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충분하게

4장. 근육이 준 자유

by Jamie




눈 뜨면 몸무게가 불어나는 시절이 있었다. 출산 후 아이 무게와 붓기가 빠지고도 임신 때 찐 살이 빠지지 않고 남았다. 그 상태에서 몸무게는 뱃속에 다시 아이가 자라기라도 하는 것처럼 몇 년 간 조금씩 불어났고 점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결혼 전까지 나는 많이 먹어도 살이 잘 안 찌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게 민망해질 정도로 둥근 외형이 되어갔다. 아가씨 때는 비쩍 말랐었다는 중년 여성들의 회고담을 절반 이상은 의심을 가지고 들었었다. 남의 아픔은 역시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모두가 다 작은 사이즈를 입으며 살 순 없다. 옷을 내 몸에 맞추면 된다. 사이즈보다는 건강이 문제였다. 살은 찌는데 왜 힘은 점점 약해지고 체력은 바닥을 치는가. 굵어지는 사이즈에 반비례하는 체력이 억울했다. 억울함은 식욕 앞에서 무너졌다. 피곤하면 단것을 찾았다. 단것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배가 고프면 기름진 탄수화물을 찾았다. 먹으면 만족스러웠고 곧 죄책감이 찾아왔다. 죄책감이 식욕을 이길 수는 없었다. 하루 동안 참다가 야식을 먹거나, 종일 소식을 하다가 저녁에 폭식을 했다. 간식으로 믹스커피와 초코과자를 찾아 먹는게 취미였다. 나의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란 걸 느끼고 한의원의 다이어트 한약을 먹기도 했다. 고카페인을 먹었을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렸다. 원래 용량의 절반이나 사분의 일 정도로 줄여서 먹었다. 용량을 줄여도 효과는 있었다. 전처럼 무분별하게 간식에 손이 가지는 않았다. 점차 약을 먹지 않고 스스로 식욕을 조절해보려고 했지만 의지가 오래 가지는 않았다. 그러다 3년 전 헬스를 처음하며 먹는 것을 크게 바꾸지 않고 운동만으로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했다. 식욕조절은 여전히 어려웠다. 피곤하면 단 것을 찾았다.

헬스를 다시 배우며 초반에 선생님이 식단에 대해 언급했다. 건강한 음식으로 충분히 먹을 수 있다면 단백질 보충제를 따로 챙겨 먹지 않아도 괜찮다, 한식은 좋은 식단이지만 단백질이 부족할 수 있으니 단백질 양에만 조금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드는 건강한 식생활을 하자는 마인드가 나와 맞았다. 맛있는 음식을 충분히 먹을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어떻게 먹는지 일주일만 확인한다고 했다. 음식 사진이나 먹은 것 목록을 작성하여 일주일간 선생님에게 메시지로 보냈다. 나는 탄수화물을 줄인답시고 밥 양을 줄이고 그 대신 맛있는 간식을 먹는 습관이 있었다. 식단을 보내야 하니 간식을 좀 제한하고 밥 양을 원래대로 반 공기만 먹었다. 밥은 왜 1/2공기만 드세요? 밥을 좀 더 먹으라는 피드백이라니. 음식을 적게 먹는 사람은 운동에 재미를 쉽게 잃는다고 했다. 꾸준히 운동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음식으로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밤 늦게 먹거나 과식하는 것만 조심하셔라, 간혹 조절에 실패하면 운동하고 물 많이 마시고 다음 날 좀 가볍게 드시면 된다, 고도 했다. 좋은 영양소가 잘 흡수되려면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가이드도 들었다. 이후 의식적으로 식사를 충분히 하고 장보러 가면 야채류, 과일류를 많이 사오려고 했다.

연휴가 지나고 오랜만에 헬스장에 갔다. 며칠 동안 연달아 과식을 했다. 선생님이 내가 운동하는 걸 보더니 건강한 음식으로 많이 드신 것 같다고 했다. 그걸 어떻게 아나요? 안 좋은 음식으로 과식하면 몸이 쳐지고 힘도 잘 못 쓴다고 한다. 옛날에 밥이 보약이다, 밥을 골고루 먹어라 하던 밥상머리 교육이 헬스장으로 옮겨온 느낌이었다. 아는 내용도 반복해서 들으니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너무 단 음식만 조심하자, 간식이 당길 땐 건강한 것으로 대체하자고 생각하고 마음을 편히 먹었다.

운동을 시작하고 몇 개월이 지나면서 과식이나 폭식도 덜하게 됐다. 운동과 근육이 식욕 조절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충분히 먹고도 몸무게가 불어나지 않고 유지되기 시작했다. 잘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건 기초대사량이 늘어나는 이유도 있을 것이고, 건강한 식단으로 먹으려는 나의 노력도 있을 것이다. 50킬로 아래의 몸무게를 목표로 하지 않으니 스스로의 몸에 너그러워지기도 했다. 극단적인 소식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 나쁜 음식, 과식과 폭식만 아니라면 충분히 먹으며 지낼 수 있는 것이 즐거웠다. 가끔 아이스크림, 쿠키, 빵 같은 것을 먹어도 죄책감을 느끼기보다는 다시 운동과 좋은 식습관으로 돌아가겠다고 마음먹었다. 식욕은 억압하고 이겨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근육량을 늘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자 평소 먹는 음식에 단백질 음식을 추가해서 더 먹었다. 몸무게가 늘기 시작했다. 몸이 부풀어 오르고 커진 느낌, 이게 헬스인들이 말하는 벌크업인가. 새롭게 느껴지는 감각이 싫지 않았다. 살이 찌면 힘이 늘고 힘이 늘면 운동을 더 할 수 있고 그 덕에 근육이 늘고 근육이 늘어서 힘이 더 세지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살이 찐 것을 보고 힘이 세지겠다고 생각하게 되다니. 운동에 대한 애정과 믿음 덕분에 갖게 된 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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