드, 늑대인간도 처음 자신의 변화를 알아차렸을 땐 당황하고 방황했다. 점점 자신의 변화를 예측하게 되고 나중에는 이용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된다. 배란기에 나는 더 많은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생리가 끝난 시기에는 건강한 음식으로 가볍게 먹으면서 운동강도를 높인다. 그러면서도 가족과 일에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들인다. 그러다 생리량이 가장 많은 이틀은 운동 강도를 낮추고 많이 자고 쉬며 몸을 배려한다.

호르몬은 몸을 지배함으로서 삶에도 영향을 준다. 단순해보이는 변화지만 몸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이 정도라면 몸 속에서 일어나는 작용은 더욱 복잡하고 심오할 것이다. 호르몬이 원활하도록 내가 도울 방법은 그저 조금이라도 몸에 유익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운동은 모든 호르몬의 양을 조절해 몸에 활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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