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의 영향력

3장. 근육의 쓸모

by Jamie




여름의 한 중간에 저녁 모임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후배 지현이가 나를 보고 어깨가 펴졌다고 운동을 계속 하냐고 물었다. 질문으로 물꼬가 트여 운동 전도를 시작했다. 다니는 곳의 위치, 선생님 자랑, 가격, 내가 좋아진 점을 읊었다. 지현이가 당장 다음 주 부터 주 3회 피티를 끊겠다고 헬스장 연락처를 달라고 했다. 그래도 한 번 가서 장소도 보고 선생님도 만나본 뒤에 결정하라고 했지만 그냥 바로 가겠다고 했다. 다음 날 선생님과 연락하고 운동 약속을 잡았다고 했는데, 약속날이 되기 전에 심한 장염에 걸려 운동 한 번 못 가보고 몸져누웠다. 그 후 지현이의 운동 시작은 뒤로 멀어졌다.

넉 달 뒤, 한 해가 저물어갈 무렵, 같은 멤버들과 함께 또 저녁식사를 했다. 일을 쉬고 있는 나의 근황을 물었다. 요즘의 일상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유일한 외부활동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다시 운동 이야기를 하게 됐다. 사람들에게 이두에 힘을 주며 만져보라고 했다. 리액션 좋은 마음 넗은 사람들이 팔을 만지며 눈을 크게 떴다. 전에 만나고 이번에 만나도 아직 운동을 하는 나를 보며 재미있냐고 물었다. 운동을 계속하게 하는 것은 달라지는 몸과 체력이었지만 결국엔 그 과정을 즐기는 재미였다 그 마음이 나에게서 보였나보다.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현이를 옆자리에 태우고 가게 됐다. 지현이가 아까 만졌던 팔 이야기를 하며 팔 운동만 따로 빼서 한 건지 물었다. 다른 사람의 관심사를 주제로 두고 대화하는 지현이의 배려 깊은 대화 방식이다. 팔 운동만 따로 빼서 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상체의 대근육 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발달되는 것이 크다고 대답해줬다. 운전하는 내 어깨에 손을 대길래 왼손 운전을 하며 오른 어깨에 힘을 줬다. 어깡이 되고 싶다는 말에 지현이 웃었다. 지현이 집 앞에 내려주며 헬스장에서 만나, 하고 인사했다. 귀여워하는 후배가 함께 운동하며 건강해지는 기쁨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며칠 뒤 헬스장에 운동하러 갔다. 바벨로우를 하려고 랙 앞에 섰는데 선생님이 지현이 얘기를 꺼내셨다. 지현이가 남편과 함께 강습 등록을 하러 왔다고 했다. 더 신경 써서 봐주신다고 했다. 운동을 하고 싶어도 여건 안에서 시간과 마음을 내어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힘든 걸음을 옮긴 후배가 운동을 통해 무엇이든 좋아지기를 바랬다.

혼자 주말운동을 하러 간 날, 체스트프레스 머신에 앉아 운동을 하고 있었다. 거울로 보니 저 뒤편에서 분홍색 옷을 입은 웬 여자가 내가 운동하는 걸 가만히 보는 느낌이 들었다. 가슴운동을 마치고 유산소를 하려고 운동화를 갈아 신는데 아까 그 여자가 체스트프레스 머신에 앉아 있었다. 지나가려는데 그 여자가 나를 언니, 하고 불렀다. 지현이었다. 남편은 피티를 받고 지현이는 따라와서 개인운동을 하고 있었다. 체스트프레스로 가슴운동을 어떻게 하는지 보고 있었는데 나인 줄은 몰랐다고 했다. 서로 어지간히 운동에만 전념했나 보다. 남편과 함께 와서 운동하는 모습이 반갑고 보기 좋았다. 운동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남편은 벌써 근육이 커져서 여름에 입던 옷이 작아졌다고 했다. 지현이도 전보다 밥도 많이 먹고 잠도 잘 자고 덕분에 건강을 되찾고 있다며 고맙다고 했다. 선생님도 너무 좋으시고 헬스장 분위기도 좋아서 매일 운동하러 간다고 했다. 좋은 마음으로 말해주는 지현이에게 내가 더 고마웠다. 좋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전해진 것 같다. 그 마음이 나의 전과 후를 알고 있는 후배에게 달라진 몸으로 자연스레 전해졌다고 생각하니 보람을 느꼈다. 다치지 말고 오래 같이 운동했으면 좋겠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같은 동에 사는 이웃 아주머니와 인사를 하고 날씨 이야기가 오갔다. 아주머니가 물었다. 운동 하시죠? 네. 뭐 필라테스? 저기 대학 근처 헬스장에 다닌다고 하니 운동이 직업인 사람인 줄 알았단다. 매일 출근 시간에 운동복을 입고 나가니 그런 생각이 들었나보다. 아주머니도 헬스를 다니고 싶은데 일 마치는 시간도 늦고 우리 동네 헬스장은 사람이 많아서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아주머니의 어려움을 듣고 헬스장 틈새 홍보에 나섰다. 주차가 좀 불편하지만 운동하기 아주 좋은 곳이고 선생님이 참 좋다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기 전에 홍보를 마치고 내리면서 한 번 더 헬스장 이름을 말해주며 전화해 보시라고 했다. 집 현관문 도어락 비번을 누르며 시키지도 않은 홍보에 열성인 나를 보며 웃음이 나왔다.

정수기 코디 이모님이 오시기로 한 날이었다. 몇 년간 봐온 사이라 동네 언니 만나듯 편하다. 서로의 근황이나 사는 이야기들을 하며 짧은 만남이지만 응원도 하고 위로도 하게 된다. 오랜만에 만나면 살이 빠졌네, 예뻐졌네, 하며 서로의 변화를 캐치하기도 한다. 이모님이 운동하고 왔냐고 물었다. 거의 매일 아침 운동을 하고 온다고, 일을 쉬는 동안 체력을 좀 올려놓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 중이라고 했더니 잘하고 있다고 엄마가 칭찬하듯 말해주신다. 몸이 탄탄해졌다며 어디 헬스장에 다니는지 물어보셨다. 이름과 위치를 상세히 설명해 드렸더니 어딘지 알겠다며 버스타고 다니기도 좋겠다고 하신다. 아들이 요즘 헬스를 하는데 혼자서 하니 잘 안되는 것 같다고 하며 아들에게 소개해줘야겠다고 하셨다.

내 작은 근육이 뿌리는 운동씨앗들이 이곳저곳으로 퍼져 나가는 게 운동하는 재미만큼이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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