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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Aug 18. 2019

수학시험 징크스 (#1)

시험을 앞두고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유독 머리를 감지 않는 학생이 있다. 시험 전에 머리를 감으면 머릿속에 있던 지식이 다 날아간다는 염려 때문에 소심해진 탓이다. 또한 손톱을 깎지 않아 연필을 잡을 때마다 책상에 손톱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는 경우도 있고, 괜히 선생의 지우개를 가지고 시험을 보겠다는 학생도 있다. 남학생이나 여학생이나 마찬가지로 시험 전에는 평소의 모습에 변화를 주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기운이 흐트러지는 행동이나 행위는 되도록 삼가는 것을 많이 본다. 그래서 시험 전에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지 않고 연습장이나 풀이에만 눈길을 주려고 노력한다. 아무래도 잔소리가 늘어날 것이 뻔하니까. 우리는 이런 상황을 징크스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들이 시험이나 큰 경기나 큰 일을 앞두고 나름의 징크스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기상천외한 징크스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몇 가지를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시험을 앞둔 경우 다양한 징크스


시험 전 날은 머리를 감지 않는다. 머릿속에 저장된 지식이 날아가면 안되니까.

미역국이나 죽은 먹지 않는다. 시험에서 미끄러지거나 성적을 죽 쑤면 안되니까.

입던 옷은 그대로 입고 시험 보러 간다. 평소와 같은 행동이어야 평소 실력이 발휘되니까.

물건이 떨어졌다? NO! 물건이 바닥에 붙었다! 부정적인 말은 절대 쓰지 않는다.

이성 친구의 방석에 앉아 공부하면 성적이 올라간다. 여친의 방석을 시험 때마다 사용하는 남학생.

화장실은 꼭 다녀와야 한다.

잠을 잘 때도 책을 베고 잔다. 잠자는 동안에도 책 속의 지식이 들어와야 하니까.


시험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이나 어른들은 징크스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왠지 모를 불안감으로부터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나름의 징크스를 유지하기도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인들 가운데도 중요한 시합이나 경기에 앞서 징크스를 가지고 있는 경우를 살펴볼 수 있다.


이봉주 선수의 징크스 수염


마라토너 가운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어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봉주 선수의 경우는 독특한 외모로 시선을 잡는다. 키는 168cm, 평발인 그는 왜소한 체격을 가지고 있다. 그는 뛰는 도중 흐르는 땀으로 속눈썹이 눈을 찔러 쌍꺼풀 수술을 하고 콧수염 없는 턱수염을 길렀다. 그가 턱수염을 기르기 시작한 것은 1995년부터였는데 우연히 턱수염을 기르고 출전한 마라톤 대회에서 마음이 굉장히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때부터 기르기 시작한 턱수염은 이봉주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이후 그는 동아 국제 마라톤 대회 2위, 애틀랜타 올림픽 대회 은메달, 후쿠오카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전설의 양봉업자 축구선수 손흥민의 징크스 


축수선수 손흥민은 아나운서 사이에서 전설의 양봉업자로 통한다. 이유는 유독 손흥민이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상대팀에게 강하기 때문인데 노란 유니폼을 입은 상대팀과의 경기에서는 승리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아진다. 손흥민의 골이 상대의 골문을 활짝 여는 날이다.



이처럼 중요한 시합이나 시험을 앞두고 각자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징크스는 심적인 안정을 가져다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결과에도 나름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극복하기 어려운 마음의 징크스도 있는데 바로 수학시험이다. 다른 과목과 달리 유독 수학시험만큼은 마음의 부담감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고백하는 학생들이 많다.


왜, 수학만 유달리 힘들까?
수학 시험지가 젖었어요. 수학 문제가 안 읽혀요.
첫 문제에서 시간 다 잡아먹었어요...


다른 과목보다도 수학에 공들이는 부모님들이 많다. 대학입시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수학이 실생활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포기할 수 없는 과목이기도 하다. 자녀들의 성적에 일희일비하는 부모님들, 속으로 애가 타다 못해 시꺼멓다. 생각해 보면 학교 다닐 때 다들 수학을 잘한 것도 아니었으면서 자녀에 대해서 만큼은 기대를 걸고 있다.


수학.... 넌, 뭐가 그리 정복하기 힘든 거니?




수학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의 입장을 부모님들은 모르는 게 참 많다. 무작정 열심히 공부했으니까 결과는 잘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겠지만, 그보다도 더 어려운 심리적 문제들이 학생들이 넘어야 할 산으로 자리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시험을 치를 때의 감정, 시험지를 받아 들었을 때의 느낌, 시간의 압박감, 서술형 풀이과정에 대한 시간 안배 등, 약 50분의 시험을 치르는 동안 여러 가지 작전들과 계산들이 복잡하게 지나간다. 그리고 시험을 치르고 나면 맥이 다 풀리게 된다. 이 경우는 당연히 최선을 다하는 학생의 예다.


수학시험이 갖는 특수성은 여타 다른 과목과는 상이한 것으로 한번 슬럼프에 빠지게 되면 극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수학 시험을 대하는 자신감과 마음의 안정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수학시험에 대해 갖는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생기는 여러 징크스는 부모님들이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자녀들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고 어떻게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음에 수학시험 징크스 유형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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