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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Aug 13. 2019

시험, 마주하기 싫은 너.

(시리즈 #1) 시험 끝나고 부모님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기말고사가 끝났다. 늘 그렇지만 시험이라는 것은 준비를 열심히 했건 그렇지 않건 마음에는 짐처럼 한편에 웅크리고 있는 부담이다. 그런 고단한 짐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시험 직후라고 할 수 있다. 성적이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일단은 시험에서 해방된 느낌을 만끽하며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시간. 그래서 성적에 대해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닐 것이다.


시험이란 마주하면 싫고 끝나면 아쉬운, 그런 놈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시험이 끝나기 무섭게 성적을 묻는 메세지를 득달같이 보냈던 때가 있었다. 조금은 계산된 듯한 어조로 학생들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 신경을 써가며.


기분은 어떠니? 시험은 잘 봤어?
선생님이 너무 궁금하구나.
편할 때 문자 주렴~^^♥


평소와는 180도 달라진 어투로 최대한 상냥한 문자로 하트까지 뿅~ 섞어 날리며 아이들의 답장을 기다렸다. 아마도 선생인 나의 경우뿐만 아니라 모든 엄마들이 다 똑같을 것이라 생각된다. 시험이 끝나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자녀들에게 소심한 문자를 날리며 기분을 살필 것이다. 이날만큼은 갑에서 을의 위치로 내려앉아 눈치란 눈치를 다 보게 된다. 괜히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자녀의 얼굴 표정만 묘하게 살피며 저녁을 외식으로 할지, 집 밥으로 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게 뭔 시츄에이션이람??? ^^

                    

때로는 이렇게 메세지를 보내는 것이 정성이고 관심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꼭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생각이 진화한 탓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만큼 순수성이 사라진 데다 자신의 생각과 고집이 있기 때문에 쉽게 어른 공경이라는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학생들은 자신에게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가차 없이 메세지를 씹기도 하며, 필요한 답만 단답형으로 '네',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다. 좀 더 긴 문장형으로 조근조근 설명을 기대했다간 실망만 떠안게 된다. 이것이 예의 없고 싸가지가 없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그들 세계에서는 당연한 일상이다. 다만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몇 해 전부터 메세지를 보내지 않는다. 시험 결과는 이미 결정된 것이고 더 이상 시험이라는 단어로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배려하기 위함이다.



시험이 끝났다. 부모님들이 무엇을 하면 좋을까?


시험은 과정에 대한 결과물이다. 부모에 따라 자녀들의 시험 결과에 대한 반응도 다양하지만 먼저는 보편적인 부분에서 시험 직후 반응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내가 어렸을 때, 이런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속담에는 뼈가 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을 자꾸 잊어버린다'는 속담처럼 항상 자녀 문제만큼은 올챙이 적 시절을 자꾸 잊어버린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그 나이였을 때 감정과 느낌들을 떠올린다면 자녀들의 심리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부모로서의 입장만을 고집하기보다 지금 내 자녀의 나이였을 때 어땠는지는 생각한다면 좋을 것이다.



부부 사이에는 자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부모라면 자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서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집에서 자녀 양육을 주로 하는 엄마의 경우라면 자녀가 공부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자녀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힘을 가지게 된다. 반면, 아버지는 하루 종일 회사 업무에 지치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와 쉬는 것이 대부분의 일과라 자녀들의 일상 깊숙한 부분을 공감하기 어렵다. 그래서 반드시 부부 사이에는 많은 대화를 통해 자녀의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의논도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자녀들이 아빠는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생각을 벗어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든든한 백그라운드라고 생각하며 아빠에 대한 신뢰감과 존경심이 쌓여 후에도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요즘 우리 강남이가 사춘기인가 봐요 /
뭣이? 우리 강남이가 사춘기라고?/
앞으로 더 관심을 가지고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 줘야겠어요 /
내일 친구들과 쓰라고 용돈 줘야겠군... 천 원...(뜨핫~!!)


결과만 보지 말고 반드시 과정을 짚어야 한다.


부모의 성향에 따라 자녀들의 교육 방식과 성장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여러 사례들도 많고 재미있는 경험도 많다. 윽박지르는 유형, 무조건 반응하지 않는 유형, 무관심한 유형, 대화하는 유형 등 다양한 부모 성향이 있다. 모두가 나름대로 장점과 단점이 있기 때문에 부모님의 교육에 잘잘못을 따져서는 안 되겠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반드시 과정을 짚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만 가지고 잘못을 따지게 되면 자녀는 과정에 대한 피드백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어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해서는 상처를 받게 된다. 또한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경우 피드백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결과에만 매달려 과정의 소중함을 등한시하는 성향이 굳어지기 쉬워 꼼수를 통해서라도 좋은 결과를 만들려는 과도한 욕심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결과에는 반드시 과정이 있다는 것을 피드백해 주어야 한다.



(계속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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