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시험 끝나고 부모님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자녀들이 시험을 치른 이후 부모님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 유형이다. 지나친 관심을 보이며 오직 점수에 치중하는 경우, 반대로 무관심한 경우, 조심스럽게 자녀들의 기분을 살피는 경우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물론, 자녀들도 그러한 부모님의 반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의 결과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모님의 반응에 미리 겁을 먹거나 마음의 두려움 같은 것들이 공존하며 자녀 역시 부모님의 기분을 살필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한 번이라도 학생 시절을 경험했던 부모의 입장에서 먼저 자녀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면 자녀와 부모 사이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자녀가 시험을 잘 못 봤을 경우 부모는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이미 알고 있다. 노력을 덜 했거나 부주의한 성격 때문에 문제를 실수하게 되는 경우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또는 충분히 연습하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시험을 잘 못 본 경우가 그것이다.
그런 경우 흔히 아무 말 대잔치로 '괜찮아', '다음에 잘 보면 되지', '더 노력하면 돼'라는 말로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하고 '네가 그럼 그렇지, 그렇게 노력하지 않는데 성적이 잘 나올 이유가 없지', '그렇게 공부해서 어디에 써먹을래?', '아빠, 엄마가 고생하는 이유가 뭔데?'라는 식의 폭언도 서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무성의한 공감대 없는 위로의 말이나 자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들은 오히려 부모에 대한 반감만 키우게 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부모들 세대도 늘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로 학생 시절의 괴로움을 대변했으면서도 기억 속에는 지우개로 하얗게 지워진 상태에서 은근히 자녀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최소한 그런 부모는 돼서는 안 될 것이다.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맞습니다. 그러나 좋은 성적은 행복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자녀가 시험 결과가 좋게 나온다면 그보다 기분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마냥 좋다고 칭찬만 해서도 안될뿐더러 선심성 대가를 치러서도 안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람은 좋은 것에 대해 대가를 받았을 때 다음에도 그 대가를 위해 일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많은 대가를 바라는 습성이 있다.
혹 당근을 주는 대가성 선심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이번 시험을 잘 보면 ***해 줄게'라는 약속은 자녀에게 대가를 바라고 공부하게 하는 심리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다. 오히려 과정에 대한 칭찬을 해 주고 그런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진정한 성취감과 기쁨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올바른 피드백의 과정일 것이다. 자녀는 그러한 부모님과의 대화를 가치 있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진정한 내면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시간으로 기억하게 되어 점점 더 그러한 시간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자녀가 공부를 할 때 얼마만큼의 노력을 했는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점을 스스로 찾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노력에 비해 효율은 떨어지지 않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좋다.
나는 학생들이 시험이 끝나면 첫 수업은 피드백을 한다. 수학 문제를 풀 때의 기분이 어땠는지를 먼저 체크하고 수학 문제에 대한 풀이를 보면서 실수하게 된 부분을 짚어 준다. 그리고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각인시킨다. 또한 수학 시험은 유독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에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학생이 가진 장점과 단점을 짚어주면서 실수로 인한 점수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 준다. 무조건 칭찬하기보다 왜 칭찬을 받는지 구체적이고 분명한 이유를 이야기해 준다.
요즘은 각자의 핸드폰을 쳐다보느라 식탁에서 대화가 끊어진 가정을 많이 본다. 마땅히 할 말이 없다고 변명을 하면서도 대화를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대화는 하면 할수록 이야깃거리가 샘솟는 마법 같은 샘물이다.
시험을 마치고 온 가족이 맛집에 들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하는 것은 매우 권장할 일이다. 사춘기 자녀들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과의 대화가 어렵다고 하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시작하기가 어렵지 한번 물꼬를 트면 풍부한 대화가 오가게 될 것이다.
자녀와의 관계도 소통에서 시작된다. 서로 잘 안다고 생각하기보다 새로 시작하는 연인들처럼 자녀와의 대화도 설레는 마음으로 질문하고 듣는 시간을 마련하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